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 TF 5년, '경쟁력 제고'는 허울...결국 계열 사장단 노후 보금자리?
입력 22.09.21 07:00
JY 복귀와 함께 금융TF 5년 재조명…좋게 말해 '정중동'
미전실 시절 '금융일류화팀' 후신 격이지만 존재감 미미
사업지원 TF와 소통 창구 역…위상 대비 성과도 불명확
박종문 TF팀장 리더십도 도마…5년 명맥만 이어왔단 평
임기·역할 불투명하니…'60세룰' 따라 벌써 후임 하마평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복귀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그룹 금융 계열사를 관장해온 금융경쟁력제고 태스크포스(TF)의 지난 5년도 재조명될 예정이다. 조직의 태생적·구조적 한계가 뚜렷한 만큼, 그간 금융경쟁력 TF의 행보를 두고 '앱 하나 만든 것 말고는 한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미래전략실 시절 금융일류화추진 TF부터 쭉 자리를 지켜온 박종문 삼성생명 부사장 등 담당 임원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이르면 연말께 이 부회장의 승진과 TF 체제 개편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지만 금융경쟁력 TF에 대한 큰 기대감은 전해지지 않는다. 기능만큼이나 임기가 불투명한 조직인 탓에 계열 경영진이 정년을 연장할 보금자리 역할로 변질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전해진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출범 5년째인 금융경쟁력 TF에 대한 시장의 시각은 여전히 과거 미전실 체제의 산물 정도에 머물러 있다. 사실상 2004년 만들어진 금융일류화추진 TF가 2015년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팀으로 격상한 뒤 현재까지 이르렀단 얘기다. 

    금융일류화추진팀은 이 부회장 시대를 맞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익을 담당했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를 일원화한 것도 금융일류화추진팀의 작품으로 꼽힌다. 당시 삼성금융지주가 계획대로 출범하면 팀이 그대로 지주사 역할을 맡게 될 거란 평까지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후 불거진 이 부회장 사법 리스크로 금융지주사 출범을 비롯한 작업이 무산된 것은 물론 미전실과 일류화추진팀도 해체 수순을 밟았다. 

    1년 뒤인 2018년 이 부회장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선포하며 사업지원 TF(삼성전자), EPC경쟁력강화 TF(삼성물산), 금융경쟁력제고 TF(삼성생명)으로 구성된 현재의 3개 TF 체제가 마련됐다. 그러나 미전실 시절 인사가 대거 TF로 복귀하며 첫 단추부터 '후신'이란 인식이 굳어졌다. 

    지난해 말 승진한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 사업지원TF장과 박종문 삼성생명 부사장 금융경쟁력 TF팀장이 대표적 사례다. 중심인물이 그대로인 만큼 각각 미전실과 금융일류화추진팀을 대체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5년 동안 금융경쟁력 TF의 존재감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TF 체제 자체가 이 부회장 재판이 본격화하며 위상이 곤두박질친 미전실 시절과의 단절을 위해 급조된 성격이 짙기 때문이란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금융일류화추진팀의 DNA가 그대로 이어진 만큼 역할과 기능 역시 계속해서 베일 속에 가려질 수밖에 없었단 얘기다. 이전까지 진행되던 지배구조 개편 작업 역시 이 부회장의 반복된 수감과 출소 문제로 재개가 불가능했다. 이 부회장의 거취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명맥만 이어갔을 거란 분석이 많다. 

    사업지원 TF라는 그룹 유리천장 역시 금융 경쟁력 제고라는 대외적 역할이 지지부진했던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제조 계열사 전반과 사정은 다름없다는 맥락이다. 실제로 그룹 내부 임직원 사이에서도 사업지원 TF가 잠잠하면 다른 2개 TF 역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삼성 금융 계열사 출신 한 인사는 "사업지원 TF가 5년 동안 자리만 보전해왔다는 비판을 받는 것처럼 금융경쟁력 TF 역시 실제로 계열 사업을 키우기 위해 제 발로 뛸 필요가 없었다"라며 "사업지원 TF에서 금융경쟁력 TF를 거쳐 각 계열사에 하달된 업무 역시 범 삼성가(家)에 대한 동향 파악과 같은 소소한 일감에 그쳤다"라고 전했다. 

    유의미한 변화라면 TF 체제 이후 삼성 금융 계열사 사장단에 과거처럼 삼성전자나 삼성물산 등 그룹 핵심 계열사 출신 인사가 내려오는 일이 줄어든 정도가 꼽힌다. 과거 삼성 금융 계열사 사장단은 대체로 삼성전자나 삼성물산 출신 인사로 채워진 경향이 짙었다. 

    현재는 삼성생명 출신 인사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 내부 출신인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를 제하면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는 물론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 등이 삼성생명 출신이다. 

    지난해 삼성생명이 40대·비(非) 삼성 출신 부사장을 발탁하는 등 파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룹 차원에서 내려보내는 인사가 사라지면서 맏형 격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출신이 금융 계열 내 수장 자리를 나눠가지게 되었다는 박한 평가도 적지 않다.  

    자연스럽게 십수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박종문 TF팀장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금융경쟁력 TF는 미전실 시절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도 사업지원 TF와 긴밀히 소통하며 계열사 전반 정비·관리를 책임지는 엘리트 코스로 통한다. 삼성생명 출신 중심의 순혈주의는 사라졌지만, 일단 TF에 합류하게 되면 소속도 삼성생명으로 옮겨간다. 그룹과 소통에서 핵심 역할은 박종문 TF팀장이 수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는데, 대등한 관계라기보단 일종의 위탁관리 업무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경쟁력 TF팀장을 삼성그룹 내 금융지주 회장과 같은 역할로 비유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사업지원 TF에 종속된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과거 위상과 출범 배경을 놓고 보자면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목소리가 많다. 지난 수년 동안 주력인 보험업은 물론 카드나 증권 등 계열사의 위상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테크 플랫폼과는 비교가 불가하고 금융지주사에 비해서도 역동성이 떨어진단 평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통합 금융 플랫폼 '모니모' 역시 이 부회장의 8.15 사면·복권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부랴부랴 준비한 결과물이란 인식이 짙은데 이마저 늦은 감이 상당하다"라며 "가석방이냐, 사면이냐 등 이 부회장 거취 문제가 정치권 이슈로 부상하면 삼성그룹 계열 사장단이 보여온 행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이 부회장 복귀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도 전부터 후임 하마평이 돌기 시작한 게 사실이다. 삼성 금융 계열사 사장단의 경우 60세가 되면 퇴임 수순을 밟는 '60세 룰'이 적용된다. 정년이 가까워진 계열 경영진 입장에서는 임기와 역할이 불분명한 금융경쟁력 TF로 이동하면서 은퇴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미 시장에선 노후 보금자리를 찾는 격으로 계열사 사장단이 금융경쟁력 TF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복귀한다고 해도 정부 당국에서 손뼉을 마주쳐주지 않는다면 삼성전자 지분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에 금융경쟁력 TF가 급격한 변화를 거치지 않을 거란 시각이 많다"라며 "이 때문에 곧 60세가 되는 데다 외국계 IB 출신 인사를 물색해온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이 벌써부터 하마평에 오르는 모양새"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