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나온 공공기관 상장…서울보증보험, ‘공기업 상장 잔혹사’ 끊어낼까
입력 22.08.09 07:00
다음주 주관사 경쟁 프레젠테이션(PT), 속전속결 진행
공기업 상징성 및 수천억원 공모규모에 증권사들 경쟁 치열
정치권 입김 및 적은 수수료는 부담…저가 경쟁도 예상
  • 서울보증보험이 기업공개(IPO)를 위한 주관사 선정에 시동을 건다. 약 7년 만에 추진되는 공공기관 상장 건인 만큼 증권사들의 관심이 뜨겁다. 서울보증보험의 예상 기업가치가 약 5조원을 웃도는 데다 공기업 상장 주관이라는 상징성 차원에서 주관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다만 그간 공공기업 상장 사례들을 따져볼 때 정치권의 입김으로 상장 추진이 무산된 점이 많다는 점은 다소 부담이다. 더욱이 공기업 특성상 주관 수수료가 민간기업과 비교해 낮을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수익에는 큰 보탬이 되지 않을 수 있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다음주 서울보증보험 주관사 선정 프레젠테이션(PT)을 앞두고 증권사 ECM부서의 제안서 작성이 한창이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가 서울보증보험 지분매각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회사의 IPO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2023년 상반기 IPO를 통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서울보증보험 지분 약 10%를 구주매출 형태로 매각할 계획이다. 이후 단계적 지분매각을 통해 민영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보증보험 IPO는 그 자체로 상징성이 크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시도 이후 약 7년 만에 떠오른 공공기관 상장 사례라는 점에서다. 예상 공모규모도 작지 않고 공공성 차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서울보증보험은 1969년 설립돼 서민과 기업의 경제활동에 필요한 보증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회사다. 국내 최대 규모인 420조원을 보증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은 약 5조4948억원 수준이다. 만약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적용할 경우 예상 기업가치는 5조 중반대에 이른다. 약 10%를 공모한다고 가정하더라도 4000억~5000억원 정도는 공모규모로 잡힐 수 있는 셈이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은 자기자본만 약 5조5000억원 수준인 만큼 공모규모가 수천억원 정도에 이르러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라며 “수익 창출력과 이에 따른 배당수익률이 나쁘지 않은 데다 공공기관 주관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증권사들 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 공공기업이 상장을 시도했다가 외부 변수에 의해 무산된 사례가 많다는 점은 가장 촉각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다. 공공기관 특성상 정권 교체기나 정치권 입김에 상장 추진 계획이 무기한 연장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지난 2015년 한국거래소가 최경수 당시 이사장의 지휘 아래 지주사 개편 및 상장 계획을 추진했지만 흐지부지 된 바 있다. 당시 거래소 개편 방안을 담은 개편안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사장이 교체되며 상장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당시 거래소 상장 차익을 두고 여야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한국동서발전과 한국남동발전 등 한국전력 자회사의 IPO 역시 수 차례 상장이 거론되어 왔으나 수년 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동서발전과 남동발전은 각각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을 대표 주관으로 선임하며 속도를 낸 바 있다. 하지만 자회사 상장 이후 벌어질 모회사인 한국전력과 주주 간 이해관계 갈등 가능성이 부각돼 상장이 무기한 연기됐다. 

    공공기업 상장으로 저가 수수료 경쟁이 예상되는 점도 증권사들로서는 부담이다. 과거 사례를 종합해보면 동서발전이나 남동발전 수수료는 약 0.1~0.2% 수준이었고 그랜드레저코리아(GKL) 상장 당시 주관사 수수료가 0.01%에 그쳤다. 당시 삼성SDS나 제일모직, SK디앤디 등의 민간기업 주관 수수료가 0.8~1.0%에 이르렀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은 저가 수수료 수주 경쟁 차원에서 다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또한 서민 보호 차원의 기능을 하는 공공성을 띄는 기업이기 때문에 정치권 입김 등 외부 변수도 주의 깊게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