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자회사 IPO 대신 우회상장으로 지배구조 개편 시작
입력 22.07.22 07:00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에너지 합병 추진
"자회사 IPO 없다" 선 그은 포스코홀딩스
투심 꺾인 포스코에너지, 자금 조달 난항
결국 상장회사 합병 통해 기업가치 키우기 전략
2030년까지 기업가치 3배 목표…신사업 투자 재원 마련해야
  • 지주회사 전환을 마친 포스코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한다. 역대급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지주회사의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시점에서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최정우 회장이 올해 초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며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만큼 투자와 성장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에서 계열사의 증시 상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신 투자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계열사를 상장회사에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전략을 검토중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그룹 비상장 계열사 포스코에너지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외부 기관을 통해 합병 비율 산정을 위한 가치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합병 방안이 최종 확정하기 위해선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를 통과해야 한다. 양사의 대주주인 포스코홀딩스의 지분율이 이미 특별결의 요건에 근접하거나 충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합병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합병비율 산정 결과에 따라 포스코인터내셔널 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합병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을 보긴 어렵다.

    합병이 성사되면 포스코에너지는 우회상장하는 효과를, 포스코홀딩스는 상장회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효과를 얻게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회사의 이익잉여금만 약 50조원에 달하는 우량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 기준 20조원 수준에 머무르며 만년 저평가 기업이란 꼬리표가 달렸다.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한 탓도 있지만 그룹의 성장 여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포스코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그룹의 기업가치를 현재의 3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고 중기 배당성향 또한 30%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결국 투자 또는 주주환원 재원 마련이 가장 큰 숙제로 남게 됐다.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자회사의 상장이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이미 자회사 상장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과는 별개로 자회사 상장을 추진할 경우 지주회사의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따라서 이번 합병 추진은 계열사의 직상장이 어려운만큼 우회상장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우회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포스코에너지의 경우 보유 현금(약 5500억원)과 자산의 가치는 크지만 사업적으론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기 어렵단 평가를 받는다.

    그룹 에너지 사업의 주력인 포스코에너지는 복합화력발전 사업자이다. 화력발전이 중심인 발전부문의 매출 비중은 약 87%(2021년 기준)이다. 정부의 정책과 기관투자자들의 기조를 비쳐볼 때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중심축으로 여기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포스코에너지가 주요주주인 삼척블루파워는 지난해와 올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이란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를 비롯한 기관들의 위탁자산을 운용하는 금융사들은 ESG 투자 기준을 상당히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화력발전 등 기존 전통적인 발전회사들을 대상으로 과거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고 말했다.

    꾸준히 사업 자금이 투입돼야하는 에너지·발전 사업의 경우 이 같은 기관투자가들의 기조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포스코에너지의 자금 부담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상장회사와의 합병을 통해 추후 자금조달 통로를 다변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당장의 재무부담이 가중할 수는 있지만 결국 그룹의 에너지 사업을 일원화하는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NG 가스전을 보유하고 있고, 포스코에너지는 LNG터미널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목표로하는 에너지 회사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주 발표한 신성장 전략을 통해 트레이딩 중심의 종합상사에서 벗어나 사업형 투자회사로 전환하겠단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합병이 완료하면 포스코인터내셔널에 대한 포스코홀딩스의 지분율은 증가한다. 이미 충분한 경영권 지분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포스코홀딩스의 합병 회사 지분 활용도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일례로 포스코에너지 자체적으론 외부투자 유치를 받는데 한계가 존재하지만 합병 후 상장회사(포스코인터내셔널)의 지분을 일부 매각하거나 투자자를 유치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은 고려할 수 있다.

    포스코그룹은 현재 6곳의 상장사와 포스코건설을 포함한 30곳의 비상장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는 총 7가지(철강·이차전지소재·리튬/니켈·수소·에너지·건축/인프라·식량) 핵심 사업을 선정했다. 신사업 분야에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예상되는 자금 소요는 상당히 크다. 그룹의 주력인 철강회사(포스코)가 끊임 없이 투자 재원을 만들어내는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이번 합병 추진과 같이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를 합병해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전략이 꾸준히 수립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