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콜렉터' 변모하는 미디어커머스…자금 부담에 ‘지속가능성’은 의문
입력 22.07.06 07:00
젝시믹스·마약베개 등 ‘미디어커머스’ 제품으로 인기
블랭크코퍼레이션·에코마케팅 등 브랜드 수집 전략 전환
지속적 비용 투입·마케팅 성공 여부 등은 리스크 요인
  • 과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소셜미디어) 마케팅으로 인기를 끈 미디어커머스 회사들이 하나 둘씩 미국의 ‘스라시오 모델’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화제성 있는 광고로 매출을 올리는 방식의 미디어커머스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스라시오 모델은 미국의 한 스타트업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2018년 설립된 이 회사는 미국 아마존의 유망 브랜드 100여 곳을 쓸어 모으며 2년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반열에 올랐다. 흔히 ‘브랜드 애그리게이터(Brand Aggregator)’로 알려지며 여러 미디어커머스 회사들의 관심을 받았다. 

    브랜드 애그리게이터가 유행처럼 번졌지만 이 역시 ‘옥석가리기’를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스타트업이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인수하기 위해 절대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브랜드를 골라내는 안목까지 갖춰야 하는 탓이다. 

    ‘마약베개’, ‘퓨어섬 샤워기’ 등으로 유명한 미디어커머스 회사 블랭크코퍼레이션은 최근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로 사업방향을 전환한 모습이다. 작년부터 IP(지적재산권) 관련 영차컴퍼니 지분을 인수했고, 추가로 성장성 있는 브랜드를 사들일 계획을 갖고 있다. 또 다른 업체 어댑트도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분야 진출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축적한 운영 노하우를 새롭게 인수한 브랜드에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목표다. 

    온라인 광고대행업으로 출발한 에코마케팅은 2017년 마사지기 '클럭'으로 유명한 데일리앤코, 작년에 레깅스 전문 의류회사 안다르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라이프스타일웨어 전문 기업 그리티의 일부 지분도 취득했다. 자체적인 광고 지표의 관리 능력을 토대로 해당 브랜드 성장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미디어커머스 회사들이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로 사업방향을 전환하는 데는 대부분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차별화된 SNS 광고 등으로 초반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뒤이어 비슷한 마케팅 방식을 차용한 업체가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광고 아이디어’에 치중한 매출 증대 방식 특성상 진입 장벽이 낮다보니 광고비 ‘출혈경쟁’도 심해졌다는 평가다. 또한 제품 기술보다는 마케팅에 의존하는 구조로 본업인 브랜드 관리에 소홀하게 된 면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 때 잘나가던 블랭크코퍼레이션이 최근 힘들어진 건 매출 30~40%에 해당하는 광고비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장기적인 광고비 절감을 위해 직접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가 결과가 신통치 않아 고전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미디어커머스 업종의 경우 로아스(ROAS·Return on Ads Spending, 광고비 지출 대비 매출) 지표가 매우 하락한 상태다. 동일한 광고비용을 들여도 이에 따른 매출규모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 몇 년 간 광고 단가가 올랐고, 비슷한 제품이 많이 생겨나며 경쟁이 치열해진 탓으로 분석된다. 

    한 벤처투자(VC)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커머스 산업은 전처럼 광고 효과로 매출이 즉각적으로 오르길 기대하는 시기는 지났고, 지속적인 투자 유치도 힘든 상황”이라며 "자금경색 현상에까지 직면하며 굉장히 ‘피곤한’ 비즈니스가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로 전환을 시도해도 ‘VC 혹한기’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크고 작은 브랜드를 인수하는 데 계속적인 비용을 투입해야 하지만, 투자 유치의 길이 좁아진 상황이라 지속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스라시오만 해도 최근 부침이 심하다.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에 실패하며 직원 약 20%를 감축했고, 비용을 절감하려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취소하기도 했다. 국내서도 비슷한 전례가 있다. 2012년 설립된 옐로모바일은 다수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빠르게 덩치를 키웠지만 계열사 관리에 실패하며 과거의 명성을 잃었다. 몇몇 계열사가 부도를 내며 ‘비용관리’ 문제에 직면한 점이 컸다.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사업 특성상 ‘아직 뜨지 않은’ 잠재성 있는 브랜드를 선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스타트업 중 이러한 안목을 갖춘 곳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수년 간 쌓아온 광고 지표 관리 능력 및 마케팅 성공 사례 등이 기반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성과 없이 비용만 ‘탕진’할 수 있다.

    다른 VC업계 관계자는 “몇몇 미디어커머스 회사들은 아직 내부적인 브랜드 마케팅 성공 모델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소위 ‘있어 보이는’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를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라며 “단번에 덩치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 혹해 준비 없이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