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도 충원 없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실적 악화에 인건비부터 줄인다
입력 22.06.15 07:00
Weekly Invest
10년 동안 인력 34% 감소한 '비용 부서'
증권사 실적 악화에 충원 미루기도
'3년만 참고 이직하자'는 분위기
  • 증권사들의 실적 악화가 전망되면서 각 리서치센터도 비용 절감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그간 비용부서로 인식됨에 따라 채용을 줄여왔는데, 충원조차 미루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남아있는 애널리스트들의 부담은 늘고 있다. 퇴사자의 섹터를 떠안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로 인해 불만이 가중되면서 퇴사자가 되레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인력은 지난 10년간 34% 줄었다. 셋 중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협회 등록 금융투자분석사는 1037명이다. 불과 1년 반 전인 2020년 11월 1080명 대비 40명 이상 줄었다. 

    애널리스트 숫자는 12년 전인 2010년에는 1575명에 달했다. 이와 비교하면 현재 숫자는 34% 줄어든 수치다. 협회에 등록된 금융투자분석사는 자격증을 보유한 수치라 실제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 수는 이보다 더 적을 거란 분석이다. 

    증권사 내에서 리서치센터 입지가 좁아진 게 주된 이유로 꼽힌다. 리서치센터가 지원하는 법인영업이 수년간 위축되면서 '비용 부서'라는 인식이 강해진 탓이다. 주식형 펀드 시장은 2008년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연봉 상승세도 둔화되면서 직업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평가다. 

    주식시장이 부진하면서 증권사 실적에서 비중이 큰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가 급감,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수익이 줄자 비용 절감을 위해 애널리스트가 퇴사해도 빈 자리를 채우지 않거나 남아있는 인력에게 공백을 맡게 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통과 식음료, 유틸리티와 조선 등 유사 섹터끼리 합치는 추세가 목격되고 있다. 한 증권사의 경우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가 퇴사하자 식음료 담당 애널리스트에게 두 섹터를 모두 맡겼다고 알려진다. 새로 채용하기보다 연봉을 올려주고 섹터를 통합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로 무관한 섹터를 맡는 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퇴사자의 섹터를 다른 애널리스트에게 맡기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질적인 섹터를 함께 봐야될 때도 생겨 곤란하다"라며 "통신미디어와 제약을 합치거나, 금융 담당이 비금융까지 보게 되는 사례도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연봉 인상 없이 일만 늘어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한 중소형 증권사는 급여 인상 없이 퇴사자의 업무를 남아있는 애널리스트에게 배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해당 애널리스트마저 일이 힘에 부친다는 점을 토로하며 퇴사했다는 후문이다. 업무 과중으로 '퇴사의 악순환'이 발생하는 셈이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젊은 애널리스트일수록 업무량과 처우에 대해 불만이 많다"며 "회사가 비용 절감하려는 모습이 티가 날 정도로 리서치센터의 입지가 좁아 2~3년 후에 이직할 생각뿐이다"고 밝혔다. 

    이에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공통적으로 '허리 인력 부재'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 소형 증권사의 경우 1년 동안 14명의 애널리스트 중 13명이 퇴사해 신규 충원했다. 주니어는 꾸준히 바뀌고, 시니어만 남아있다 보니 '허리기수'가 없어 2~3년차 바로 윟윗 직급이 20년차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