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제재에 위축된 금융업계…영향 없는 금소법 개정에도 '불만'
입력 22.07.20 07:00
취재노트
당국 향해 쌓인 불만, '오해'에 터져
지금도 불초청 권유는 금지돼있고
영업점 내 고위험 상품 권유는 가능
  • #1 "공모펀드에 이어 사모펀드까지 무너지면 운용사가 할 수 있는 건 ETF밖에 없다. ETF 상품의 대다수가 패시브 전략을 따르는 상황이라 자본시장 내에서 운용역할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해외 운용사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A 운용사 대표)

    #2 "고객이 정보를 직접 찾아와 펀드를 콕 집어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권유 판매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를 막는다는 건 사실상 펀드 팔지 말라는 거나 다름없다. 고위험 상품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이미 판매가 어려워졌는데, 아예 죽으라는 건지…" (B 증권사 PB 팀장)

    금융당국의 금소법 시행령 개정에 운용사와 판매사가 반발하고 나섰다. 오해에서 시작된 '해프닝'이었다. 금융업계가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부분은 제한적이지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금융당국에 쌓인 불만이 터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위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을 7일 입법예고하며 '불초청 권유 금지'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금융기관은 소비자의 요청이 없는 경우 방문·전화 등을 활용한 투자성 상품을 권유할 수 없다. 일반 금융소비자의 경우 동의가 있더라도 고난도상품·사모펀드·파생상품 등 고위험 상품 투자 권유가 불가능하다.

    금소법은 현재도 원칙적으로 불초청 권유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올해 12월 시행될 개정 펀드 방문판매 활성화법(방판법) 적용대상에서 금융상품이 제외돼 한시적으로 불초청 권유가 가능해졌다. 이에 불초청 방문판매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 금융위는 금소법 시행령을 다시 개정한 상황이다. 

    이번 개정안은 영업점 밖에서의 고위험 상품 권유가 제한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금융업계는 영업점 내에서의 권유까지 제한된다고 받아들인 탓에 오해가 불거졌다. 

    결과적으로 오해에서 시작된 '해프닝'으로 그쳤지만, 금융위의 시행령 개정안에 일부 판매사와 운용사가 반발하고 나섰다. 일반 금융소비자에게 고위험 상품 투자를 권유할 수 없게 되면 펀드 시장이 더욱더 위축될 거란 우려 때문이다. 

    한 중소형 운용사는 이번 주에 판매사와 긴급 미팅을 열어 추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미 위축된 공모펀드 시장에 이어 사모펀드 시장까지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해졌다. 판매사도 영업점 활동이 제한될 거라며 금융위의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이번 개정안은 대부분 금융업계에서 체감도가 적다. 일부 금융지주사 정도만 방판법 시행에 맞춰 금융상품 판매 전문회사를 출범시켰다. 그럼에도 금융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그동안 금융당국에 쌓인 불만이 터졌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감원장이 새로 부임하며 금융당국이 고강도 시장 때리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금감원장은 지난 두 번의 정권 동안 금융사 관리가 부실하게 진행돼,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터졌다며 인식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지난달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운용사가 많이 늘며 사고도 늘어나고 있다며 운용사 수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최근 사모운용사뿐 아니라 종합자산운용사도 감사에 나섰다. 운용자산(AUM) 기준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은 14년 만에 금감원 정기감사를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의 시장 때리기가 실효성이 있냐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중소형 운용사 임원은 "금융업이 규제·감독이 필요한 산업이라는 건 이해하지만,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모든 사모펀드가 잘못된 것처럼 인식을 심고 있다"며 "투자설명서대로 펀드가 잘 관리되는지를 감독해야 하는데, 고객 대상 서류만 늘어나는 등 보여주기식 조치만 취해져 실질적으로 투자자 보호가 되는 느낌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