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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타트업, 벤처캐피탈(VC)업계는 사실 처음으로 '리세션(recession)'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 충격의 여파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로 벤처투자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거기에 내년도 한국모태펀드 예산 규모까지 줄면서 공포감은 더해졌다. 돈이 넘쳐날 때를 기억하는 창업자와 VC들은 돈 구할 길이 막혀버린 현실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역외 투자자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한국 VC업계가 현재 상황을 너무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시장의 성숙도에서 나오는 생각의 차이, 또는 대응 여력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이들은 리세션이 접어들고 있는 지금이 투자하기에 더 좋은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건강하지 못한 기업들을 솎아내고 그러고 나면 정말 '단단한(solid)' 기업들만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스타트업, VC업계에 이렇게 얘기한다. "리세션은 건전하다"
한국 스타트업, VC업계의 문제점을 꼽자면 경기에 따라 변동성이 큰 섹터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 꼽힌다.
예를 들면 글로벌 VC시장에서 헬스케어, 에너지 분야의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암 치료제를 개발한다든지, ESG 트렌드에 맞춰 청정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는 것은 리세션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B2B(Business to Business)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얘기다.
반면 한국엔 B2C(Business to Consume) 중심의 플랫폼이 많다. 코로나 효과를 톡톡히 본 이들 플랫폼은 정상화 과정을 침체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한국의 B2C 플랫폼들은 기술적 측면보다는 광고 효과 효율에 포커스를 맞춰놓는데 역외 투자자들은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꺼린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 컨슈머 스타트업을 창업한다든지, 이런 기업에 투자를 해서 엑시트를 꾀한다는 건 쉽지 않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더 이상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M&A가 한창 진행중이거나 상장을 추진하는 이커머스 업계 입장에선 과거의 영광은 잊는 편이 낫겠다.
시장에선 리세션으로 스타트업 업계가 "1등만 살아남게 될 거다",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해질거다"라고 우려한다. 그런데 이게 정상이고, 그게 VC의 본질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강력한, 견조한 테크플레이어들의 성장은 진행형이다. 언제까지 정부의 마중물만 받아 마실 순 없지 않나.
취재노트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09월 08일 11:1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