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춘추전국'과 비교되는 메디트 매각…기술 우위에도 유효기간?
입력 22.09.14 07:00
올해 M&A 최대어지만 인수 열기는 예상보다 미지근
기술력 앞세워 글로벌 수위권 도약…4조 몸값은 부담
기술 우위 유효기간이 핵심…전기차 산업과 비교도
경쟁 심화 가능성…테슬라 같은 브랜드 갖출지 의문
  • 메디트는 올해 M&A 시장 최대어로 꼽힌다. 매각가는 처음 3조원대로 거론됐으나 이제는 최대 4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매출 2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의 중소기업 몸값으로는 이례적이다.

    시장의 주목 대비 인수 경쟁은 치열하지 않았다. 글로벌 임플란트 1위 스트라우만 포함 국내외 기업들은 ‘초기 스터디’만 하고 발을 뺐다. 이제는 GS그룹을 우군으로 초빙한 칼라일그룹과 CVC 등 대형 사모펀드(PEF)만 남았다. 각자 자문사를 고용했고 금융사와 인수금융 조달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메디트가 좋은 회사라는 점에 대해서는 시장의 평가가 일치한다. 회사는 구강스캐너 제조 사업을 한다. 유니슨캐피탈이 2019년 메디트를 인수한 후 글로벌 수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2019년 매출 721억원, 영업이익 361억원이었는데 작년엔 매출 1905억원, 영업이익 1040억원이 됐다.

    메디트는 사업 성장성이 크고 수익성도 좋은데 4조원의 몸값을 지불할 곳이 있느냐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대형 PEF는 자금력이 있지만 최근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투자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며 대규모 투자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비싸게 인수하면 다음 회수 때 관심을 가질 인수자가 줄어든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최근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은 치솟는 원달러 환율 정도다.

    한 글로벌 PEF 관계자는 “조단위 투자는 할 수 있지만 인수 금액이 커질수록 회수 때 초청할 수 있는 후보군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건강·의료기기 분야는 성장성이 크고 유망하지만 아직 절대적인 시장 규모가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메디트가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는 점은 3차원(3D) 스캔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수한 스캔 알고리즘을 활용해 저렴한 기기를 쓰면서도 정확한 스캔 성능을 낸다는 평가다. 스캐너 수요자의 접근성이 좋아지니 점유율도 따라 올랐다.

    문제는 이런 독보적인 강점이 언제까지 유지가 될 것이냐다. 현재는 차별화 요소가 명확하지만 몇년 뒤에도 그럴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하드웨어 자체의 성능은 경쟁사들도 우수하고, 고성능 장비들의 가격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역시 경쟁사가 따르기 어려울 정도로 장벽이 높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메디트의 상황을 전기차 시장과 비교하는 시선도 있다. 모델S 출시 초기 경쟁이 치열하지 않던 시기를 주도한 테슬라와 메디트의 승승장구가 닮아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제는 모터와 배터리, 플랫폼 등 핵심 부분을 조합할 ‘의지’만 있으면 어지간한 기업은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우후죽순 전기차 제조사가 나타나고 있다. 2012년 10만대 규모이던 전기차 시장은 올해 100배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언제든 기술 수준이 비슷한 곳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메디트와 테슬라를 완전히 같은 선상에 놓기는 어렵다. 테슬라는 B2C, 메디트는 B2B다. 테슬라는 처음부터 구축한 브랜드를 지금까지 잘 활용하고 있지만, 메디트는 사업 성격상 브랜드 가치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동일한 기술력을 가진 곳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하면 시장 지위가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메디트 인수를 검토했던 투자사 관계자는 “메디트가 지금은 좋은 기술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을만한 기술인지는 모르겠다”며 “메디트는 경쟁이 낮던 전기차 시장 태동기를 즐기는 것과 비슷한데 이런 상황이 3년, 5년 뒤에도 이어질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