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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안진이 회계감사본부와 재무자문본부를 분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부터 최근 우리은행 횡령사태까지 감사 관련 악재가 계속되는데, 감사본부를 떼낸다면 다른 분야로 위험이 전이되는 것을 막으면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본사의 분리 의지가 강하다는 시선도 있다.
다만 인적·물적 접점을 완전히 끊어내는 것이 쉽지는 않고, 끊어냈더라도 시장에서 얼마나 독립성을 일정해줄지 미지수다. 덩치가 줄어들면 일감을 따내는 데 불리해지고 원 펌(one firm)의 효율성과 장점을 잃어버릴 수 있다. 분할을 하더라도 원하는 효과를 챙길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딜로이트안진은 회계감사본부와 재무자문본부를 분리하기 위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선 5월말 결산 기업인 딜로이트안진이 새 회계연도에 맞춰 분리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직원 사이에서도 분리 가능성이 계속 회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 내부에 공식적인 발표가 이뤄진 상황은 아니다.
딜로이트안진의 사업 분리 가능성이 거론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금융당국은 딜로이트안진이 2010~2015년 사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묵인했다고 보고 업무정지 1년 처분을 내렸다. 당시에도 딜로이트안진은 구조조정을 거쳐 감사 부문을 줄이거나 별도 법인으로 떼내는 방식을 고민했다. 딜로이트 본사가 딜로이트안진과 파트너십을 청산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딜로이트안진은 영업정지 영향으로 매출액이 3000억원 밑으로 떨어졌었다. 2019년(2018년 6월~2019년 5월) 3246억원, 2020년 3453억원, 작년 3745억원으로 다시 매출을 끌어올리는 중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우리은행에서 600억원대 대규모 횡령사태가 났는데, 횡령이 발생한 기간 중 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은 모두 ‘적정’ 감사의견을 냈다. 금융감독원은 딜로이트안진 감리에 들어갔다. 영업정지와 같은 무거운 징계가 다시 내려질 경우 영업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감사부문을 분리한다면 다른 본부에 미칠 영향이 줄어들게 된다. 직원들의 이탈이나 동요도 막을 수 있다.
한 딜로이트안진 내부인사는 “내부에서 감사본부 분리 이야기가 돌고 있는 것은 맞다”며 “분리되면 실적이 좋던 부서는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줄어서 좋고, 비감사 부문에선 감사 때문에 맡지 못했던 일을 가져올 수 있으니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딜로이트안진이 나눠지더라도 이상적인 효과를 얻을 지는 의문이다. 법에서 회계법인의 분할을 허용하고 있지만, 법적 분리가 실효적으로 시장의 인정을 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내부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딜로이트안진이 분리된다고 해도 시장에서는 결국 하나의 조직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별개 회사로 인정받으려면 새로 쪼개 설립하는 회사의 출자자가 전혀 다르고, 나머지 한국 조직에서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히 입증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분리된 회사가 ‘불안한 딜로이트안진과 한 몸’이라는 인식을 피하기 어렵다. 위험 절연을 위해 떼내는 감사 회사에 누구를 보내고, 누가 출자금을 대야 하느냐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
회사가 쪼개지면 필연적으로 각 회사의 인력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조직이 작아지면 감사인으로 지정받는 데 불리하다는 평가다. 고객 입장에서도 규모가 작은 곳보다는 큰 곳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한 고객의 감사를 맡으면 M&A 자문 등 업무에 제약이 생기긴 하지만, 그때 쌓은 정보와 네트워크를 향후 자문에서 활용할 수 있다. 회사 분리 시 원 펌의 장점이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회사 분리 후 할 수 있는 업무의 폭이 좁아질 수도 있다. 재무자문본부도 별도 회사가 되는 경우라면 평가 업무에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회계법인이나 증권사, 신용평가사가 아닐 신설 재무자문회사는 밸류에이션 등 평가보고서를 낼 수 없다. 평가 인력을 자문 쪽에 붙이자니 평가 일을 하기 어렵고, 감사 쪽에 두자니 자문 시너지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딜로이트안진 입장에선 시장의 시선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감사 독립성이 강화하고 있으니 회사 분리의 명분이 없지 않지만, 시장에선 영업 타격을 줄이려는 시도로 볼 여지가 많다. 징계 부담 때문에 분리를 검토한다는 것은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와 비감사를 쪼갠다 해도 한국 안에선 어차피 하나로 볼 것이고, 규모가 작아지면 감사인 지정이나 고객 일감 수임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며 “징계를 받으면 회사 전체가 위험해지기 때문에 분리하겠다는 것은 시장에 좋은 메시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회사 분리 가능성에 대한 문의에 대해 딜로이트안진 측은 "아직 공식적으로 이야기할 내용은 없다"라고 밝혔다.
2017년 대우조선 이어 올해 우리은행 횡령 악재
감사본부 분리 시 위험 전체로 전이될 위험 절연
별도 회사 인정은 미지수…덩치 줄면 수임도 불리
“징계 부담에 분리? 시장에 부정적 신호 줄 수도”
감사본부 분리 시 위험 전체로 전이될 위험 절연
별도 회사 인정은 미지수…덩치 줄면 수임도 불리
“징계 부담에 분리? 시장에 부정적 신호 줄 수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05월 20일 09:5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