원스토어의 ‘진짜’ 경쟁자는 구글일까, 넥슨일까?
입력 22.05.10 10:57
취재노트
간담회선 구글과 애플, 비교회사론 넥슨·텐센트
공모가격은 그대로...시장 악화에도 변동은 없어
  • “구글과 애플의 독과점 시장에서 전세계 유일한 대안은 원스토어라 확신한다. 글로벌 서비스에 필요한 역량을 갖췄고 현지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이사가 지난 9일 열린 원스토어 상장 기자간담회에서 원스토어의 경쟁력을 경쟁력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간담회 줄곧 구글과 애플에 비견될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로서 원스토어의 면모를 설명하는 데 바빴다. 

    원스토어는 2016년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앱마켓과 네이버 앱스토어가 통합돼 설립됐다. 구글과 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앱마켓 시장에서 국내사들이 힘을 모아 만든 ‘토종 앱마켓’으로 이름이 났다. 작년 KT와 LG유플러스, 마이크로스포트(MS)와 도이치텔레콤으로부터 약 수백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현재 글로벌 앱마켓 시장은 애플과 구글이 독과점 체제를 구성하고 있다. 작년 기준 애플앱스토어는 전체 시장의 약 45%, 구글플레이는 약 3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원스토어는 애플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그리고 중국 내에서만 통용되는 앱마켓을 제외한 거래액 가운데 절반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지적재산권(IP) 및 게임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가장 본질적인 사업 정체성은 앱마켓이다. 

    그러나 원스토어의 비교회사를 살펴보면 다소 의아한 부분이 눈에 띈다. 한 차례 정정된 증권신고서를 통해 원스토어는 당초 비교회사로 꼽았던 알파벳과 애플, 카카오를 텐센트와 네이버, 카카오 그리고 넥슨으로 변경했다. 당시 원스토어는 “시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 비교기업 적합도를 개선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기존의 알파벳과 애플이 각각 앱마켓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비교기업을 꼽았다고 가정했을 때 텐센트를 새 비교회사로 넣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원스토어는 텐센트를 선정한 이유로 ▲텐센트 앱스토어라는 앱마켓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결국 구글이나 애플을 비교회사로 들었던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넥슨 역시 마찬가지다. 원스토어는 동종회사로 넥슨을 꼽은 이유로 ▲게임 앱이 앱마켓 매출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 ▲앱마켓 내 게임 앱의 거래액이 증가할수록 게임사와 원스토어의 매출이 동반하여 상승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해당 논리대로라면 앱마켓에 유통되는 모든 콘텐츠 카테고리 사업자가 원스토어의 잠재적 비교회사로 꼽힐 수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원스토어가 공모가격은 그대로 두고 비교회사만 급히 교체한 것을 두고 결국 시장의 지적에 ‘눈가리고 아웅’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시장의 우려는 애플과 알파벳을 비교회사로 꼽았다는 점을 바탕으로 원스토어의 기업가치가 다소 높다는 점이 골자였다. 비교회사 논리만 바꾼 채 정작 투자자의 가장 큰 관심인 가격을 그대로 뒀다는 점에서 ‘면피용’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상돈 원스토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11월 예심 청구할 때만 해도 (고밸류에 대한) 문제는 없었다”라며 “이후에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적절한 비교기업이 없다는 점과 맞물려 생긴 논란”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할인율이 30~40%로 저렴한 가격인데 고평가로 보긴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장 상황의 악화를 꼽으면서도 최근 플랫폼 기업의 주가 부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코로나 엔데믹과 유동성 장세의 끝물이 맞물린 데 따라 플랫폼 회사들의 기업가치가 급속히 낮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나 공모주 시장에서도 ‘적자 기업에 PSR(주가매출비율) 배수는 통과가 어렵다’는 인식도 만연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재환 대표는 “해외 투자자들의 로드쇼 중에 플랫폼 업종에 대한 우려 반응은 없었다”라며 “오히려 한 해외 투자자가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 규모를 따로 떼어 주가매출비율(PSR) 배수를 곱해 직접 산출한 기업가치와 비슷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시장이 진정으로 우려하는 고평가 논란 등에 대한 논리적인 반박보다는 “우리의 경쟁자는 애플과 구글이에요”라는 주장만 가득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원스토어는 간담회 중 많은 시간을 할애해 전세계적인 반독점 규제가 원스토어의 성장 기회가 될 것으로 강조했다. 구글과 애플이 과점구조를 이루는 앱마켓 시장에 원스토어가 ‘대항마’의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암시했다. 정작 원스토어가 실제로 증권신고서에 비교기업으로 꼽은 회사는 텐센트와 넥슨, 네이버, 카카오로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최근 IPO 시장은 상장‘만’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진 않는다. 공모 과정에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겨우겨우’ 상장에 성공했는지 아니면 수요자의 구애를 통해 순탄히 공모를 했는지는 그 이후의 상장과도 직결되어 있다. 

    크래프톤 역시 공모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을 겪으며 상장 이후 주가가 크게 고꾸라졌다. 비슷한 논란을 겪었던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역시 마찬가지다. 청약 당시 잡음은 설령 꾸역꾸역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이후 주가에 반영되는 사례가 많다. 현대엔지니어링이나 SK쉴더스처럼 아예 상장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공모 과정에서 정당한 평가를 얻었는지는 발행사와 주관사가 시장과 솔직하게 소통을 했는지 여부와도 직결되어 있다. 불확실한 시장, 대외적인 변수에도 겸허히 시장 상황을 받아들이고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원스토어의 IR을 보면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두고 인지가 안 되어 있거나, 외면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