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부에선 누가 ‘ESG’를 좋아할까
입력 22.06.17 07:08
취재노트
  • 기업들이 때가 되면 하는 활동들이 있다. 임직원들을 대동해 공장 주변을 청소한다든지, 연말 연탄이나 따뜻한 도시락을 배달한다든지. 관련 보도자료도 꾸준히 나온다.

    회사 사회공헌팀은 이런 활동을 하기 위한 예산을 책정하려고 하는데 재무팀 입장에선 이게 탐탁치 않다. 

    이렇게 돈을 쓴다고 누가 알아주나? 아까운 돈을 그냥 공중에 뿌리는 것 아닌가?

    이런 활동이 기업 이미지 및 실적 개선에 얼마나 직접적인 도움을 될까?

    계량화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무팀은 그런 조직이다.

    그러는 사이 한국에도 ESG 광풍이 불어닥쳤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보자면 ESG 투자는 기업 재무팀 입장에선 골치가 아플 수 있다. 갈수록 기업간 경쟁은 극심해지면서 쓸 돈이 많아지는데 ESG 명목 하에 책정해야 하는 예산이 늘어나니 말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사내에서 누구보다 ESG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부서가 재무팀이라고 한다.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ESG 회의를 하면 어느 부서보다도 가장 적극적으로 참석, 참여한다고 한다. 과거 사회공헌 활동, 지배구조 개선과 달리 ESG는 계량화가 가능, 재무 성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작년에 기업들이 너나 할것없이 ESG 채권 발행에 목을 맸던 이유이기도 하다. ESG 채권을 발행하면 조달 금리가 일반 회사채보다 낮게 책정됐었다. 재무팀 입장에선 이만한 호재가 없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신용등급과 ESG’ 이슈코멘트에서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해외)연구결과 기업의 ESG점수와 재무성과(지표)간에는 대체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ESG와 기업의 재무성과간 상관관계가 긍정적으로 나타난 비중은 개발도상국 기업이 선진국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즉 ‘ESG→재무성과→원리금 상환가능성’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존재한다는 것이 일차적인 결론이다.

    또 다른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ESG점수와 다양한 재무지표, 신용스프레드 간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다만 모든 지표에서 단조적인 상관관계는 관찰되지 않았다)

    재무팀의 'ESG 사랑'은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까.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으로 ESG 채권은 물론 회사채 발행 자체가 꺾인 분위기다. 무엇보다 ESG 투자 본거지인 미국에서부터 불고 있는 ‘ESG 워싱’이 변수다. 한국에도 워싱 문제가 하나 터지게 되면 연쇄적인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ESG가 '재무 성과'에서 '재무 부담'으로 바뀌는 순간, 즉 재무팀이 ESG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시점이 올지를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