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교체 후 중간지주 전환한 SKC는 과거와 같은 주식일까
입력 22.05.23 07:00
SKC, 박원철 신임 대표 취임 이어 지주사 전환 신고
그룹 네 번째 중간지주…신사업 확대 드라이브 전망
최근 변화가 기존 투자자 이해관계와 일치할까 불안감
회사 입장 그대로지만 "IPO 가능성 배제 어렵다" 시선도
  • SKC는 올해 들어 수장이 바뀌었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핵심 계열사인 SK넥실리스를 흡수해 지주사 전환을 피할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일단은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박원철 사장은 자기 소신이 강한 이완재 전 사장보다는 그룹의 정책 방향과 뜻을 같이 하는 인사라 SKC의 전략 행보가 수정될 가능성도 감지된다.

    시장에선 SKC가 신임 사장 아래서 신사업 확장 및 투자금 조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본다. 다만 이런 행보가 주가에 부담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다른 중간지주 계열사들도 자금 허브 역할을 하느라 허덕였고, 핵심 계열사 상장으로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SKC의 변화가 주주들의 이해관계에 꼭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인데, 회사는 지주사 전환 후에도 큰 전략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SKC는 올해 초 SK넥실리스를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공정거래법 상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기업이 보유한 자회사 주식이 자산의 50%를 넘을 경우 지주사로 자동전환 되는데, 올해 1월 1일부로 이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SKC는 완전자회사 SKCFT홀딩스를 통해 SK넥실리스 지분 100%를 갖고 있는데, SK넥실리스를 합병하면 주식 자산 비중을 크게 낮춰 지주사 전환도 피할 수 있었다. 회사는 그러나 3월 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주사 전환 신고 심사를 요청했고 한 달 뒤인 4월 29일 공정위로부터 지주사로 전환됐다고 통보받았다.

    SK그룹 중간지주는 시중 자금을 흡수해 신사업에 투자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각 중간지주를 중심으로 비주력 계열·자산 매각과 투자 유치, IPO 등을 통해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화 했다. SKC도 같은 기간 동박과 실리콘 음극재, 반도체 기판 등 ESG 소재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했는데 이번에 SK그룹 네 번째 중간지주로 합류한 만큼 이 같은 작업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철 사장 체제 출범과 맞물려 지주사 전환이 이뤄진 것도 눈길을 모은다. 작년까지 수펙스추구협의회 신규사업팀장을 거친 박 사장은 올해 이완재 전 사장이 사임하며 새로 수장 자리에 올랐다. 하나자산운용 출신으로 지난 2018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발탁해 수펙스추구협의회에 합류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도 최 회장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핵심 인력으로 꼽힌다는 평이다. 장동현 SK㈜ 대표이사 대신 SKC 이사회에 들어온 김양택 신임 기타비상무이사 역시 SK㈜ 포트폴리오실 출신으로 그룹의 굵직한 신사업을 챙기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완재 전 대표 당시 신사업 중복투자 등 문제로 모회사 SK㈜와의 잡음이 새 나오기도 했지만 박원철 대표 들어 그룹 차원 파이낸셜 스토리와의 소통은 더 원활해질 거란 기대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룹 수뇌부와 소통할 수 있는 수장이 오고 전략 방향도 더 명확해질 가능성이 커진 셈인데, 시장에선 SKC의 향후 행보가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관계와 얼마나 부합할 지 의문을 보이기도 한다. SK그룹 중간지주들은 그룹 성장의 중책을 맡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주가는 힘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선 SKC가 중간지주가 됐다고 해서 당장 기계적으로 지주사 할인율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지난 수년 동안 SKC 주가 확대에 기여한 동박 등 신사업에 대한 지배력이 공고하고 실리콘 음극재 등 신사업 성장성도 확고하단 설명이다. 지난해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통한 투자 유치와 산업은행과의 금융 협력으로 투자비 증가 부담을 다소 완화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계열사 IPO 전략이 바뀔 가능성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SK넥실리스의 경우 주식시장을 달궜던 사업부 분할·상장 형태는 아니다. 그러나 여러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계열사 상장 가능성만으로도 힘을 쓰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 2024년 이전에 SK넥실리스 IPO를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직접 밝힌 것은 이완재 전 사장이다. 당시 증권가에선 SK넥실리스 IPO 관련 이 전 대표의 공약이 투자자에 충분한 신뢰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가진 이 전 사장이 주가 하락 위험이 있는 SK넥실리스 IPO를 강행할 이유가 없었던 탓이다. 결과적으로 SKC 주가가 큰 폭으로 뛴 덕에 지난해 이완재 전 대표는 약 200억원 가까운 스톡옵션 행사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박원철 대표도 지난 3월 스톡옵션으로 보통주 7만7084주를 받았다. 그러나 상황은 전임 사장과 사뭇 다르다. 주당 행사가는 13만6323원으로 3년 이상 근무 시 전체 스톡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18일 종가 기준 SKC 주가는 14만8000원으로 현재 시가로는 충분한 차익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이다. 동박 이외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안착시켜 재평가를 이끌어내고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이 크다.

    박원철 대표도 취임 일성으로 올해를 파이낸셜 스토리의 원년으로 내걸었다.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 재원이 필요하단 얘긴데, 최근 동박 사업 증설 부담을 완화했다 하더라도 전반적인 재무 여건은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다. 결국 SKC 역시 그룹 내 다른 중간지주와 마찬가지로 사업부 매각 및 계열사 IPO 등 적극적인 조달 전략을 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같은 그룹 내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 역시 2025년 이후 SK온을 상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주가에는 핵심인 배터리 사업의 지배력 희석 가능성이 상시 반영되고 있다"며 "SK그룹 파이낸셜 스토리는 계열 지배력 희석을 통해 시장 자금 흡수한 경향이 짙은데 최근 SKC의 행보가 이 같은 그룹 전략과 겹쳐 보이는 만큼 SKC를 이전과 같은 투자처로 볼 수 있을지에 시각 변화가 일어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IPO 추진의 경우 주가 추이도 신경써야 한다. SK넥실리스의 경우 해외 법인 단의 지분을 흩어 투자자들 유치하는 방안도 고민했었는데, 이 역시 SKC의 주가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 SKC의 필름 사업 매각 여부에도 시선이 모이고 있다. 과거 SK바이오랜드(현 현대바이오랜드) 매각처럼 비주력 사업 매각은 주가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사업 가치가 1조원 수준으로 거론되니 당장 자금 상황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SKC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의 경우 요건을 충족하며 신고 의무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일 뿐, SKC의 기존 사업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라며 "계열사 IPO의 경우 SK넥실리스는 2024년 이후 필요할 경우에 상장을 검토한다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