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때 아닌 출자경쟁...자금줄 마른 VC '구원투수' 기대감
입력 22.09.27 07:00
금융지주들 지난해부터 대규모 벤처펀드 결성해
VC 투자 줄어들고 금융사CVC가 스타트업 '자금줄'
최근 스타트업 '옥석가리기'로 시기 애매하단 평도
  • 국내 금융지주들이 여전히 활발한 벤처 육성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그간 얼어붙은 VC(벤처투자)시장에선 금융지주가 ‘마지막 자금줄’ 역할을 하리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리 상승 여파로 대부분의 기관들이 자금 동원력이 부족해진 반면, 금융지주 계열사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내부 경쟁이 치열한 금융지주 사정상 벤처 투자 성과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아직 정부의 벤처 육성 방향이 불분명하고 최근 글로벌에서 벤처업계의 옥석가리기가 시작되면서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금융지주는 약 500억원 규모의 VC(벤처)투자 펀딩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운용업 관련 계열사에서 펀드 관리를 맡을 예정이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기존 벤처투자 관련 지주사인 신한벤처투자 외에 별도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설립 및 펀드 결성을 검토한 바 있다. 하나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 역시 각각 ‘비욘드펀드’와 ‘디지털플랫폼 펀드’를 결성하고 투자를 진행 중이다.

    별도의 벤처투자 브랜드를 론칭해 직접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에 나서기도 한다. KB금융그룹은 ‘KB이노베이션허브’라는 지원조직을 운영, 최근 싱가포르 지점을 열었다. 금주 개소식에 맞춰 현지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육성 박람회에 지주 및 계열사 직원들이 대거 파견될 예정이다. IBK기업은행 역시 이전부터 창업육성 플랫폼 ‘IBK창공’을 통해 전국적인 스타트업 지원 및 투자 체계를 갖춰두고 있다.

  • 최근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 자금줄이 마른 가운데 금융지주들은 여전히 관련 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모양새다. 금융지주들이 VC 업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것은 과거 문재인 정부가 주요 정책으로 스타트업 육성을 내걸면서부터다. 이후 풍부한 유동성 시기를 거치며 금융지주들이 관련 투자로 톡톡한 성과를 냈고 이에 따른 영향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초기에는 이전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에 발맞춰 관련 펀드 결성에 나섰었는데 이에 따른 수익 성과가 좋다 보니 이제는 금융지주 차원에서도 직접 관련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내부에서도 임원들을 중심으로 VC 투자에 집중할 유인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지주들끼리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한 데다 임기 연장을 신경써야 하는 지주 회장들 역시 ‘스타트업 육성’이라는 공과에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전언이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신한이나 우리금융이 VC 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금융지주로 꼽힌다”라며 “회장 임기와 관련한 이슈 때문에 압박이 커서일 수도 있다. 특히 금융지주 간 경쟁은 이전부터 치열해 서로 펀드 결성이나 CVC 설립 등의 트렌드를 따라하는 경향도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으로 자금 동원력이 약해진 다른 금융사들에 비해 금융지주들의 현금 사정이 비교적 넉넉해 VC 시장에서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투자 규모나 속도가 비교적 빨라 최근 VC업계 투자 트렌드가 금융지주 향방에 달려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국내 은행계열 투자 관계자는 “그간 VC 업계 자금줄 역할을 했던 캐피탈 회사들도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여력이 없는 데다 공제회나 연기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그나마 이자 장사로 돈을 벌고 있는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지금으로선 가장 큰 ‘돈줄’”이라고 말했다. 

    다만 새 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안 된 데다 최근 얼어붙은 VC 업황을 감안할 때 금융지주들의 벤처 육성 기조가 예전만 못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아직까지 새 정부의 벤처 육성 관련 기조가 확실치 않은 데다 금리 인상 등으로 가라앉은 VC 업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평가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윤석열 정부의 스타트업 투자 관련 정책 방향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최근 스타트업 업계 전반적으로 힘든 시기가 지속되고 있어 금융지주들도 예전만큼 활발하고 적극적인 투자 활동을 벌인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