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철회로 본 밸류 지표 단순화
입력 22.07.13 07:00
Invest Column
  •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트위터 인수 철회를 발표한 결정적 이유는 ‘봇(bot)’, 즉 가짜계정의 규모다. 트위터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는 약 2억3000만명 정도. 머스크는 그 중에서 ‘봇’이 20%에 달한다며 트위터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트위터 CEO 파라그 아그라왈(Parag Agrawal)은 봇의 비율은 5%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해 정확한 정보 공개는 거부했다. 이에 머스크가 심각한 계약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봇’ 숫자 논란은 결국 가격과 맞닿아 있다. 트위터의 지난해 매출은 50억달러, 그 중 90%가 광고에서 발생한다. 플랫폼 기업은 당장의 수익보다 중요한 게 DAU(Daily Active Users; 일별 활동 사용자 수), MAU(Monthly Active Users; 월별 활동 사용자 수)다. DAU/MAU 비율이 20% 이상이면 유저들에게 어느 정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유저 수가 곧 돈이고 그게 광고비로 책정이 된다.

    머스크가 합의한 트위터 인수금액은 주당 54.2달러, 총 440억달러. 현재 트위터 주가는 36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은 과한 수준이다. 거기에 테슬라 주가가 올 들어 35% 이상 하락하면서 트위터 인수 부담은 더 커졌다.

    머스크 입장에선 보다 현실적이고 단순한 즉, 확실한 밸류에이션 지표가 필요하단 얘기다. 그게 실질적인 활동 사용자 수다. 그러기엔 머스크와 트위터의 20과 5라는 ‘봇’ 비율 인식의 괴리가 너무 크다. 물론 머스크가 인수 철회 발언을 통해, 보다 유리한 인수 조건을 유도하려고 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도 ‘주가 꿈 비율(PDR;Price to Dream Ratio)’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유동성 사이클에서 신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다양한 밸류에이션 지표를 통해 고밸류를 받았다. 그리고 그 지표들은 말 그대로 ‘꿈’이었다. 나스닥의 하락장은 신사업 전반적인 밸류에이션 단순화를 다시 요구하고 있다.

    한국의 플랫폼 기업들도 곧 마주할 일들이다. 다양한 밸류 지표로 손 쉽게 '뿔'을 달았던 유니콘 기업들은 투자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자 돈줄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몸값은 계속 떨어지고 신규 투자 유치는 속속 실패하고 있다. 마치 닷컴버블을 연상시키듯 대규모 감원 바람도 불어닥쳤다. 플랫폼 기업들의 생존에서 '비전'만이 필요충분조건이 아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