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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을 포함한 '범 LG가(家)'가 더이상 NH투자증권의 '텃밭'(captive market;내재 시장)이 아니게 됐다는 시각이 우세해지고 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추진 과정에서부터 불거진 균열이 올해 들어 커버리지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배경을 두고 여전히 이런저런 설이 오가지만, 막상 확실한 이유는 찾기 어렵다는 평이 많다. NH투자증권이 국내 1위 IB하우스로 성장하는 데엔 LG그룹 관련 거래가 기여한 바도 큰만큼, 이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15일 증권가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LG그룹 일감에서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은 지난해 이후 꾸준히 시장에서 제기돼 왔다. 지난 상반기 LG CNS IPO 주관사 선정 당시 NH투자증권이 LG엔솔에 이어 연거푸 입찰 제안 요청서(RFP)도 받지 못한 것은 유명한 일화로 꼽힌다.
최근 들어선 이 같은 분위기가 NH투자증권의 기업금융전담역(커버리지) 전반으로 옮겨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상반기 말 진행된 LG그룹 계열사 두 곳의 회사채 발행에서 NH투자증권은 대표주관 자리를 따내지 못했다. 게다가 당시는 정영채 사장이 LG CNS IPO 주관 자리를 직접 챙기던 시점이었다.
한 경쟁 증권사 IB 담당 임원은 "LG증권에서 우리투자증권, 다시 NH투자증권으로 이름이 바뀌면서도 끈끈히 이어져 온 LG그룹관의 관계가 옅어졌다는 시각이 확실히 늘어난 것 같다"며 "LG CNS 주관 선정 때도 NH투자증권은 프레젠테이션(PT)의 질 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했지만, 아무 역할을 맡지 못한 걸 두고 LG그룹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대기업 그룹사에서 떨어져 나온 증권사가 대체로 기존 네트워크를 공고히 가져가는 관행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속 사정을 두고 여전히 말만 무성하다는 평이다.
당장 지난해 LG엔솔 IPO 땐 계열 운용사가 배경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NH-아문디자산운용이 지난 2020년 LG화학이 전지사업부(현 LG엔솔) 물적분할에 대한 반대 의견을 검토하며 심기를 거슬렀다는 것이다. 당시 LG그룹 차원에서 배터리 사업의 해외 진출 등 확장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필수적인 거래였던 데다 국민연금까지 분할을 반대했던 터라 소위 괘씸죄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였다.
이 밖에 범 LG가 기업인들이 NH투자증권을 통해 가입한 옵티머스 펀드의 부실 사태나, 경쟁사 임원으로 재직 중인 범LG가 내부 친인척 임원의 존재 등도 여전히 배경 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은 과거에도 비슷한 문제로 그룹사와 관계가 틀어진 전적이 있기도 하다.
지난 2007년 우리투자증권 시절 하이마트 인수전 당시 일이다. GS그룹과 경합하던 유진그룹에 우리투자증권이 지급보증을 섰다. GS그룹 역시 범LG가의 일원으로 LG증권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맺어진 고객 관계였던 터라 그룹 내부에서 상당한 공분을 샀다는 평이 많았다.
증권사 IPO 담당 한 실무진은 "십수년을 이어온 관계가 현재 시중에 나오는 설 만으로 망가졌다고 보긴 힘든 측면이 있지만, 으레 맡았어야 할 LG그룹 거래에서 NH투자증권이 빠지는 등 사례가 늘면서 실무진 교체로 인한 업무 공백 등 여러 이야기가 여전히 많다"라며 "증권가 전반이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양자 관계에 대한 시장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엔솔 IPO 배제서 시작된 잡음 커버리지 전반으로
펀드사태 등 배경 추측 여전…과거 GS 사례도 조명
하반기 성적표 포함 속사정 둔 시장 관심 지속될 듯
펀드사태 등 배경 추측 여전…과거 GS 사례도 조명
하반기 성적표 포함 속사정 둔 시장 관심 지속될 듯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09월 1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