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에 흔들리는 포스코 최정우號
입력 22.09.19 07:00
취재노트
  • 태풍 힌남노에 피해를 입은 포스코그룹에 정부의 입김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열어 피해의 심각성을 강조했고 ‘피해 발생 원인을 중점적으로 따져보겠다’고 했다.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지만 정부가 가세하자 관치(官治)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최정우 회장의 임기는 1년반가량 남았다.

    사실 힌남노의 피해로 포스코가 입은 손실은 막대하다. 포항제철소 고로는 49년만에 처음으로 가동을 멈췄는데 이로 인한 하루 단위 피해액은 최대 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12일 고로는 정상 가동을 시작했지만 압연 공정을 비롯한 후공정 라인의 완벽한 복구까진 여전히 수 개월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피해 복구가 한창인 상황에서 산자부는 회사와 포스코 경영진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사전 대비와 사후 대책 마련에 문제가 없는지를 따져보다는 것이다.

    여당도 정부에 힘을 실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6일 "관계 당국은 포스코가 기후 변화에 대한 대비책이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해 당에 보고하길 바란다"며 "대비책 마련에 소홀한 것이 드러난다면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수 차례 예고된 태풍의 위력에 포스코가 얼마나 기민하게 대응했는지는 따져봐야한다. 포스코의 생산차질은 협력업체와 자동차, 조선, 전자, 건설 등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안임은 분명하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포스코의 사업적 피해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식시장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사후 대응 과정에선 명확한 피해 상황, 복구 기간과 방안 등은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포스코는 산자부의 브리핑 직후 비교적(?) 명확한 현황을 공개했는데 이 역시 정부와 포스코의 인식 차이를 나타내는 꼴이 됐다. 산자부는 2열연공장을 비롯한 완벽한 복구까지 최대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포스코는 3개월 내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가 중앙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야 할 유인이 있는지 여부를 떠나서 현재의 피해상황과 앞으로의 대처방안에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와 여당이 포스코그룹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면서 최정우 회장 체제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최정우 회장의 임기는 2024년 3월까지이다.

    이구택, 정준양, 권오준 전 회장 등 역대 포스코그룹 회장들 가운데 연임 임기를 채운 인사는 없다. 정권 교체와 함께 회장직 교체가 마치 공식처럼 자리잡은 포스코그룹은 민간기업도 공기업도 아닌, 여전히 애매한 위치에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연이은 사망사고를 비롯한 중대재해, 정권이 교체한 시기에 최정우 회장이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 끊이질 않던 참에 때마침(?) 찾아온 힌남노는 포스코 지배구조에 정치권이 입김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구실을 마련해 준 모양새가 됐다.

    포스코그룹 내부적으로 이번 피해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든 외풍(外風)으로 인해 경영진에 문책성 인사가 내려지든, 포스코의 사업 정체성에는 변화가 일 가능성이 높다. 핵심인 철강부문을 강화하겠다는 기조는 최정우 회장이 취임한 이후 ‘비철강 부문 확대’로 180도 뒤바꼈고, 올해 초 물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포스코는 철강부문(포스코) 외에 포스홀딩스 아래 자회사들을 통해 미래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또 한번의 ‘코드 인사’가 이뤄진다면 겨우 자리 잡고 있는 최정우호(號) 포스코에 또 한번의 혼란이 찾아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결코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