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료 인상과 회사채 시장의 나비효과
입력 22.06.29 07:00
Invest Column
  • 한국전력공사는 전기료를 kmh당 5원 인상한다. 당초 사측은 연료비 급등 상황을 반영해 kwh당 33.6원의 조정단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부에 제출했지만, 일단은 여기까지다.

    한전의 전기료 인상은 가계 경제뿐 아니라 채권 시장, 좀 더 좁혀서 보면 회사채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현재 회사채 시장의 최대 이슈는 한전채다. 대규모 적자로 자금난에 빠진 한전은 한전채 발행을 대폭 늘렸다. 올 들어 매달 발행규모가 2조원이 넘는다.

    금리 인상까지 더해졌다. 한전채 금리는 이달초 3% 중후반에서 이달 중순 이후 4%를 넘어섰다. 한전채는 신용등급이 초우량등급인 AAA인데다 금리까지 높아버리니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을 단숨에 빨아들였다. 개인투자자들이 한전채를 어떻게 사냐고 증권사에 문의할 정도니 말 다했다.

    한전채 증가는 일반 기업들의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야기했다. 이전보다 훨씬 높은 금리와 짧은 만기를 제시해도 수요예측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채권 시장에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나아지려면 한전채 발행이 줄어야 하고, 그럴려면 한전의 적자가 줄어야 한다. 결국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현 수준의 인상으로는 한전의 적자를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시장에서 지속적인 전기료 인상을 예측하는 이유다.

    결과론적으론 모두가 당분간 힘든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다.

    한전의 전기료 인상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게 되면 한전채 발행은 지속될테고, 이는 일반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기업 입장에선 늘어난 비용을 제품 및 서비스에 가격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다.

    산업용 전기료를 인상해 전체 전기료 인상 규모를 늘리면 적자 규모를 좀 더 빨리 줄일 수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역시나 기업들은 전기료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할 테다. 가계 경제에 부담이 미치는 것은 매한가지고 ‘조삼모사’다.

    한전의 '적자' 뫼비우스 띠가 풀릴 때까지 정부, 가계, 기업, 거기에 시장까지 모두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띠는 누가 묶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