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 모면 노력에도 벌어진 예대금리차…커지는 부작용 우려
입력 22.09.27 07:00
'더 주고 덜 받고' 수습 노력에도 예대금리차 더 벌어져
대출금리 타행보다도 낮지만…8월 1위는 'NH농협은행'
공시와 함께 쏟아진 해명…통계착시 손봐도 불만 그대로
시장 왜곡 우려 여전…매달 공시 손보며 누더기 될지도
  • '이자장사' 비난을 피하기 위한 은행의 수습 노력에도 8월 예대금리차는 전월보다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5대은행 중 첫 1위 오명을 쓴 신한은행은 바통을 NH농협은행에 넘겼지만, 은행마다 특성을 고려하면 이 역시 통계 착시 여지가 크단 평이다. 사정이 각양각색인 만큼 매달 회차를 거듭하며 본 취지는 궁색해지고 누더기 공시가 될 거란 목소리가 여전하다.

    20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에 따르면 8월 5대은행의 예대금리차는 7월보다 0.1~0.4%포인트가량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공시부터 추가된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 예대금리차 항목에서 신한은행이 유일하게 0.1%포인트를 줄여냈지만 다른 은행은 이 역시 0.01%포인트 안팎 벌어졌다. 

    지난달 첫 공시에서 1위였던 신한은행을 필두로 시중은행 전반이 예금금리를 올리고 대출금리를 끌어내린 점을 감안하면, 은행권이 게으르게 대응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예금금리가 대출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각사가 앞다퉈 수신 금리를 인상한 결과 예상대로 대출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를 밀어올린 결과란 지적도 나온다. 

    순위가 뒤바뀌었지만 은행마다 사정도 천차만별이다. 공시 시점에 맞춰 저마다 이런저런 하소연이 나온다. 

    이번 공시에서 새로 1위를 차지한 건 NH농협은행이다. 8월 NH농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78%포인트로 집계됐다. 7월 1.36%포인트보다 0.42%포인트 확대했다. 그러나 NH농협은행이 8월 중 정부정책 자금을 포함해 수신금리가 낮은 6개월 미만 단기성 자금을 대거 취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억울한 감이 있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금리는 4.21% 수준으로 타행보다 낮은 편에 속한다.

    2위인 KB국민은행 예대금리차는 7월 1.18%포인트에서 8월 1.45%포인트로 확대했다. 서민금융을 뺀 가계 예대금리차는 1.40%포인트로 7월보다 0.4%포인트가 늘었다. KB국민은행 역시 또 다른 서민 맞춤형 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을 다른 은행보다 2배 이상 취급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시에서 추가된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 예대금리차 항목은 햇살론, 안전망대출 등 3가지 상품이 빠졌지만, 새희망홀씨대출은 포함되는 까닭이다.

    금융당국이 첫 예대금리차 공시에 정책서민금융상품을 포함한 결과를 통계착시로 인정하고 손을 보았음에도 비슷한 불만이 계속되는 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00bp(1bp=0.01%) 인상 가능성이 부상한 만큼 시장금리는 계속해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은 대출 기준금리도 계속해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가산금리나 우대할인에서 은행이 활용할 수 있는 카드도 한계가 예상된다.

    지난 8월 금융당국은 "대출금리가 시장금리로만 결정되는 건 아니고 은행의 금리정책 영향도 받으니 예대금리차 공시로 은행의 자율경쟁이 촉진된다면 금융소비자 편익이 향상될 것"이라 밝혔다. 수신금리는 올라가고 대출금리가 내려갈 거란 얘기인데, 결국 가산금리나 우대할인에서 은행끼리 알아서 경쟁적으로 양보하란 얘기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가산금리 세부 항목은 리스크 관리 비용과 인건비, 법적 비용 등 고정비가 포함돼 있어 한계가 있다.

    조달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는 식으로 예대금리차를 관리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시장 왜곡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신규취급액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에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격차는 9년여 만에 0.1%포인트 아래로 좁혀졌다. 발표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평균 예금 금리가 각각 3.33%, 3.37%로 0.04%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비교적 여력이 있는 은행들이 이처럼 수신금리 경쟁에 몰두할수록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 금리가 올라가는 부작용도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코픽스는 은행연합회가 주요 8개 은행의 수신 금리나 금융채 발행비용 등을 기초로 산출하고 있다. 

    예대금리차를 관리하려 예금금리를 올릴수록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금융소비자의 고통이 커진다는 얘기다.

    이를 의식한 금융당국이 금리인상 속도가 비교적 완만한 '신잔액 코픽스' 대출 활성화를 유도하는 등 노력하겠다 밝히기도 했지만 이 역시 상승 추세는 여전하다. 은행연합회가 15일 공시한 8월 코픽스에 따르면 8월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1.79%로 전월보다 0.17%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7월보다 0.06%포인트 오른 2.96%를 기록해 2013년 1월(2.99%)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 계 한 관계자는 "줄 세우기 형태로 직접적인 개입 없이 은행들이 경쟁하며 대출금리를 깎도록 유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은행이 이자장사한다는 부정적 인식은 큰 변함이 없다"라며 "그렇다고 각 은행 억울한 사정을 반영해 매달 조건을 손봐서 누더기가 되면 공시를 비교, 활용하기 어려워져서 취지가 무색해지는 구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