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커진 뉴딜펀드…공적자금 공급 감소에 불안감 커지는 운용사들
입력 22.07.08 07:00
소문만 무성한 향방, 예산 줄고 펀드명 바뀔 듯
대기업 중심 정부·민간자금 출자 감소도 걸림돌
분위기 살피는 VC·PE, 펀드 소진 속도 줄이기도
  • 정권 교체 이후 이전 정부가 주력하던 정책형 뉴딜펀드 사업은 안갯속에 빠졌다. 내년 예산 삭감 뿐만 아니라 올해 계획했던 사업도 보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공적자금'인 뉴딜펀드 사업조차도 불확실성이 커지자 벤처캐피탈(VC), 사모펀드(PEF)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정책금융기관에 향후 계획을 묻거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펀드자금 소진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한국판 뉴딜사업은 문 전 대통령의 최대 역점 사업이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매년 4조원씩 총 20조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해 디지털, 그린 등 뉴딜 관련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취지다. 올해도 산업은행과 성장금융은 한 차례 뉴딜펀드 위탁운용사를 선정했다. 이후 4월로 예정됐던 2차 운용사 모집은 3개월째 연기되고 있다. 

    정권 교체 이후 뉴딜펀드의 향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높다. 정부 주도 하에 조성된 일종의 '정책펀드'인 까닭에 지속될지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통상 정책펀드는 정권이 교체되면 존재감이 크게 줄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펀드'와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가 그러했다. 해당 펀드들은 정권 말기에 접어들면서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고, 정권 교체 이후에는 이름이 바뀌거나 투자자가 이탈했다. 뉴딜펀드 초기 이같은 우려가 제기됐지만, 당시 금융위원회는 "사업 구체성과 측면에서 과거 펀드와 차별화된다"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뉴딜펀드는 전세계적 트렌드인 디지털, 환경 등에 관련된 기업에 투자하는 만큼, 과거의 정책펀드와는 다르게 전개될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할 조짐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벤처기업 지원에 주력했던 전 정부와는 달리 현 정부는 대기업 지원에 방점을 찍은 상태다. 뉴딜펀드 출자를 기다리는 VC들의 불안감이 커진 이유기도 하다. 또한 정책금융기관은 연기금 등 민간의 출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호소한다. 금리가 연쇄적으로 인상된 까닭에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이 출자의 규모를 줄이거나 시기를 늦추고 싶어하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뉴딜금융과'를 '지속가능금융과'로 명칭을 바꿨다. 일각에선 정부기관 부서명에 영어를 쓸 수 없어 한글로 바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글로벌'을 포함한 부서명도 존재해 설득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해당 부서 담당 사무관이 교체되는 등 조직 내부 변화도 현재진행형이다. 성장금융의 경영진도 3개월째 공석이다.

    불확실성이 커지자 뉴딜펀드 향방에 대한 소문은 무성해졌다. 최근 국민의힘이 내년 본예산 심의 시 관련 예산을 절반 이상 삭감하고 올해 계획된 사업을 보류시킬 계획이 전해졌다. 올해 예산은 정책금융기관에 배정된 상태여서 기존 계획대로 2차 운용사 모집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뉴딜'이라는 단어를 펀드명으로 쓰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책금융기관이 올해 배정된 예산을 받은 상태여서, 올해 계획된 사업은 진행할 것"이라며 "여러 소문이 많기는 하지만, 올해 정부가 출자를 확약한 건에 대해서는 자금 납입을 반드시 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VC, PE들은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지난 2년간 시장에 풀렸던 공적자금의 공급이 크게 줄어든 까닭에서다. 보유한 펀드의 자금 소진 속도를 조절하려는 운용사도 늘고 있다. 신생 운용사들은 출자를 받을 기회를 잃기도 했다. 당초 올해 하반기 중에 계획된 2차 출자사업에 루키리그를 포함시켜 신생 운용사에 기회를 줄 계획이었는데 정권 교체로 해당 계획을 재검토할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안 좋으니 출자를 늘릴 것이란 기대감을 가진 VC 하우스도 있긴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곤 과거에 비해 공적자금을 받을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까닭에 여러 운용사들이 펀드 자금 소진 속도를 줄이는 분위기다"라며 "증시 하락세가 이어지는 까닭에 지금은 투자 적기가 아니라고 생각, 투자조건을 좀 더 좋게 가져가려는 분위기도 고려는 해야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