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아깝고, 리스크는 싫고…JV 적극 활용하는 대기업들
입력 22.09.15 07:00
경영권 거래보다 비용 부담적고 거래종결까지 시간 짧아
현지 해외 네트워크 확보 목적도…원활한 연착륙 차원
배터리 원재료 가격 급등에 따라 이차전지 기업 JV 다수
  • 올해 기업들의 합작사(조인트벤처·JV) 활용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업 확장의 기회는 잡아야 하지만 불확실성을 온전히 감수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JV는 한 기업이 확고한 주도권을 갖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성과는 한 곳이 온전히 챙기기 어려운데, 결별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는 경우도 많으니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기가 불안정해지고 공급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며 JV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가치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배터리·전기차·수소경제 등 유망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유력 기업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경영권 거래보다 투자 비용이 적고 거래 종결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짧다는 점을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권한이 축소되는 대신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 부담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JV는 해외 현지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 현지 기업과 손을 잡으면 시장에 빠르게 연착륙 할 수 있다. 나라에 따라서는 현지 기업과 합작사를 꾸리지 않으면 사업 허가를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올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의 합작사 설립 사례가 많았다. 미국의 스텔란티스·GM·ADM·소일렉트, 중국의 슈에·베이징가스·화유보칼트, 일본의 도레이·혼다·TPS·샤인파트너스·라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 기업의 사업 파트너로 나섰다.

    올해는 특히 니켈·리튬 등 배터리 원재료 가격 급등에 따라 이차전지 업체 중심으로 글로벌 동맹이 두드러졌다.

  • LG그룹은 이차전지 원재료 확보나 전기차 충전시설 확장 등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LG화학은 미국 ADM(젖산·폴리젖산), 일본 도레이(분리막), 중국 화유코발트(양극재)와 각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JV를 설립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화유코발트와 JV를 맺었고, 고려아연과 추진중인 전구체 생산 JV에는 수천억원대 자본금 투입을 계획하고 있다. 

    규모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일본 혼다와 체결한 배터리 합작사가 5조1000억원으로 가장 컸다. 그 다음은 삼성SDI와 미국 스텔란티스의 미국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JV(25억달러·한화 약 3조)였다. 이번 합작사 설립으로 삼성 SDI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거점은 국내 울산을 비롯해 헝가리, 중국 서안까지 총 4곳으로 확대했다.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에 힘을 싣기 시작한 롯데는 미국에서 JV 설립을 준비 중이다. 연내 CDMO 사업을 위한 해외 JV 파트너를 확정하고, 내년 말 착공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산업의 회사들이 손잡고 새 시장을 선점하는 경우도 보인다. CJ ENM·스튜디오드래곤과 네이버웹툰의 일본 계열사인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 간 JV인 스튜디오그래곤 재팬, LS엠트론-웅진기계의 농업 토탈 솔루션 JV 등이다. 

    JV 형태는 아니더라도 지분 맞교환 식으로 협력관계를 포석으로 깔아둔 사례도 있다. 7일 현대차와 KT는 7500억원 규모로 지분을 맞교환해 6G 자율주행 기술, 위성통신 기반 AAM(미래 항공 모빌리티) 통신망 선행 공동연구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엔 SK텔레콤이 하나금융과 4천억원 규모로 지분을 맞교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