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설계 분사 검토…모회사 부담은 줄고,주주 불만은 커졌다
입력 22.07.26 07:00
DB 지주전환 직후, DB하이텍 팹리스 분할 검토
분할 가능성에 DB하이텍 주가 급락
DB하이텍 지분 더 사야하는 DB
지배력 강화·성장 재원 조달에 유리해진 여건
DB하이텍 특수관계인 지분 17.38%에 불과
주주반발시 무산 가능성도
  • DB하이텍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 분사 검토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모회사 DB의 지주회사 전환 문제로 매각 가능성까지 불거졌던 만큼 예상 밖 전개란 반응도 나온다. 모빌리티 시장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 시장 조달에 유리한 방안을 짜는 모습이지만 당장 투자자들의 원성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12일 DB하이텍은 팹리스를 담당하는 브랜드 사업부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분사를 포함해 다양한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법이나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팹리스를 떼어내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핵심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그대로 남는 구도임에도 사업부 분할 상장 가능성만으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 모회사 DB가 지주회사로 전환한 직후 벌어진 일이다 보니 공교롭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앞서 DB는 지난 5월 11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전환 신고에 따른 심사 결과 통지서를 접수했다고 공시했다.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기업이 보유한 자회사 주식이 자산의 50%를 넘을 경우 지주사로 자동 전환된다. 지난해 말 기준 DB의 자산총액은 약 6100억원으로 올해 1월 1일부로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지주사 전환에 따라 DB는 2년 내, 최대 4년 이내에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 재무 여력에 비해 부담이 큰 편이다. 1분기 말 기준 DB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198억원 규모다. DB하이텍 지분 17.58% 이상을 추가로 확보하려면 당시보다 주가가 크게 떨어진 21일 종가 기준으로도 약 3500억원이 필요하다. 

    DB하이텍의 주가하락으로 모회사인 DB의 부담이 경감된 것은 사실이다. DB가 갑작스레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하며 자회사 지분 확보 필요성이 발생한 것 자체가 DB하이텍의 주가 상승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DB하이텍 지분 12.42%의 장부가치는 약 4000억원으로 반영됐다. DB하이텍 외 이렇다 할 자회사가 없다 보니 DB하이텍 주가가 오를수록 DB는 지주사 요건을 해소하기 어려워진다.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DB가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거나 또는 지주회사 행위제한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방편으로 DB하이텍의 분사를 선택했다고 보긴 어렵다.  DB하이텍이 파운드리 사업을 그대로 가져가는 이상 팹리스 분사를 통한 주가 하락 유도에도 한계가 있는 까닭이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 내 대표적 악재인 분할 상장 카드를 꺼내서 주가를 누른다고 해도 지주사 전환 요건을 우회하기 위한 근본적 처방이 될 수 없다"며 "시장 침체로 반도체 전반 주가가 내려간 상황이지만 DB하이텍이 상장사이고, 8인치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어차피 장기적으론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다는 팹리스를 분사할 경우 DB하이텍에 대한 DB의 지배력 강화, 그리고 DB하이텍 자체적으로 성장 재원 조달에 유리한 구조를 짤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최근 수년 동안 DB하이텍 매각설이 불거질 때마다 투자업계에선 김준기 DB그룹 회장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때문에 매각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이 제기돼 왔다. DB가 이미 지주사 전환을 완료했고 DB하이텍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분할 상장 이슈가 DB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DB하이텍의 자체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모회사 부담 없이 시중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수월해진다. 분할 자회사를 당장 상장시키지 않더라도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이는 등 외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선택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당분간 지속될 예정인 만큼 기업 자금 조달 비용 걱정이 커지고 있어서 잡음을 감수하고 쪼개기 상장에 나서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여전히 공모시장에서 투심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분할 상장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올 들어 정부는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수 대기업이 모빌리티 시장을 목표로 화합물 전력반도체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 DB하이텍 역시 재원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상장을 목표로 팹리스를 물적분할하기로 확정할 경우 주주 동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준기 회장이 직접 보유한 DB하이텍 지분 3.61%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17.38%에 불과하다. 소액주주 비중이 67.59%에 달해 9.5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찬성하더라도 주주총회 통과를 확신할 수 없는 구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