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전환 강조한 쏘카, '흐릿한' 성장전략의 아쉬움
입력 22.08.04 07:00
취재노트
박재욱 쏘카 대표 간담회서 ‘올해 내 흑자전환’ 강조
전 세계 모빌리티 회사 가운데 유일한 흑자회사 내세워
미래 성장전략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아쉽다는 의견
  • “쏘카는 전 세계 모빌리티 플랫폼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흑자전환을 앞두고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익성 부분에서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

    3일 여의도 콘래도호텔에서 열린 모빌리티 플랫폼 회사 쏘카의 박재욱 대표가 직접 간담회에서 발표를 맡으며 이와 같이 말했다. 우버나 리프트, 그랩 등과 같은 글로벌 모빌리티 회사를 비교회사로 꼽은 것과 관련,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처럼 대답한 것이다.

    박 대표의 그간 미디어 행보를 통해 볼 때 쏘카의 이번 상장 전략을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다. ‘적자 성장주’에 대한 이미지를 벗고, 흑자를 내는 견실한 수익회사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 고도화, 온디맨드 세차 및 차량관리 등을 통한 비용절감 전략에 많은 시간을 들인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그간 불거진 성장주에 대한 우려를 지나치게 의식한 탓인지 향후 성장전략에 대한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데 소홀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쏘카는 간담회에서 카세어링 외의 이동수단을 제공하는 슈퍼앱 출시, 차량관제시스템 기반의 소프트웨어 공급 등의 신사업을 소개했다. 다만 향후 3년~5년 간의 예상 매출 규모나 신사업의 매출 비중을 공유하지는 않았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대략적인 매출 예상치와 관련한 질문에 “상장을 앞두고 있어 자세한 수치는 제시할 수 없는 점 양해해달라”라면서도 “올해 매출 성장률은 작년 대비 웃돌 예정이고, 흑자전환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번 간담회와 달리 기관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는 대략적인 매출 가이던스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투자자와 회사간 괴리감을 좁히기는 어려웠다는 의견이 많다. 2025년까지 작년과 비슷한 매출 성장률을 유지하겠다는 포부를 보였음에도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했다는 이유에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쏘카가 매출 예상치로 2025년까지 매년 30% 성장한다는 전략을 공유했지만 최근 경기침체 가능성이나 차량 수급 문제 등을 따져보면 쉽지는 않아 보인다”라며 “솔루션 사업인 플립매니지먼트(FMS)나 해외진출 등의 신사업이 모두 성공한다는 전제를 둔 셈인데 다소 낙관적인 전망으로 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쏘카는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 79%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고, 해외 진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쏘카가 강조하는 차량 보유 사업 특성상 국내와 유사한 모델을 해외에서 그대로 이식하기에는 비용부담이 크다. 국내 점유율을 더 늘릴 수는 있겠지만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기술력 기반의 차량관제시스템(FMS)은 이제 막 고객을 유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쏘카의 우려가 무엇인지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간 ‘스트리밍 모빌리티’를 앞세우며 너무 먼 시점의 장밋빛 미래를 앞세운 데 따른 적잖은 비판을 들어왔던 탓이다. 신사업 목표 달성에 대한 세세한 근거를 열거하기보다 비용절감과 흑자전환이 투자자 설득에 더욱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시기에 상장을 선택했다면 ‘폭발적 성장력’과 이를 뒷받침할 ‘선명한 근거’ 두 가지를 모두 제시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쏘카가 제시한 공모가 상단 기준 기업가치는 약 1조5000억원 수준으로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만은 않다. 국내 렌터카 회사인 롯데렌탈이나 SK렌터카 시가총액은 각각 1조4000억원, 4000억원 수준이다. 비교회사로 꼽은 우버나 그랩이 수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고는 있지만 매출규모만 따지면 쏘카를 큰 폭으로 웃돈다. 일각에선 1조원 밑으로 내려가야 가격적 메리트가 생길 것이란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요즘과 같이 성장주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박한 상황에서 연평균 성장률 30% 달성을 설득한다는 점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그렇기에 오히려 철저한 성장로직을 통해 상장 이후 주가 방어를 위한 탄탄한 논리를 만들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