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 인수 무산, 국제 중재는 예견된 수순? 미래에셋 또 '평판 부담'
입력 22.09.29 07:03
4조 빅딜 좌초하자 SAIC 제소·자문단 구성까지 '일사천리'
리츠 인가 실패·역외거래 고집 등 이유로 보증금 받아낼 듯
책임전가·협상결렬 유도 가능한 구조…"안방보험 겹쳐보인다"
국토부·브룩필드 탓만 남는 논리…"평판 부담 감수해야 할 것"
  •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매입 협상이 결렬되자 이행보증금 2000억원을 돌려받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앞서 미래에셋과 브룩필드자산운용이 체결한 업무협약(MOU)에 IFC 매입을 위한 리츠 영업인가 조건이 담겼던 만큼 어떻게든 보증금을 받아낼 거란 분석이 많다. 다만 미래에셋 역시 4조원 규모 랜드마크 거래가 좌초한 데 따른 시장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할 거란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IFC 매입 협상을 종료하고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AIC)에 제소했다. 현재 미래에셋은 과거 안방보험 소송을 승리로 이끈 피터앤킴을 중심으로 법무법인 율촌 등 법률자문단을 꾸린 것으로 파악된다.

    미래에셋은 ▲국토부로부터 IFC 매입을 위한 '미래에셋세이지리츠' 영업 인가를 받아내지 못했음에도 ▲기존 합의 조건 외 수정안을 제시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브룩필드가 과세를 회피할 수 있는 역외거래를 고집하며 거래를 이어갈 수 없었으니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양사는 우선협상 기간까지 리츠 영업 인가를 받지 못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조건을 MOU에 못 박았다. 

    반면 시장에선 미래에셋이 협상 결렬 이전부터 거래 무산을 내다보고 보증금 반환을 준비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입찰 회차를 거듭할수록 IFC 인수 부담이 커진다는 시각이 팽배했던 데다, 협상 결렬부터 제소, 자문단 구성까지 정해진 수순을 밟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시장 위축 우려는 IFC 3차 입찰이 있던 지난 4월 말 이전부터 고개를 들고 있었다. 당시 공제회 등 잠재 출자자(LP) 진영에서부터 시장 환경 변화를 우려해 지갑을 닫고 있었다. 인수금융 시장에서도 2분기 이후 거래절벽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반면 최대 3조원이 거론되던 IFC는 매각 작업에 들어간지 반년도 되지 않아 4조원을 훌쩍 넘겼다. 미래에셋 역시 4조1000억원에 달하는 매입 가격에 부담을 느꼈을 거란 얘기다. 

    미래에셋이 강한 몰취 조항이 포함된 하드 디포짓(Hard deposit) 개념으로 이행보증금 2000억원을 건넸다지만, MOU에 담긴 리츠 영업 인가 조건을 감안하면 큰 의미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에서 리츠 영업인가를 내주지 않으면 거래가 틀어져도 미래에셋의 책임이 가려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세이지리츠는 대출 비중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국토부로부터 영업 인가를 받지 못했다. 당시 미래에셋세이지리츠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90% 선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무산된 IFC 거래를 두고 시장에선 미래에셋의 과거 안방보험 승소 경험을 떠올리고 있다"라며 "MOU에 리츠 영업인가 조건을 담은 시점에서 시장 환경이 바뀌거나 거래 부담이 높아졌을 때 원하는 식으로 퇴로를 마련할 수 있는 구조가 짜였기 때문. 이 때문에 브룩필드도 리츠 영업인가를 받아내기 위한 최선의 노력(best effort)를 다했느냐를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브룩필드는 미래에셋이 리츠 영업 인가를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기울였는가 여부 외에도 미래에셋이 투자자 모집에 실패한 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월 2차 입찰부터 지분(Equity) 투자자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당시에도 미래에셋운용은 2조원에 달하는 지분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 규모가 4조원에 달하는 만큼 국내에선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연기금이나 대형 공제회 등의 출자 참여가 필수적이었지만 금리 인상 속도가 워낙 가팔라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비교적 우량한 은행권에서 인수금융 대주단 참여 의중도 내비쳤지만 이 역시 자금 수요를 충족하진 못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급격한 금리 인상 부담으로 시장 자금이 씨가 마른 탓이 컸다"라며 "최대 5000억원 규모 대출 참여를 거론한 은행도 여럿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절반 수준에 그치거나, 너무 높은 금리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된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브룩필드가 9000억원 규모 '셀러스 파이낸싱'을 제안했지만 미래에셋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셀러스 파이낸싱은 매도자가 인수자에게 직접 대출해 주는 방식으로 거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할 때 직접 인수자 부담을 줄여주는 구조다. 미래에셋은 이를 두고 브룩필드가 역외거래를 고집한 것으로 보고 매도인의 귀책사유라 주장하고 있다. 

    미래에셋 입장에선 론스타 판결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브룩필드의 제안대로 역외거래에 나서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론스타는 과거 '스타타워' 거래 당시 벨기에 소재 법인을 활용해 과세를 회피한 전적이 있다. 브룩필드는 미래에셋이 역외거래를 받아들이지 않아 거래가 틀어진 것을 문제삼는 반면 미래에셋은 과세당국과의 마찰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그럼에도 무리한 인수구조로 거래가 어려워진 책임에서 미래에셋이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역외거래 제안도 미래에셋이 리츠 영업인가를 받아내지 못하고 투자자 모집에 실패하며 마련된 대안인데, 미래에셋의 책임은 없다는 얘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임원급 인사는 "지금 미래에셋의 입장은 리츠 영업 인가를 받아내지 못한 것은 국토부 책임이고, 거래가 무산된 것은 브룩필드가 세금을 회피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된다"라며 "IFC 거래가 좌초하면서 안 그래도 얼어붙은 시장에 줄 충격이 적지 않아 보이는데 이행보증금 2000억원을 다시 손에 쥐더라도 투자전문그룹이 연이어 거래에 실패해놓고 소송으로 해결하려 든다는 평판 부담은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