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사라지는 NFT 프로젝트 개발들
입력 22.07.08 07:35
이더리움 기반 펀드자금 소실 영향
러그풀 현상으로 크립토 시장 불신
론칭 없이 분위기 모는 작전세력도
  • 계속되는 크립토 시장 추락에 NFT 프로젝트 개발도 식는 분위기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중심 펀드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개발 자금에 영향을 끼쳤고, 차가운 외부 시선에 개발 후 흥행에 대한 의지도 크게 꺾였다. 개발자들이 비운 자리엔 분위기 몰이로 제품 론칭 대신 현금만 챙기려는 작전세력도 다수 진입, 분위기가 혼탁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크립토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 중이던 NFT 프로젝트 다수가 개발을 접었다. 프로젝트 자금이 대체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들 코인이 최근 부진을 겪으면서 펀드레이징 자금 규모가 자연히 준 탓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중심 펀드에서만 일주일 새 수천만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11월 3조달러에 달했던 크립토 시가총액은 현재 1조달러 이하로 준 상태다. 특히 전체 시가총액의 70%를 상회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부진이 거셌다. 비트코인은 2011년 3분기(68.1%) 이후 최대폭 분기 하락세(58%)를 보였고, 이더리움도 2분기 69.3% 폭락해 등장 이후 최악의 분기를 보냈다. 

    크립토 현물 시장의 매도세가 확대되면서 NFT 시장 거래량도 바닥을 쳤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달 NFT 거래 규모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렀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 개발이 끊긴 데엔 자금뿐 아니라 시들어진 크립토 인기와 시장에 대한 외부 불신 영향도 컸다. 이더리움 기반 크립토 키니는 한때 이더리움 트래픽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과도한 수수료로 인기가 시들해졌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은 엑시 인피니티는 게임 통화인 SLP의 인플레이션 현상과 해킹 이슈로 가치를 크게 잃었다. 

    '대박' 기회만을 포착하고 지식과 경험 없이 무작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투자자들에 피해를 끼치는 사례도 다수 있었다. 프로젝트를 투자받아 자금을 얻은 다음 갑자기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사라지는 '러그풀(Rug Pull)' 현상이다. 

    이달 초 미국 법무부는 NFT 러그풀 프로젝트 '볼러에이프클럽' 주동자를 형사입건했다. 해당 러그풀 주동자는 구매자들로부터 260만달러를 가로챈 후 프로젝트 웹사이트를 삭제, 갈취한 자금을 돈세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씨(Opensea)의 전 제품 관리자가 NFT 게재 전 사들였다 되팔아 2~5배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되는 사건도 있었다. 

    제품 론칭은 하지 않지만 분위기 몰이로 현금만 챙기려는 작전세력도 다수 진입, 분위기가 혼탁해져있다는 토로도 나온다. 

    크립토 윈터가 계속되면서 규모가 작은 곳들은 개발 인력부터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크립토 거래소들은 실명계좌가 나올 때까지는 최대한 버텨보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크립토 신사업에 뛰어들려 했던 국내 금융사들도 NFT 개발 프로젝트를 주춤하고 있다. 일단 상황을 관망해보겠다는 기조로, 대체로 홀드(HOLD)를 내건 상태다. 

    NFT 거래에 능통한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NFT 개발 프로젝트의 신규 움직임이 크게 줄었다. 현재로선 추이를 봐야 하는 분위기일 수밖에 없다"면서 "무분별하게 난무했던 NFT 프로젝트의 거품이 빠지고 옥석이 가려지는 과정"이라 진단했다. 

    국내 금융사 크립토 사업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시장이 좋지 않은데 올려봐야 가치만 떨어지기 때문"이라 전했다. "금융당국에서 어떻게 규제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최대한 크립토 신사업은 분위기를 보며 시작할 것"이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