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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를 생산하는 일진머티리얼즈의 경영권 매각은 관련 업계에서도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깜짝 발표였다. 시가총액 기준 대주주의 지분 가치는 약 2조원,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지면 3조원가량까지 거론되는 초대형 M&A가 될 전망인데 매각 가능성을 낙관하기만은 쉽지 않다.
동종업계에서 선두권에 위치한 일진머티리얼즈는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는 대기업들이 수 조원을 투자해 확장할 의지가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대신 자금력을 갖춘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주요 원매자로 거론되지만 국내 주요 기관들로부터의 펀드레이징, 추후 투자금회수(엑시트)가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매각 대상은 일진머티리얼즈의 최대주주인 허재명 대표이사가 보유한 지분 53%이다. 현재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주요 인수 후보군에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발송한 상태이다. 티저레터는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와 같은 초대형 PEF 운용사 등에 국한해 제한적으로 발송, 원매자로 거론되는 일부 대기업들과 글로벌 PEF 운용사 가운데서도 티저레터를 받지 못한 곳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A의 성사 가능성을 차치하고 허 대표이사가 갑자기 지분을 매각한 배경이 투자자들 사이에선 가장 큰 관심사이다. 수년 내 배터리 관련 업계의 시장 확대가 가시화한 상황에서 업계 톱티어(Top-Tier)급 회사의 경영권 매각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반향을 일으켰다.
대기업들이 동종업계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경쟁 강도가 높아진 점, 끊임 없이 추가적인 투자를 지속해야한다는 점에서 허 대표이사가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평가가 있는 반면, 수년 간 배터리 업계 자체가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을 받아왔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고점일 때 현금화하겠단 의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경영권 승계 작업은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사실상 가업 승계 작업을 포기했단 의미로도 풀이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허 대표이사가 오랫동안 고민해왔고, 회사를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순 시장 가치로만 2조원이 넘는 지분을 받아줄 국내 대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삼성과 SK그룹, LG, 롯데, GS그룹, 포스코 등이 주요 대상으로 거론된다.
삼성그룹은 삼성SDI가 일진머티리얼즈의 주요 매출처이기도 하지만 그룹의 기조상 소재부문의 조단위 M&A를 통해 확장 전략을 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2019년 SKC를 통해 KCFT(현 SK넥실리스)를 인수한 SK그룹은 동박분야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와 마찬가지로 말레이시아, 유럽 순으로 증설 전략을 통해 확장해왔는데 자체적인 사업만으로도 타 사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탓에 M&A를 통한 생산량 확대의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
LG그룹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이 일진머티리얼즈의 주요 고객사이다. 지난해까지 일진머티리얼즈와 LG화학은 조인트벤처(JV) 설립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일진머티리얼즈가 LG엔솔 다수의 경쟁사와 거래관계에 놓여있는 점을 고려하면 LG화학이 인수 이후 일진머티리얼즈의 매출이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는 의견이 있다. 다만 LG화학은 배터리사업의 분사 이후 첨단소재 분야의 입지를 굳혀야하는 배경과, 최근까지 벨기에 유미코어(Umicore)의 인수를 검토한 점을 감안해 주요한 원매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사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지난 2020년 롯데정밀화학을 통해 솔루스첨단소재(舊 두산솔루스)를 인수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의 출자자(LP)로 참여했다. 현재로선 솔루스첨단소재의 경쟁력이 LG와 일진에 비해 크진 않지만 현재 설비투자(CAPEX)자금 집행이 완료한 상황으로 성장성을 주시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스카이레이크가 투자금회수에 나설 때 가장 유력한 원매자로 꼽히기 때문에 일진머티리얼즈의 인수전에 모습을 나타낼진 미지수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PI첨단소재 인수전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기도하다.
GS그룹의 방계인 코스모그룹은 코스모신소재와 코스모에코켐 등 배터리 핵심소재를 판매한다. 현재로선 GS그룹, 코스모그룹도 일진머티리얼즈의 인수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거론된다. 코스모그룹의 허경수 회장은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장인, 박철완 전 상무는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의 처남으로 혼맥이 이어져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원매자로 거런되는 대기업들이 자체적인 투자를 통해 설비를 늘려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조 단위를 훌쩍 넘는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득실을 따지게 될 것”이라며 “선뜻 나설 것으로 보이는 대기업군이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에 일부 대형 PEF들이 주요 원매자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자금력을 갖춘 일부 PEF 운용사를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티저레터가 발송된 점을 고려하면 대형 PEF 운용사가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인수금융을 일으켜야하는 부담이 상당하고, 추후 엑시트를 고려해야한다는 점, 자금모집 과정에서 기존 일진머티리얼즈에 투자한 PEF 운용사들과 LP가 겹칠 수 있다는 부담은 존재한다.
일진머티리얼즈의 자회사 IMG테크놀로지에는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지난해 4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IMG테크놀로지의 자회사로는 IMM(말레이시아법인), IME(유럽법인)이 있는데 스틱은 IMM에도 6000억원을 출자했다. 일진머티리얼즈의 대주주 지분 매각 여부는 스틱 포트폴리오의 기업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매각 추진에 앞서 사전 교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IMG는 글로벌 사업장의 지주회사격으로 국내 상장이 유력한 회사이다. 허재명 대표이사 또한 BW(신주인수권부사채권)의 워런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르면 연내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데 모회사 대주주의 변경에 대해 거래소에서 어떻게 받아들이지는 지켜봐야 한다. IMG의 매각 작업이 강행하면 일진머티리얼즈의 기업가치 또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이미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는데 자회사가 중복 상장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의 이탈을 일부 감수해야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삼성은 소재분야 확장 유인 적어
업계 1위 SK넥실리스 자체사업에 집중 전망
JV무산된 LG화학, 경쟁사 문제 부딪힐 듯
롯데는 솔루스첨단소재 유력 원매자
티저 받은 국내 대형 PEF가 주요 원매자?
스틱이 1조원 투자한 IMG, IPO 작업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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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05월 2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