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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국내 증권사 및 운용사들이 앞다퉈 경쟁했던 해외 대체투자 건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부실 상황을 맞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단순히 해외 투자 건을 따오는 것이 능사가 아닌, 채무불이행(디폴트)이나 파산 등 최악의 상황 속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의 위기 관리 능력이 재조명 되고 있다.
문제가 터지기 전에 미리 계약서나 부실 시나리오를 꼼꼼히 검토했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국내 기관들의 해외 투자 업력이 길지 않아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조항을 계약서에 미리 포함할 능력이 부족했다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이로 인해 촉발된 해외 대체투자 부실 사태들은 여전히 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뉴욕 20타임스스퀘어, 245 파크애비뉴, 라스베거스 더드루 호텔, 워싱턴 유니언 스테이션 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일부는 아직까지 손실을 최소화 하기 위해 국내 운용사 및 기관투자자들이 고군분투 중이다.
다만 부실 사태 발생 ‘이후’의 대처 능력을 놓고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의견이 많다. 뉴욕 20타임스스퀘어는 올해 초 벌어진 경매에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이 낮은 가격에 낙찰을 받아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 라스베가스 더드루호텔 역시 부동산 소유권 양도제도(Deed in Lieu) 조항에 따라 선순위 채권자에 자산 소유권이 넘어갔다. 결국 중순위 채권자에 투자했던 국내 기관들은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수익자와 증권사, 운용사 등 여러 기관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다 보니 빠른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더드루호텔 부실 사태 당시 국내 증권사들끼리 의사의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손실 방어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평가도 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보통 해외 투자는 수익자가 최소 세 곳 이상으로 이뤄진 건들이 많고 연관된 운용사나 증권사가 다수일 때도 있다”라며 “이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가 있어 의사결정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또 수익자 총회를 통해 각 관계자들의 합의를 얻어내다가 대응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많다”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 간 국내 자본시장에서 ‘해외 대체투자 붐’이 일면서 관련 투자 업력이 짧은 운용사나 증권사 IB팀에서 경쟁적으로 딜을 따왔다. 이렇다 보니 일부 운용역들은 해외 대체 딜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문제가 발생했을 시 수익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해결 방책을 제시하거나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올해 초 다올자산운용이 선순위 채권을 인수했던 ‘유니언 스테이션’ 건의 경우 국내에서는 손꼽히는 사례로 꼽힌다. 그간 해외 자산의 중순위 대출을 내줬던 국내 투자자들이 디폴트 상황 속에서 선순위 채권을 떠오며 적극적으로 손실을 방어했던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해외 대체 투자 시 파산이나 디폴트 등을 겪어본 운용사들이 드문 데다 국내에서는 수천억 원 규모의 자금이 추가 투입해야 하는 캐피탈콜(출자 승인)이 성사되기 쉽지 않은 탓이다. 만약 투자 자산의 가치가 장기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 중순위 채권자의 선순위 채권 인수는 결과적으로 손실 방어를 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서는 이러한 행위의 전례가 거의 없다 보니 우량 자산이더라도 손실 방어가 쉽지 않다.
사후 관리 뿐 아니라 애초에 투자에 들어가기 전 계약서 검토를 더욱 꼼꼼히 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사후약방문’ 식으로 문제가 발생한 후 그제서야 관련 조항을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닌, 투자 이전부터 딜 담당자가 로펌과 의견 교환을 통해 적극적으로 계약 내용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드문 사례이기는 하나 유니언 스테이션의 강제수용 관련 조항도 인프라 투자 시에는 향후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가격의 산정 방식을 기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해외 인프라 투자 경험이 있었다면 정부가 헐값에 수용을 시도하는 상황을 막았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더드루호텔의 부동산 소유권 양도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조항이 있었더라도 중순위 채권자로서 담보권 인수와 관련한 협의 기간을 좀 더 길게 약정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운용사나 증권사들이 한창 해외 투자에 목을 맸을 때 현지 로펌에서 작성한 영문 계약서조차 제대로 읽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라며 “해외 스폰서와 직접 연락을 하지 않고 로펌을 통해서만 소통을 하다가 결국 ‘사기’에 휘말린 사례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라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태로 부실 사태가 속출했다는 점은 안타깝지만 이를 통해 국내 투자자들의 자성이 있었던 점도 사실”이라며 “다만 이런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해외 투자와 관련한 사례를 꼼꼼히 공부하고 계약서 내용을 챙겼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은 있다”라고 말했다.
뉴욕 워싱턴 등 미국 우량자산 부실 수면 위로
코로나 사태로 ‘부메랑’처럼 불거지는 리스크들
운용사 증권사 별 ‘위기대처능력’ 새삼스레 주목
빠른 의사결정 창의적 손실 만회 방안 마련 중요
일각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꼼꼼히 검토했어야’
코로나 사태로 ‘부메랑’처럼 불거지는 리스크들
운용사 증권사 별 ‘위기대처능력’ 새삼스레 주목
빠른 의사결정 창의적 손실 만회 방안 마련 중요
일각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꼼꼼히 검토했어야’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08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