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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업체 '포티투닷(42dot)' 인수는 그룹의 소수 지분 투자부터 경영권 인수까지 스타트업 투자의 사이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대차그룹은 외부 업체였던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그룹의 SW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한다. 내부 인력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의선 회장과 송창현 대표의 인연으로 시작한 이번 거래의 최대 수혜자는 당연 송 대표이다. 총 4200억원 규모의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송 대표는 구주 매각을 통해 큰 돈을 손에 쥐었고 적어도 현재까진 현대차그룹 미래차의 핵심인 자율주행 사업을 책임지는 수장으로 남아있다.
과연 이번 거래를 통해 현대차그룹도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까?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포티투닷은 자율주행 및 모빌리티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이다. 네이버랩스 출신의 송창현 대표가 2019년 설립했다. 설립 당시 현대차가 시드(Seed) 자금을 출자했다. 설립 직후 SK와 LG, CJ그룹 등으로부터 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기아와 LIG넥스원, KTB네트워크, 신한은행, IMM인베스트먼트, KTB네트워크(현 다올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총 투자 유치 금액은 약 1600억원에 달했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현대차 임직원들이 깊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당히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2021년 현대차그룹은 파격적인 인사를 발표했다. 현대차는 전사의 모빌리티 기능을 총괄하는 'TaaS(Transportation-as-a-Service)본부'를 신설해 송 대표에게 사장 직함을 부여한다. 송 대표는 여전히 포티투닷의 대표이사로 재직중인 상황이었고, 현대차그룹은 원칙적으로 외부 겸직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송 대표만은 예외였다. 미래차 기술의 핵심인 자율주행·모빌리티 서비스를 총괄하는 조직의 수장에 오른 송 대표는 김걸 기획조정실장(사장), 공영운 전략기획담당(사장), 지영조 이노베이션담당(사장)과 비견할만한 그룹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사로 급부상한다.
이 같은 인사는 정의선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조치로 평가 받는다. 실제로 송 대표가 포티투닷을 설립하고 현대차가 영입하기까지 정의선 회장이 수 차례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가 TaaS 본부를 본격적으로 이끈지 1년,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의 경영권 인수를 결정했다. 거래 규모는 4200억원, 현대차가 2750억원, 기아가 1530억원을 출자했다. 양사의 합산 지분율은 93%이다. 재무적투자자(FI)들의 지분은 불과 2~3년만에 투자금을 전액 회수했고, 일부 전략적투자자(SI)들은 7%가 채 안되는 지분을 보유한 채 잔류했다. 이 과정에서 송 대표는 구주매각을 통해 약 1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손에 쥐게 됐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TaaS 본부 내 인력을 포티투닷으로 이동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만만치 않다. 물론 현대차가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대주주이긴하지만 본사가 아닌 자회사로 이동해야하는 임직원들의 부담이 상당히 큰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는 포티투닷을 현대차 모빌리티 SW의 중심으로 육성하겠단 계획이다. 의문점이 여기서 시작된다.
물론 폴크스바겐의 카리아드(Caraid), 제너럴모터스(GM)의 크루즈(Cruise)와 같이 외부에 소프트웨어 조직을 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사례는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차가 자체 개발중이던 자율주행 기술과 포티투닷의 기술은 상당히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자율주행의 핵심은 라이다(LIDAR), 즉 펄스 레이저를 통해 주행 과정에서 주변 모습을 정밀하게 그려내는 장치이다. 포티투닷은 라이다 대신 카메라와 레이더를 이용해 자체 기술로 구현하는 경량화 지도를 사용한다.
이는 현대차와 테슬라가 양산하는 자율주행 차량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완전자율주행으로 평가받는 레벨4 자율주행 시대의 패권을 누가 쥘 것인가에 대한 경쟁의 핵심이다.
현대차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현대차그룹이 이제껏 구상하고, 실현해온 자율주행의 핵심 기조를 뒤바꾸겠단 의도와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라이더와 레이더, 카메라라는 단순히 센서 장치를 바꾸는 문제를 넘어서 차량의 소프트웨어는 디자인과 하드웨어 측면의 전면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작업을 의미한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구현을 눈앞에 둔 4세대 자율주행의 핵심에선 라이다가 빠질 수 없는 구조”라며 “이번 포티투닷의 인수를 통해 과연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가 상당히 모호하다”고 평가했다.
물론 포티투닷의 기술력이 테슬라를 비롯한 자율주행 기업들과 비교해 월등한 비교우위에 있다면 논란이 여지가 줄어들겠지만 현재로선 포티투닷이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진 못한 것으로 평가 받는게 사실이다. 어느 기업이 완전자율주행 체제를 먼저 구축하느냐는 완성차 업체의 최대 화두이기 때문인데 자칫 전면적인 전략 수정이 이뤄질 경우 경쟁 구도에서 현대차그룹이 실기(失期)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포티투닷으로 SW핵심 조직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탈이 발생한다면 인력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단 지적도 만만치 않다.
TaaS 인력이 대거 이동하면 설립 3년차, 마땅한 기술력과 핵심 상품을 아직 구현해 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 받는 포티투닷은 이제 현대차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브레인' 조직으로 부상하게 된다. 현재로선 송창현 대표가 수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의 총애를 업고 현대차그룹의 임원으로 발탁된 송 사장이 과연 모회사인 현대차, 기아의 연구개발인력과 경영진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을진 예단하기 어렵다. 현대차그룹의 조직 문화가 상당히 경직된 부분도 인정해야하지만 약 1년이 조금 넘는 TaaS 본부장으로서 역할을 비쳐봤을 때 송 대표는 아직 그룹 내 입지를 굳히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또한 투자자들과 임직원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요인이다.
현대차그룹의 포티투닷 인수와 관련해 어떤 주주간계약이 맺어져 있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설립 초기 당시부터 현대차그룹이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두고 시드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보는 평가도 있다. 포티투닷의 자금 소진, 그리고 앞으로 수천억원 이상의 자금소요가 발생할 수 있는 부담을 초기 단계부터 투자금 유치에 나섰던 현대차그룹이 책임지는 차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4200억원의 자금은 현대차그룹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있다. 자금의 배분을 떠나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전략과 방향성에 맞닿아 있는 문제에 대해 투자자와 임직원, 완성차 업계 관계자들 모두가 명확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는게 포티투닷 인수 논란의 핵심이다.
포티투닷 인수와 관련,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본부는 양산차 대상으로 한 자율주행 SW와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기존 업무를 지속 수행하고, 포티투닷은 EV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 중심 SW 개발을 전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며 "포티투닷 인수는 라이더 기반-Non 라이더 기반 개발을 병행 추진함으로써 타사 대비 기술 경쟁 우위 확보를 추진하기 위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Invest Column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09월 0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