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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 규정을 신설한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행정규칙의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20일간)한다고 발표했다.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는 국제 연료가격 급등 등에 따라 전력시장가격이 급등할 경우 한시적으로 평시 수준의 정산가격을 적용하도록 했다. 직전 3개월 동안 SMP 평균이 과거 10년 동안의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에 해당될 경우 1개월 동안 적용된다. 상한가격은 평시 수준인 10년 가중평균 SMP의 1.25배 수준으로 정했다.
정부의 조치로 일단 가중평균 계통한계가격(SMP)의 추가 상승은 어느 정도 억제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게 시장 참여자 그 누구도 웃을 수 없는, 미봉책이라는 점이다.
국내 신용평가사 NICE신용평가는 전력구매가격 상한제 도입에 따른 시나리오 테스트를 진행했다. 시나리오의 주요 가정과 결과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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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발전사는 불만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직도입 발전사의 경우 전력성수기 중장기 도입물량의 전략적 배치 등을 통해 연료비 부담에 대응하는 가운데 올 1분기에는 유가에 후행(lagging)해 상승한 SMP 급등으로 전력판매마진이 확대, 에너지 가격 상승 기조에도 이익창출력이 크게 제고됐다. 하지만 이번 제도가 도입되면 LNG 가격 상승으로 연료비 부담이 재차 증가할 경우 판매단가 전가여력이 제한돼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NICE신용평가의 전망이다.
한국가스공사로부터 LNG를 수급하는 민자발전사들은 대부분 한계가격 결정발전기로 구성되며 인프라마진이 미흡한 수준이라고 한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2022년 환경급전 도입을 대비해 기존보완수익으로 작용한 잉여 탄소배출권 매각 또한 유예돼 SMP 상승 속에도 1분기의 영업수익성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NICE신용평가는 “이번 제도 도입으로 인프라마진이 추가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한계발전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비연속가동 등에 따른 가동효율이 낮다는 점에서 연료비 보전시에도 고정비 부담에 따른 영업수익성 저하 폭이 상대적으로 보다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용량요금(CP)을 통해 고정비 상당수준을 충당하는 비용효율화를 꾀하고 있지만 최근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 상 환경기여도 기준 삭제로 용량요금 수취규모도 감소할 전망이라 이익창출력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한전의 경우 비용부담이 줄긴 하겠지만 손실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NICE신용평가는 “2019년 이후 월평균 SMP가 100원/kwh를 하회했던 점을 고려하면 긴급정산상한가격 도입 후에도 연료단가가 지금보다 유의미하게 하락하지 않는 이상 월평균 정산가격이 130원/kwh를 웃도는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여 한전의 영업적자 구조 해소에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따.
한전과 계열 발전 자회사들은 연료 공동구매를 늘린다든지, 구매 다변화 등을 통해 연료 구입단가를 개선하겠다는 계획과 국내외 투자 지분과 보유 부동산도 매각하는 재무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향후 전력사업 실적에 따른 추가적인 손실 부담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문제 해결은 결국 연료비 연동제 적용과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여론을 의식한 정부는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미봉책을 선택했다. 지금 당장은 한전은 만족하지 못하고, 민자발전사는 불만인데 종국에 이 피해는 누구에게 고스란히 전해질까.
취재노트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05월 26일 11:2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