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미국' 발판삼아 금융계열사 구심점 회복 시동...실질 효과는 언제쯤?
입력 22.09.28 07:00
Weekly Invest
한화생명, 미국 부동산 투자 자회사 첫 거래
스타트업 투자에 이어 부동산 자회사 확대 시동
부진했던 한화금융계열사 구심점 역할 회복 도모
실질적 효과 나오기는 요원…장기적 투자 안목 필요
  • 한화생명이 미국 자회사 영향력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한화금융계열사 구심점으로서의 존재감을되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간 본업인 운용수익 부진, 다소 흐릿한 신사업 성과 등으로 금융계열사 ‘맏형’으로서의 위신을 세우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평이 많았다. 

    다만 해외 자회사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수익 효과를 바라보기까지 다소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주력인 자산운용 수익률 제고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이 최근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 설립 이후 첫 투자를 벌이며 현지 사업 확대에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해당 회사를 설립한 이후 약 두 달이 채 안 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피스를 첫 투자처를 낙점했다. 

    한화 측은 이와 관련, ‘단순 투자목적’으로 밝혔지만 업계에선 한화금융계열사를 진두지휘하는 김동원 부사장의 의중도 상당히 반영됐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한화생명은 한화그룹 금융 부문의 최정점에 서 있는 계열사였지만 최근 수년간 입지가 다소 약해졌다는 시각이 많았다. 

    한화그룹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은 그룹 차원의 금융계열사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그룹내 후계자로 강력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에 비해 다소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이다. 

    이에 김동원 부사장은 평소 관심이 많던 금융 관련 신사업 육성에 힘을 쏟으며 금융 계열사 전반을 키우는 데 집중해왔다. 김 부사장은 작년 말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출장을 통해 현지 벤처캐피탈(VC)을 설립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간 오너의 의중대로 계열사 출자가 이뤄진 점을 감안, 출자 재원 출처가 한화생명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워낙 장기적인 투자 기간이 필요한 스타트업 투자 부문은 그렇다치더라도 한화생명이나 한화손해보험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한화생명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고 운용자산이익률 역시 올해 2%대로 작년에 비해 1%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주요 금융계열사의 부동산 자산을 한 데 모아 야심차게 준비해온 한화그룹 리츠 역시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상장 전 자금유치(프리 IPO)가 다소 미뤄지는 상태로 연말 상장이 어렵다는 예상도 나온다. 급격한 금리 인상 등 외부 여파를 무시하기 어렵지만 그룹 차원에서 다소 무리한 리츠 구조 및 세부사항을 결정한 탓에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한화생명이 미국 진출을 통해 한화그룹 내 중심 금융계열사로서 자존심 회복을 꾀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의 경우 현지 운용사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한 바 있다는 전언이다. 비록 기업가치를 두고 협상을 벌인 끝에 불발됐지만, 미국 진출 확대에 한화생명 차원에서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이 같은 한화생명의 해외 진출 전략이 단기간에 빛을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최근 해외 부동산 투자는 유수의 증권사들도 몸을 사리고 있는 분야인 데다 금번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빌딩 투자건 역시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자산운용 등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들은 대부분의 투자 활동에 최고경영진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조직”이라며 “금번 해외 부동산 투자 역시 미국 자회사 확대를 위한 전략의 일부분이라는 평가가 없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이전부터 미국 법인이나 사무소 설립을 통해 진출을 한 적이 있다”라며 “금번 투자 활동은 미국 부동산 취득을 통한 임대수익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