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기 수익성 나빠진 캐피탈사..."메리츠·애큐온 등 모니터링 필요"
입력 22.09.07 18:23
실물·금융시장 둔화로 높아진 부동산 여신 부실 가능성
부동산 개발사업 규모 23.6조원…내년 상반기 만기도래 많아
A급·비은행계 캐피탈사, 높은 위험 부동산개발사업 비중 높아
  • 금리 상승에 실물·금융시장 성장 둔화로 캐피탈사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동산 호황기에 캐피탈사들이 부동산개발사업 규모를 늘려왔는데, 자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여전채를 통한 자금조달도 난항을 겪으면서 자산건전성 관리 및 투자자금 회수 여부 등이 캐피탈사 신용등급 전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7일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캐피탈사 크레딧 이슈 점검 웨비나를 열고 캐피탈사의 고위험 익스포져 현황과 리스크 요인을 분석했다. 기준금리 상승 및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여전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캐피탈사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동영호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여신 포트폴리오가 중소기업 및 저신용 차주에 집중돼 있어, 조달비용 증가분을 여신금리에 즉각 반영하기 쉽지 않다”며 “여신금리 인상 시 한계 차주 여신에 대한 대손비용 증가 가능성도 존재해 금리 상승은 캐피탈사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물·금융시장의 성장 둔화세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여신 부실 발생 및 투자금융 회수 지연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문제다. 나신평에 따르면 캐피탈사의 2022년 3월말 부동산 개발사업 실질 익스포져는 약 23조6000억원이다.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업무보고서 기준으로는 18조1000억원으로, 알려진 규모보다 5.5조원 더 컸다. 

    캐피탈사 부동산 개발사업의 만기도래 시점이 2023년 6월 말 이전에 주로 몰려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개발사업의 40% 이상이 2023년 6월 말 이전에 만기가 돌아오는데, 신용도 A급 및 비은행계 캐피탈사들의 비중이 신용도 AA급 및 은행계 캐피탈사 비중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 책임연구원은 “여전채 수요 감소로 캐피탈사의 단기성 차입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부동산 개발사업 자산 회수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게 되면 캐피탈사 유동성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신평이 캐피탈사의 부동산 관련 여신 운용자산 분석 결과, A급과 비은행계 캐피탈사의 위험도가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개발사업의 만기도래시점을 분석한 결과, 2023년 6월 이전 만기가 도래하는 브릿지론과 PF의 비중이 A급 캐피탈사와 비은행계 캐피탈사에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도가 높은 비주거용/서울 외 부동산 개발사업 비중 역시 A급과 비은행계 캐피탈사가 높았다. 

    특히, A급 캐피탈사 브릿지론의 82%, 비은행계 캐피탈사 브릿지론의 83%가 2023년 6월 말 이전에 집중돼 있다. 자산회수가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추가 자금 조달 또는 여신 만기 연장이 불가피해 유동성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 책임연구원은 “A급/비은행계 캐피탈사의 부동산 관련 여신의 만기구조가 더 단기화돼있어 자산회수 및 자금조달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일반대출 내 PF&브릿지론, 부동산 담보대출도 A급/비은행계 캐피탈사의 부동산 익스포져 부담이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메리츠캐피탈과 애큐온캐피탈의 경우 외부환경에 따라 리파이낸싱 위험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자산회수와 신규 자금 조달 확대 등 보수적인 자산·부채종합관리(ALM)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신평은 캐피탈사의 자산건전성 관리를 통한 투자자금 회수 및 유동성 관리 능력 등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동 연구원은 “운용 만기가 장기화돼 있는 저위험 사업포트폴리오 보유 여부 및 회수 지연으로 인한 현금흐름 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의 자본적정성 및 유동성 확보 여부가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라며 “조달 장기화 수준, 조달원 다각화 등 조달 측면의 안정성도 신용등급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