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2조 유증으로 한화에 인수…5년간 금융지원 유지ㆍ영구채 조건 조정
입력 22.09.26 16:58
한화그룹, 6개 계열사가 대우조선에 2조원 유상증자
한화 49%, 산업은행은 28% 보유한 2대주주로 남아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경쟁자 모집…해외 참여는 제한
현대重 때처럼 투자유치 방식…규모·구조 등은 차이
  •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한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에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채권단은 금융지원을 이어가기로 했다.

    26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유치 절차를 개시했고, 이날 한화그룹과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M&A를 추진했으나 유럽연합(EU)이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으며 거래가 무산됐다. 현대중공업뿐만 아니라 삼성중공업으로의 매각을 통한 빅2 체제 완성이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

    산업은행은 거래 무산 후 경영컨설팅을 거쳐 안정적인 영업활동을 영위하고 미래 신사업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산업은행이 주요 제조업 그룹에 대우조선해양 투자 의향을 타진한 결과 한화그룹이 인수 의향을 표명했고 이날 MOU를 체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그간 부분 매각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결국 통매각으로 결론이 났다. 한화그룹도 대우조선해양 방산 부문의 유력한 원매자로 꼽혀왔지만 대우조선해양 전체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과 달리 유사 사업을 하지 않아 해외 각국의 기업결합 승인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에 2조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 등 6개 계열사가 증자금을 부담한다. 거래가 완료되면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49.3%를 확보하게 된다. 현대중공업과 M&A 때는 1조5000억원을 증자하고 자금 부족 시 추가로 1조원을 지원하기로 했었다.

  • 한화그룹은 지난 2008년 6조원 이상의 자금을 들여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나섰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및 자금조달 난항 문제로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이후 한화그룹은 산업은행과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을 거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거래 후 대우조선해양 지분 28.2%를 보유해 2대주주로 남는다. 지난 M&A 때는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그룹이 신설하는 조선지주사(한국조선해양)에 대우조선해양 보유지분을 현물출자하고 2조1000억원(상환전환우선주 1조2500억원, 보통주 8500억원) 규모 신주를 받아가는 구조였다. 지금 산업은행이 가진 대우조선해양 지분 시가는 약 1조5000억원이다.

    산업은행은 지금까지 대우조선해양에 4조1000억원 규모 신규자금을 지원했다. 그중 손실은 3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며, 1조6000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산업은행은 향후 대우조선해양 관련 채권이 정상여신으로 분류되면 1조6000억원 중 대부분이 이익으로 환원될 것으로 예상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을 민간기업으로 만들어 주식 가격이 현재 2만원(26일 종가 2만4950원)에서 많이 올라간다면 투입한 금액 상당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기존 금융지원 방안(대출, RG, LC, Credit Line 등)을 연장할 계획이다. 거래 종결일로부터 5년간 기존 금융 지원안을 유지하고, 수출입은행이 가지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영구채 조건을 변경하기로 했다. 스텝업(Step Up) 금리를 조정하고 이미 발생한 이자를 주식 전환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서 정상화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대우조선해양은 이후 한화그룹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스토킹호스 절차에 따라 경쟁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M&A 시도 때는 사실상 경영권이 넘어가는 매각이었음에도 '투자 방식'이라 국가계약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엔 현대중공업을 점찍은 상황에서 2주간 형식적으로 투자자 물색 절차를 거쳤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LNG운반선 및 방위산업 사업의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해 해외 기업이 주체가 된 인수자는 입찰에 참여시키지 않기로 했다. 다만 한국 기업의 인수에 외국자금이 재무적투자자(FI)로 들어오는 것은 허용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27일 대우조선해양 투자를 위한 경쟁입찰 공고를 낸 후 약 3주간 입찰의향서(LOI)를 접수하고, 이후 최대 6주간 상세실사를 진행한다. 후속 참여자의 입찰 조건과 한화그룹의 우선권 행사 여부 등에 따라 최종 투자자를 선정한 후 연내 본계약(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기업결합 및 방산승인 등 국내외 인허가를 얻은 후 유상증자를 실시해 거래를 종결한다는 계획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산업은행은 2001년 이후 21년 만에 대우조선해양을 민간 기업에 넘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