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몸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입력 22.07.14 07:00
Invest Column
  • 요즘 택시 잡기가 어렵다. 평소에도 쉽지 않았던 심야 시간대뿐 아니라 낮에도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사납금으로 어려워 하던 영업택시 기사들은 코로나를 거치면서 배달 등 다른 직종으로 빠져나갔다. 산업 자체도 낙후되고 있다. 택시 업계와 정치권의 반대로 우버는 철수하고 타다는 기소되는 등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 추진은 요원한 상태다. 택시 수급 불균형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 소식을 알리자 택시 산업, 더 넓게는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회의감은 더 커졌다. 애초에 카카오는 올해 중으로 카카오모빌리티를 상장시킨다는 계획이었지만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 카카오식 문어발 확장 전략과 카카오모빌리티의 호출 수수료 인상 논란, 글로벌 IPO 시장의 냉각기 등이 겹치자 매각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카카오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협상 중이다. "지분 10%대만 판다", "결국 경영권을 넘긴다" 말이 많은 가운데 이 과정에서 거론된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는 8조5000억원에 달한다. 한 때 장(場)이 좋았을 때는 10조원 이상의 몸값을 기대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누적 가입자 3000만명, 월 활성이용자 1000만명에 달한다. 카카오T 대리운전 기사는 17만명이며, 카카오 모빌리티 자회사에 소속된 기사는 1000명에 이른다. 말 그대로 국내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장기적으론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딜이 진행 중인 현 시점에선 몸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현재 매출 구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택시, 대리운전 산업 등의 추가 확장성이 떨어진다. 운수업계와 정치권에서 플랫폼사업자의 독점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사업 확장은 제동이 걸린 상태다. 규제에 노출돼 있는 건 정권 교체와 무관하다고 볼 정도다. 언제 카카오모빌리티에 유리한 사업 환경으로 바뀔지 가늠하기 어렵다.

    시장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장을 통해 유입되는 대규모 자금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기술, UAM(도심항공교통), 물류센터 구축 등 모빌리티 전반으로의 사업 확장을 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나 관련 산업의 규제, 카카오그룹 전반의 사업 축소 기조 등을 감안하면 이젠 쉽지 않게 돼버렸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금의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담보할 수 없다면, 또는 사업 확장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없다면 8조5000억원이라는 몸값에도 물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MBK의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인수를 반대하는 카카오 노조 등 노동업계의 반대 연대 움직임이 커지고 길어질수록 바이어(Buyer) 입장에서 딜의 매력은 떨어지게 된다.

    이런 와중에 매각을 두고 이견들도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1인당 최소 3억원 이상 스톡옵션을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선 상장 보단 매각이 이득이라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소속 자회사의 택시 운전사 일부도 고용승계 보장, 근무환경 개선, 기본요금 상승 등 기대감 등을 보이며 매각에 적극 찬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MBK가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 가치를 6조원까지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지만, 카카오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길어질수록 급한 쪽은 결국 카카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