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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상장 심사가 길어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은 주식 의무보유(락업)에 쏠리고 있다. 컬리가 결국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락업 확약서를 제출한 가운데, 이번 사례가 향후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벤처기업 상장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는 해외 벤처 투자자 및 국내외 사모펀드들의 투자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란 분석이다.
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컬리의 FI는 18개월 이상 보호예수를 건 지분의 비중이 전체의 20% 이상이 되도록 의무보유 확약서를 제출했다. 대량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6개월ㆍ12개월ㆍ18개월ㆍ24개월 등 기간별로 물량을 나누어 차등적으로 락업을 건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심사과정에서 거래소는 투자자들에게 2년의 락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낮아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일부 FI 지분도 공동경영 차원에서 락업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한국거래소는 “심사 중인 사안에 대해선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새벽배송’으로 잘 알려진 컬리는 지난 3월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규정상 45영업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 받아야 하지만 여전히 심사가 진행 중이다. 김슬아 대표의 신주인수권과 FI 지분 락업 등 지배구조 안전성에 잇따라 이슈가 제기된 까닭이다.
심사가 길어지는 사이 주식시장은 금리 인상에 따른 우려로 하락장을 이어가고 있다. 컬리의 성장성 및 실적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현재의 상황은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훨씬 더 커진 상황이다.
투자자들의 락업 여부는 지배구조 안전성 뿐만 아니라, 상장 이후 주가 흐름에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공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핵심 이슈로 꼽혀왔다.
컬리는 세콰이어 캐피탈(12.87%), 중국의 대형 VC인 힐하우스 캐피탈(11.89%), DST글로벌(10.17%), 에스펙스캐파탈(8.48%) 등 해외의 유명 벤처캐피탈(VC)와 국내외 대형 투자자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은 5.75% 수준에 불과한 까닭에 상장 초기부터 경영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상장 이후 지분을 장내 매도하게 될 경우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단기적으로 상장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 FI들의 행동은 건전한 자본시장을 만드는 것과 거리가 멀다고 보는 까닭에 이같은 조건을 내건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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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공모 시장 안정을 위한 거래소의 고민이 이해되긴 하나, 의무 규정도 아닌 '초장기 락업'이 현실화한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FI에겐 락업 기간이 의무 부여되지 않는다. 코스닥에 한해 벤처금융 또는 전문투자자들의 경우 1개월을 의무보유하도록 규정해두고 있다. 다만 컬리는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고, 이 경우 벤처금융 또는 전문투자자에 대해선 관련 규정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최대주주의 경우 코스피ㆍ코스닥 모두 6개월의 의무 보호예수가 규정돼있다. 이 때문에 FI들의 자발적 보호예수 역시 일반적인 경우 6개월로 맞춰진다. 컬리의 경우엔 거래소가 '공익 실현 및 투자자보호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2년 이내의 락업을 요구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적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관건은 이번 'FI 2년 락업 요구'가 컬리에 한정된 특수한 사례로 그칠지, 아니면 불안한 공모 시장을 달래주기 위한다는 명목 아래 새로운 원칙으로 자리잡을지다.
한 기관투자자는 “2년 락업을 확약해야 한다면 사실상 프리 IPO 투자는 힘들어 질 것이다”라며 "최대주주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상장이 가능하다는 거래소의 입장은 투자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 타 벤처기업들로 하여금 투자 유치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락업 기간을 요구하지만, 통상 180일 수준이다. 상장 후 2년까지 락업을 약속하라는 건 투자자들에겐 회수 기간의 길어짐에 따라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시장 변동성을 예측하기에도 너무 긴 시간이란 점 등이 대부분 투자자들의 입장이다. 게다가 최근엔 증시 하락세가 가파른 까닭에 오랜 기간 보유하는 것도 부담이다.
컬리는 벤처캐피탈(VC) 자금으로 몸집을 키운 국내 유니콘이 상장하는 첫 사례다. 통상 스타트업은 시리즈 투자를 이어받음으로써 유니콘 기업으로 거듭나게 되는데, 이 과정을 거치면 창업자의 지분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컬리가 상장시장에 물꼬를 터주길 바랐던 VC업계 관계자들도 컬리의 향방에 상당한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더불어 주요 주주로 해외 VC 및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이번 락업 조치는 향후 스타트업의 시리즈 투자에 대한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보수적 태도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IPO라는 중요한 엑시트 수단이 사실상 가로막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존재한다.
다른 기관투자자는 “엄격한 락업 규정이 해외 투자자들의 투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라며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개인 투자자 보호와 동시에 유니콘 육성을 위한 적절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길어지는 상장 심사에 컬리 '락업' 이슈에 주목하는 투자업계
'2년 락업' 코스피 규정엔 없는데…타 벤처기업 투심저하 우려
'2년 락업' 코스피 규정엔 없는데…타 벤처기업 투심저하 우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07월 0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