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클라우드 투자유치 변수는 '수익보장 장치'ㆍ'확장전략'
입력 22.09.26 07:00
KT클라우드, 기업가치 4조원에 20% 지분 매각 추진
몇 없는 대기업 성장사업…잠재 투자자 10여곳 북적
최근 투자 시장 위축…자금 모으려면 '안전장치' 필수
자금 소요 지속…실물 투자 경험·확장 전략 요구될 듯
  • KT클라우드 소수지분 투자유치가 하반기 최고의 ‘핫딜’로 떠올랐다. 대기업의 유망 산업이고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수지분 거래다 보니 KT그룹이 투자자에 어느 정도 회수 보장 장치를 줄 것인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 거래를 따내기 위해선 자금력은 물론 데이터 센터를 확장할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2일 M&A 업계에 따르면 KT그룹은 이달 중 KT클라우드 소수지분 투자 본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달 초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KKR, 맥쿼리, VIG얼터너티브크레딧, IMM크레딧앤솔루션 등 국내외 PEF, 미래에셋과 이지스 등 자산운용사까지 10여곳의 잠재투자자가 참여했다. 일부 외국계 큰손 투자자들도 국내 후보들과 연합을 꾀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S)가 매각 주관이다.

    KT그룹은 작년 말 클라우드·IDC사업추진실을 신설하며 해당 사업부 분할 및 투자유치 구상을 본격화했다. 4월 클라우드 및 IDC(Internet Data Center) 사업부문을 현물출자(현물 1조6212억원, 현금 1500억원)해 KT클라우드를 출범시켰고, 하반기 들어 투자유치 작업을 진행해 왔다. KT는 KT클라우드 지분 15~20%를 팔아 6000억~8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기업가치 4조원을 바라고 있다.

    KT그룹은 개략적인 기업가치와 조달 목표 수치는 드러냈지만 그 외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투자자에게 제시하지 않았다. 일단 투자자들의 의사와 조건만 받아든 상황으로, 이 내용들을 취합 선별해 협상 조건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KT가 ‘조건 쇼핑’ 중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잠재 후보들의 투자 열기는 뜨겁다. 최근 기업들이 위축되면서 이만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KT가 현물출자한 자산의 장부가(8037억원)에 비하면 비싸지만 충분히 감수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대기업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기회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 최근 매크로 투자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지만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는 성장 전망이 밝다. 2020년 53곳에 불과하던 데이터센터는 2019년 3배로 늘었고, 내년엔 200곳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KT의 클라우드·IDC 부문의 2019년 매출은 3590억원이었는데, 작년엔 1000억원 늘었다. 베인캐피탈 등은 KT클라우드와 유사 사업을 하는 미국 BMC소프트웨어를 2013년 69억달러에 인수했다가 2018년 100억달러 가까이 받고 KKR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번 거래는 소수지분 투자인 만큼 이번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가 KT로부터 얼마만큼의 투자 보장책을 얻어내느냐다.

    KKR처럼 대규모 블라인드펀드 자금을 가진 곳도 있지만, 상당수 후보들은 자금 대부분을 프로젝트성으로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거래 협상자로 선정이 돼야 하기 때문에 아직 기관출자자(LP)나 금융사에 대한 자금 요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부동산이나 크레딧 등 담보가 있고 안정적이라 평가받던 펀드도 신규 자금을 모으는 데 애를 먹는 분위기다. SK온 상장전투자유치 거래는 최근 보장 수익률을 높이기로 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적어도 '적격상장'(Qualified IPO)이나 '콜옵션ㆍ드래그얼롱'(Call option & Drag along) 정도의 소수지분 투자에 자주 활용되는 장치는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투자 경쟁이 심하다 보니 원하는 조건을 모두 얻어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KT그룹은 최근 대기업들과 자사주를 활용한 거래를 하는 등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자본시장에서는 다소 고압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기업가치가 낮아져도 20% 이하로 떨어질 위험이 거의 없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 M&A 자문사 관계자는 “IDC 업황이 좋다보니 KT그룹에서 높은 가치를 요구했고, 투자자들도 열심히 따라붙었다”며 “중요한 점은 하방 위험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인데 투자 지분율이 낮아 상장시 워터폴(투자자가 자금을 먼저 회수) 구조를 활용하면 회수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T클라우드 투자자로 선정되기 위해선 절대 금액은 물론 미래 성장 전략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KT클라우드는 KT로부터 현금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지금 현재도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나고 있다. 사업을 현상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데도 일찌감치 자금을 유치한다는 것은 확장 의지가 크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데이터 센터는 부동산 개발 투자와 비슷한 면이 있다.

    클라우드와 IDC 산업은 통신망 확보, 증설 등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데, 이미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기업들도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 입장에선 부동산과 데이터센터 등의 가치가 오를 것이란 확신이 있으면 투자금을 오롯이 부담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추가로 자산을 널혀 갈 때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다뤄본 곳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부 투자사도 이런 경험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자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확신이 있다면 기업이 직접 땅을 사고 데이터 센터를 늘리겠지만 그렇게 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며 “KT 입장에선 이후 설비 확장 자금도 조달해줄 수 있는 파트너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