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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K팝 역사상 '걸그룹(여자 아이돌)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현역 최장수 걸그룹부터 갓 데뷔한 신인까지 좋은 성적을 내면서 '엔터사의 실적은 남자 아이돌이 책임진다'는 시장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특히 4세대(2019년 이후 데뷔) 걸그룹인 (여자)아이들, 에스파(aespa), 있지(ITZY), 스테이씨(STAYC), 르세라핌(LE SSERAFIM), 아이브(IVE), 엔믹스(NMIXX), 케플러(Kep1er), 뉴진스(Newjeans) 등이 거침없는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엔 트와이스와 블랙핑크가 각각 ‘Talk that Talk’와 ‘Pink Venom’으로 컴백해 ‘걸그룹 천하’에 정점을 찍고 있다.
1일 기준 국내 음원사이트 멜론의 ‘TOP100’ 1~10위를 모두 걸그룹이 차지하고 있다. 아이브가 ‘ELEVEN’, ‘LOVE DIVE’에 이어 ‘After Like’까지 3연타를 쳤고, 신인 뉴진스가 2곡이나 5위 안에 안착해있다. 5년만에 완전체로 컴백한 소녀시대의 ‘FOREVER 1’, (여자)아이들의 ‘TOMBOY’, 트와이스 나연의 ‘POP!’, 에스파의 ‘도깨비불(Illusion)’, 르세라핌의 ‘FEARLESS’도 차트 내에 자리하고 있다.
걸그룹이 대중성이 높기 때문에 음원 성적은 좋았다. 하지만 시장에선 ‘돈을 버는’ 음반 및 MD(굿즈) 판매나 콘서트 모객력이 남자 아이돌에 비해 약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결국 실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돈을 쓰는' 팬덤 규모가 큰 남자 아이돌의 성적에 집중해왔다.
이제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걸그룹 파워’를 주목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엔 남자 아이돌 성적이 압도적으로 좋아 ‘더 돈이 된다’고 봤고, 탑픽(최선호종목)도 남자아이돌 성적에 좌우가 많이 됐다”며 “최근 엔터사 모두 걸그룹들이 잘되고 있는데, 이젠 음원·투어·굿즈 판매 등 전방위에서 남자 아이돌 못지않게 성적이 좋아 톱픽도 잘나가는 걸그룹이 있는 회사로 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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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K팝 걸그룹 중 밀리언셀러(100만장 이상 판매)는 2020년 YG엔터테인먼트 소속 블랙핑크의 ‘디 앨범’이 유일했다. 그런데 올해 7월 SM엔터의 에스파가 미니 2집 ‘걸스’로 두 번째 걸그룹 밀리언 셀러가 됐다. 지난달 26일 JYP엔터테인먼트의 트와이스가 발매한 미니 11집 선주문이 100만장을 기록했고 ITZY도 8월31일 기준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다.
9월16일 발매하는 블랙핑크의 정규 2집 ‘본 핑크’ 선주문량이 이미 200만장을 넘겨 더블 밀리언이 확실하고 최종 트리플 밀리언(300만 이상)도 기대되고 있다. 현재 리패키지 앨범을 제외한 단일 음반으로 트리플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K팝 가수는 방탄소년단(BTS)뿐이다. YG엔터 측에서도 핵심 그룹의 ‘2년 만의 컴백’이기 때문에, 멤버별 앨범 구성을 보면 매출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여진다.
올해 데뷔한 신인들의 성적도 고무적이다. 이제 막 걸그룹을 내고 있는 하이브 소속 그룹들이 한 식구 간 경쟁을 보였다. 5월 데뷔한 르세라핌이 데뷔 앨범 초동 30만장을 기록해 걸그룹 신기록을 세웠는데, 뉴진스가 초동 31만장을 기록해 세달 만에 신기록을 경신했다.
실적에 영향이 큰 글로벌 투어에서도 걸그룹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트와이스는 상반기에 K팝 걸그룹 중 역대 최대 규모 북미투어를 성료했는데 추가 콘서트까지 더해 10만명 이상을 모객했다. 이후 도쿄돔 일본 콘서트도 진행했다. 같은 소속사 후배 걸그룹인 ITZY도 하반기 미주 8개 도시를 도는 첫 번째 월드투어를 개시한다. JYP엔터와 소니뮤직 재팬이 공동 기획해 2020년 데뷔한 걸그룹 니쥬(NiziU)도 8월 첫 일본 투어를 시작했다.
‘기대주’ 걸그룹들도 전망이 나쁘지 않다. 아이브는 국내뿐 아니라 수익성이 좋은 일본, 미국에서 성적이 기대 이상으로 나오고 있어서 예상 북미 투어 가능 그룹으로 꼽힌다. 초기 북미보다는 일본을 노리다가 최근엔 북미 쪽도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데, 현지 음반사들이 협업의 손을 내미는 등 반응이 오고 있다는 분위기다.
군대 공백기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투자자도, 엔터사도 실적만 잘 나온다면 걸그룹이 좀 더 ‘안정성’이 있는 편이다. 남자 아이돌들의 잦은 사건사고에 지친 K팝 팬들이 ‘덕질(팬 활동)’이 순탄한 걸그룹으로 발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걸그룹도 ‘무조건’ 믿고 갈 수만은 없다. 시장에 쉴새없이 경쟁자가 등장하기도 하고 세대 교체 사이클도 빠르다. 그룹 유지 및 수익 분배와 연관된 재계약 문제도 피할 수 없다. 올해 트와이스가 7월 전원 재계약을 완료해 우려를 줄였고, 블랙핑크는 내년에 재계약 문제가 대두한다. 통상 외국인 멤버들은 비교적 재계약률이 낮다보니 태국 출신 리사의 행보가 주목되는데, 본국에서 인기가 워낙 많고 아티스트 입장에서 글로벌 레코딩사가 국내사보다 수익 배분 비율이 더 좋기 때문에 ‘굳이’ YG엔터와 계약을 이어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단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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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돌 시장이 잠잠한 점도 ‘걸그룹 천하’에 기여했다. 현재 아이돌 시장에선 BTS가 압도적인 대중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원톱'인 BTS가 군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보니 활기가 비교적 덜하다. 통상 남자 아이돌은 톱 그룹의 '군백기' 동안 그 자리를 채우는 식의 세대 교체가 이뤄진다. BTS의 군문제가 해결되기까지 국내 남자 아이돌 시장은 과도기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어쨌든 BTS의 군입대 이슈가 계속되는 이상 하이브의 주가나 실적 방향성을 뚜렷하게 논하기 어렵다고 평한다. 지난달 31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BTS 병역 문제에 관해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결론을 내리라고 했고 여론조사를 빨리하자고 지시를 내렸다"고 언급하자 군 면제 기대감에 하이브 주가가 7% 급등했다가 다음날 그대로 상승분을 반납했다. 결국 또 ‘BTS 의존도’만 증명된 셈이다.
사실상 투자자들 사이에선 “BTS가 없다면 지금도 하이브 주가는 비싸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세븐틴도 연차가 차면서 수익분배에서 회사측이 점점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고, 엔하이픈은 CJ ENM과의 합작법인 소속이라 수익을 50% 나눠야 하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는 이제 해외투어를 돌기 시작하는 단계라 이익이 어느 정도 나올지 불확실성이 있다. 걸그룹 르세라핌이나 뉴진스는 이제 데뷔를 시켰으니 수익화 단계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지난 6월 주가 급락을 불러온 BTS의 ‘눈물의 회식’ 이후 하이브는 잠잠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관련해서만 최대한 힘을 쓰고 있는 분위기다.
하이브는 부산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차원에서 대규모 BTS 부산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그런데 장소 안전 문제 등을 둘러싸고 하이브와 정부가 책임 미루기를 하는 모습이 나타났고, 결국 2일 경기장 장소가 변경됐다. 잡음이 많은데도 강행하는데는 그만큼 절박한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직 하이브를 비롯해 BTS 멤버들도 정부의 군면제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은 분위기라 전해진다.
군입대 문제도 결국 회사의 이익이 어떻게 될건가 문제다. 최근 발매한 Yet to come 성적이 ‘방탄 치고’ 부진했던 가운데 솔로 앨범, 콜라보 음원 등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이 회사 측 입장에서는 '존재감'을 나타내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BTS의 '재재계약' 시기는 회계상 2024년 말쯤으로 예상되는데, 만약 올해 이후 멤버들의 군입대가 시작되면 사실상 군복무 이후 계약 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지금부터 회사측과 멤버 간의 ‘줄다리기’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단체활동 중단 선언 이후 처음으로 BTS 멤버 제이홉의 솔로 앨범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가 7월 발매됐는데, 초동(첫 일주일 판매량)이 36만장 정도(출하량은 50만장 수준)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요즘 같은 앨범 시장에서 그래도 방탄인데’라며 실망감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엑소(EXO) 백현의 솔로 미니앨범 ‘Bambi’가 초동 86만장을 기록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BTS가 올해 Yet to come 같은 앨범을 내고 하반기 투어도 돌지 않을거였다면, 아예 군입대를 하고 중간에 녹음을 했으면 공백기가 6개월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최근 행보를 보면 회사하고 BTS 멤버간의 기싸움이 있나 하는 추측이 나오는데, 하이브 측도 지금의 방탄을 만드는 데에 마케팅 등 서포트가 많이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파·아이브·뉴진스…'대표' 트와이스·블랙핑크까지
높아진 실적에 달라진 인식…엔터株도 '걸그룹'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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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09월 0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