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이사장 맞은 국민연금...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목소리 낼지 관심
입력 22.09.20 07:00
지난 2020년, 신한·우리금융 회장 선임에 반대표 던져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기조…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
다만, 금융지주 과점 주주 의사 따라 영향력 제한적 평가
  • 윤석열 정부 들어서 국민연금 이사장이 새롭게 취임해 앞으로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에 나서면서 기업 및 금융기관에 영향력을 넓히고 있어서다. 특히 금융지주 회장 연임이라는 중요한 이벤트가 연말에 예정되어 국민연금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이달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김태현 예금보험공사 전 사장이 취임했다. 김 신임 이사장은 1966년생으로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외교통상부를 거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금융서비스국장, 자본시장국장,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정통 금융관료로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이사장의 취임과 함께 금융권의 관심은 국민연금이 앞으로 보일 행보다.

    당장 올해 말 신한과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 이슈가 있다는 점에서 김태현의 국민연금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 관심사다. 국민연금은 올해 6월 말 기준 신한금융 지분 8.37%, 우리금융 7.86%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0년 주주총회에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국민연금이 내세운 이유는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의 침해 이력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당시 조 회장은 부정 채용, 손 회장은 DLF사태로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끌어내지 못해 무산됐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국민연금이 반대할 거란 전망이 많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었더니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회장 선임에 반대 의사를 표했지만 아무런 실익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며 "결과가 어떻든 국민연금이 회장 선임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전력 때문인지 새 정부에서 신임 이사장이 취임한 국민연금이 앞으로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서 국민연금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현 정부가 금융지주 및 적극적인 주주권에 대한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금융지주들은 최근에 진행되는 금융당국의 검사 및 수사를 예의주시한다. 잘못 '꼬투리'가 잡히면 국민연금이 회장 선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빌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회장 선임을 앞둔 금융지주 입장에선 금융당국의 잇따른 검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라며 "검사 결과도 영향을 미치지만 이런 검사들이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의 영향이 '찻잔 속의 태풍'일 수 있다는 견해와 더불어, 어떠한 의사를 표시하지 않을 수 있다. 과거 회장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실효성이 없었던데다 금융지주의 주요 과점 주주들이 들어서면서 국민연금 단독으로 회장 선임 등 주요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데 제약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우호 지분을 확보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한다고 연임을 막기는 힘들다"라며 "다만 현 정부에서 금융지주의 거버넌스를 바라보는 시각을 확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