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마련 급한 소프트뱅크, 흑자 가까워진 쿠팡…'헤어질' 준비 됐을까
입력 22.08.17 07:00
손정의 회장, 역대 최악의 손실에 보유기업 매각 행렬
글로벌 리서치 "쿠팡도 소프트뱅크의 잠재적 매각후보"
대주주 혼란 속 깜짝 실적 발표…연내 흑자 전환 목표
  • 역대 최악의 손실을 기록한 소프트뱅크가 보유주식을 정리하며 공격적인 현금화에 나섰다. 그 행보가 전 세계 투자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외신들은 추가 매각 후보로 쿠팡을 지목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여전히 쿠팡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 중이지만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이후 꾸준히 보유지분을 줄여왔다. 혹시 모를 대주주의 이탈에도 쿠팡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간 공격적인 투자 스타일을 보여왔던 손정의 회장은 작년부터 포트폴리오 상 보유주식 정리에 돌입했다. 지난 4월과 7월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고, 6월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온라인 부동산 회사 오픈도어, 헬스케어 회사 가던트, 중국 부동산 업체 베이크 지분 등을 일부 매각했다. 

    최대주주로 있는 쿠팡도 매각후보로 부상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레덱스 리서치 애널리스트 커크 부드리는 "쿠팡도 소프트뱅크의 잠재적 매각 후보군"이라 꼽았다.

    소프트뱅크가 여전히 쿠팡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매각 정황이 당장 구체화하지 않은 만큼 '독립'을 언급하기 이른 시점일 순 있다. 하지만 투자업계는 소프트뱅크가 상장 이후 꾸준히 쿠팡 주식을 처분, 보유 지분율을 줄여 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손 회장과 비전펀드의 스타일을 벗어난 조급한 매매”라며 “소프트뱅크가 자금 조달 위기를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봤다. 최근 제프리스의 어툴 고얄 애널리스트도 "소프트뱅크그룹은 어떤 자산이든 합리적 가격에 현금화하려 할 의사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실적발표회에서 있었던 손 회장의 어딘가 묘한 발언도 이목을 끌었다.

    “반성해야 할 점은 우리가 제대로 엄선해 제대로 된 투자를 했으면 이 정도로는 손실을 보진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시장 전체로 유니콘의 밸류에이션 단가가 가장 많이 오른 것이 2021년이었던 것 같다. 코로나의 영향을 다들 걱정했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기대했고, 온라인 점유율이 올라가면서 주가도 올랐다. 그래서 비상장 유니콘도 비싼 멀티플로 사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멋대로 생각했다. 비싼 가격의 주식을 너무 많이 샀다”

    온라인 유니콘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에 대한 반성인데, 쿠팡과 무관하지 않다. 비전펀드는 쿠팡에서만 2분기 2934억엔(약 2조94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소프트뱅크의 위기에 쿠팡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순 없는 셈이다.

    대주주의 위기가 쿠팡에 어떤 미래를 불러올까.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이만큼의 지배력을 갖게 된 데엔 초기부터 우군을 자처해 온 손정의 회장의 덕이 컸다. 위기때마다 수조원을 쾌척했던 손 회장은 그야말로 쿠팡의 백기사였다. 

  • 대주주 혼란 속 내놓은 깜짝 실적 기록한 쿠팡

    혼란 속 쿠팡은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또 한번 냈고, 영업적자도 크게 감소시킨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2분기 매출은 작년보다 27% 증가한 6조350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847억원)도 같은 기간 87% 줄였다. 

    눈에 띄는 점은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 첫 흑자(9784만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2014년 로켓배송 시작 후 처음이다. 올해 1분기엔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등 제품 커머스 부문에 제한됐지만, 이번 분기엔 회사 전체 기준으로 조정 EBITDA 흑자를 냈다.

    쿠팡은 이번 실적발표에서 연내 흑자전환하겠다는 야심도 밝혔다. 거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연초 조정 EBITDA 손실 규모를 연말까지 4억달러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지만, 흑자를 낸 2분기를 시작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핵심 사업인 커머스 부문에선 확실히 턴어라운드 흐름을 탔다는 데에 시장 이견은 없어 보인다. 투자 계획을 대부분 마치면서 고정비 부담을 낮출 만큼 공헌이익을 키웠다는 평가다. 직매입 구조에선 매출이 늘수록 비용도 비례해 늘다보니 사입재고 부담도 커졌지만, 로켓제휴를 본격화하면서 자산회전과 재고비용 감소, 매출 증가 등의 이점이 있었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쿠팡은 상반기부터 추가 자본적지출(CAPEX) 지출 계획을 당분간 갖지 않겠다는 기조였다. '투자를 하지 않겠다'보다도 '물류센터 건립 목표를 거의 달성해 본격적인 물류효율 단계에 진입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국 30여개 지역에서 100개 넘는 물류 인프라를 구축, 국내 유통업체 가운데 가장 광범위한 물류망을 확보했다. “물류비용 증가폭 둔화는 상당히 고무적인 효과가 있는 성과"라는 호평이 나온다. 

    업계 전망을 종합해보면 쿠팡은 올해 말을 기점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 이는 어쩌면 앞서 제기한 '쿠팡은 소프트뱅크와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독립할 준비가 됐을까'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여기엔 현재의 소비 추이가 꺾여선 안 된다는 전제가 깔려야할 것으로 보인다. 인건비 증가 속도까지 감안해 매출 성장세가 계속 올라와줘야 한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시장 성장이 이미 올라온 상태의 턴어라운드란 점도 우려가 될 수 있는 지점이다. 6월 기점으로 오프라인 매출의 성장률이 온라인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김범석 의장이 "하반기에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자신했지만 하반기 이커머스 산업의 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작년 4분기부터 이어진 쿠팡 활성고객수 증가세는 2분기 멈췄다. 2분기말 기준 활성고객 수는 1788만5000명으로 1분기말(1811만2000명)보다 1.3%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