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인수? 해운 정리 포석?...HMM 사들이는 SM그룹에 모이는 눈길
입력 22.07.01 07:00
SM그룹 계열사 HMM 지분 5.52%까지 확대
자금 부담·산은 존재에 경영권 인수는 불가능
‘단순 투자’ 목적인데 차익 실현 여부 미지수
해운업 정리나 지원 유치 지렛대 활용할 수도
  • SM그룹이 계열사를 총동원해 HMM 지분을 인수하는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시장가보다 높은 값에 주식을 인수한 터라 밝힌 대로 투자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HMM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기엔 SM그룹의 자금 여력이나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HMM 매각 등 움직임이 있을 때 HMM 지분을 SM그룹의 현안을 해소할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SM그룹은 올해 들어 HMM 주식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SM상선을 비롯해 대한상선, 대한해운 등 10여개 계열사와 우오현 SM그룹 회장까지 인수 주체로 나섰다. SM그룹은 총 8350억원가량을 들여 HMM 지분 5.52%를 인수했다. 산업은행(20.69%), 한국해양진흥공사(19.96%)에 이은 3대 주주로 뛰어 올랐다.

    SM그룹의 갑작스런 HMM 주식 투자에 시장의 이목이 모였다. 해운업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나 HMM 주주인 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도 SM그룹이 움직이는 배경에 궁금증을 보이는 분위기다.

    SM그룹은 “단순 투자 목적이며 이외에 다른 입장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로선 단기간에 이익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HMM 1주당 평균 인수 가격은 약 3만1000원이다. SM그룹이 평가손을 보며 주식을 사들였는데, 주가는 그 후에도 하향 추세를 보였다. 해운업황은 등락폭이 커서 투자 위험성이 큰데, 경기 침체와 더불어 해운 경기도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SM그룹이 HMM 지분 인수 목적을 ‘경영 참가’로 바꾸기도 쉽지 않다. 시가총액 12조원의 HMM은 자산규모 13조7000억원(작년 기준)의 SM그룹이 품기에 덩치가 너무 크다. SM그룹 재무 상황에선 지금까지의 HMM 인수대금도 가볍지 않다. 단독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준까지 가려면 수조원의 자금이 더 필요하다. 그 과정에 주가가 오르면 필요 자금은 더 늘어나게 된다. 1, 2대주주 존재를 감안하면 SM그룹은 HMM 유통 주식 거의 전부들 사들여야 한다. SM그룹이 M&A의 귀재라지만 실제 고가 인수를 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 HMM은 2018년 10월 산업은행 대상으로 30년 만기 192회 CB(4000억원), 193회 신주인수권부사채(BW, 6000억원)를 발행했는데 이 채권들은 6년차부터 금리가 오른다. 내년에 HMM은 상환 청구를 하고, 산업은행은 이에 대해 주식 전환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1, 2대 주주가 지분을 유지한 상태에서 전환권까지 행사하면 다른 주체는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다. 전환권 문제가 있을 때마다 주가는 출렁이고 이익을 내기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러니 SM그룹이 HMM 지분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경기 침체기에 정권을 넘겨받은 새정부는 경제 현안이 산더미다. 한국전력의 부실 해소, 전기요금 인상 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각종 세금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 문제를 해결할 방도도 필요하다. HMM 매각은 정부가 고려할만한 카드 중 하나다. 경영권 프리미엄에 채권 가치까지 감안하면 수조원의 자금을 기대할 만하다. 해운업황이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Peak out)이란 전망이 느는 상황이라 정부 입장에선 HMM 매각을 서둘러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HMM 경영권이 매물로 나오고 유력한 원매자가 있을 경우 SM그룹 보유지분 가치도 올라갈 수 있다. 3대주주로서 주주권을 행사하며 M&A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도 있다. SM그룹으로선 불편한 주주를 그대로 두느니 아예 자사 보유지분까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사가지 않겠느냐고 인수자에 제안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SM그룹은 2013년 대한해운을 인수한 후 해운사업을 확장했다. 작년까지 돈을 많이 벌기도 했지만, 다시 산업 하향 주기에 접어들 위험이 커지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SM상선은 2018년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우방건설산업을 합병했고, 작년엔 코스닥 상장을 철회했다. SM그룹은 미주 노선에선 정기선대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선박 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당장 배를 건조하기는 어렵고, 배를 빌리자니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SM상선 입장에선 ‘성가신 3대주주’ 지위를 더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앞으로 나타날 HMM 경영권 인수자에 자사의 해운업도 맡아달라 요청하거나, HMM에만 집중돼 있던 정부의 해운업 지원을 SM그룹에도 나눠달라 할 때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해운업계 전문가는 “정부나 HMM 대주주들도 SM그룹 행보의 배경이 무엇인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HMM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HMM에 발을 걸쳐두고 있으면 HMM 경영권이 바뀌거나 할 때 SM그룹의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들은 진행 여부도 결과도 예단하기 어렵다. HMM 지분을 함께 묶어파는 경우엔 산업은행이나 해양진흥공사, 정부 측과 조율돼야 하는데 이들로선 SM그룹을 굳이 한 배에 태워줄 이유가 없다. 국내에 ‘전략 업체를 받아줄 돈 있는 대기업’이 몇 없다는 것도 부담이 된다. 3대주주 지위가 HMM 인수자에 자사 사업도 살펴봐달라거나,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아주 효율적인 수단일지도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