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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주가는 7일 2만4850원에 마감하며 최저점을 재차 경신했다. 고점 대비 74% 하락했고 공모가보단 36% 낮은 가격이다. 이쯤 되면 심하게 저평가됐단 우려가 나올 법도 한데, 제값 찾아가는 거란 반응을 더 자주 접한다. 850원만 더 빠지면 지난해 "카카오뱅크는 플랫폼 아닌 은행"이라던 증권사 매도(Sell) 리포트의 적정가 2만4000원에 딱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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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투자업계에선 시중 자금을 유치해 지배적 플랫폼이 되겠다는 사업 모델에 대한 관심이 바닥을 치고 있다. 유동성 공급이 한창일 때라면 베팅해보겠지만, 자고 일어나면 금리를 성큼성큼 올리는 시기에 적합한 투자처가 아니란 얘기다. 회수 창구인 IPO 시장은 막혀 있고, 이미 충분한 시장 점유율과 고객 기반을 보유한 플랫폼 기업마저도 실적이 받쳐주지 않으면 주가 거품을 토해내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 주가 하락은 이처럼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한 불운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카카오뱅크가 과연 금융 플랫폼이었던 적이 있었는지를 따져보는 게 우선일 듯하다.
"정말 잘 만든 애플리케이션(앱)이지만 대출 이자를 확인하려고 카카오뱅크를 수시로 들락거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플랫폼 밸류로 상장은 해낼 텐데 결국 플랫폼이 되진 못할 것이라 본다"
지난해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를 앞둔 시점 금융 컨설팅 업계 관계자가 내놨던 평이다. 당시만 해도 카카오뱅크는 금융 플랫폼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던 때다. 상장한지 1년 1개월이 지난 현재 카카오뱅크 주가를 보고 있자면, 이제 그냥 인터넷 은행으로 불러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 앱에 비해 빠르고, 깔끔하고, 편리하다. 그러나 앱에 접속할 일이 드물다. 자주 사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유튜브·쿠팡·넷플릭스 등 흔히 말하는 플랫폼과 비교하면 안 쓰거나 덜 쓰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카카오뱅크가 금융 플랫폼으로서 정체성을 주장하기 위해 '일간' 활성 사용자(DAU) 대신 '월간' 활성 사용자(MAU) 정보를 내놨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단 지적이 많았다. 사용할 일이 적다는 건 카카오뱅크가 확보할 수 있는 고객 데이터가 제한적이란 얘기가 된다.
플랫폼 아닌 기업이 플랫폼 기업에 부여되는 프리미엄만 잔뜩 끌어다 비싸게 상장했다고 하면 앞뒤가 맞는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톡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를 각각 따로 떼서 상장시키기로 하면서 시중 자금은 왕창 끌어모을 수 있었지만 그 순간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은 애매해졌다"라며 "카카오톡 사용자가 시중은행 대신 카카오뱅크를 사용해야만 하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유인 같은 게 있는지 주변에 물어보면 답이 명확해진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카카오뱅크는 은행'이란 주장이 맞아들어가는 모양새다. 그렇게 보자면 여전히 비싸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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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노트
상장 후 13개월 만에 공모가 -36%까지 하락한 카뱅
850원 더 빠지면 지난해 매도리포트 적정가와 일치
플랫폼 아닌 기업이 플랫폼 밸류로 상장한 결과 평
상장 후 13개월 만에 공모가 -36%까지 하락한 카뱅
850원 더 빠지면 지난해 매도리포트 적정가와 일치
플랫폼 아닌 기업이 플랫폼 밸류로 상장한 결과 평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09월 07일 17:0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