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채 미매각에 자본확충 어려움 겪는 중소형 보험사
입력 22.09.29 07:04
흥국생명·ABL생명·한화손보 등 보험사 후순위채 잇따라 미매각
다각도 자본확충 나서지만…금리인상으로 RBC 추가 하락 가능성
금융지주·은행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 봇물터진 영향이란 분석
  • 떨어지는 건전성에 중소형 보험사들이 잇따라 후순위채 매각에 나서지만,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있다. 이들 보험사는 유상증자 및 건물매각 등 다각도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감독당국에서도 이들이 자본건전성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

    지난 22일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 흥국생명보험은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이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흥국생명은 10년물로 5년 콜옵션이 설정된 후순위채 400억원을 발행하려고 했다. 해당 후순위채는 주관사인 메리츠증권이 인수해 유동화에 나선다.

    ABL생명보험은 63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130억원 규모의 자금만 몰렸다 10년 만기에 발행 후 5년 되는 해부터 기관투자자들이 조기상환하는 콜옵션 조건이다. 금리 조건은 최대 6.7%를 제시했다. ABL생명의 신용등급은 'A'등급이다.

    비단 중소형 생명보험사뿐 아니라 손해보험사도 마찬가지다.

    한화손해보험은 희망 최고금리 6.5%를 내세우며 85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으나 대규모로 미매각이 났다. 롯데손해보험도 1400억원 규모 후순위채 수요예측을 실했지만 약 30%가량이 미매각 났다. 공모 희망 금리는 최대 6.9%에 달했다.

    이처럼 중소형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을 위해 내놓는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이 미매각 사태가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6% 후반의 희망 금리를 제시하고도 번번이 수요예측에서 참패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로 우선 최근 금융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봇물이 터지듯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비슷한 시기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우리은행은 수요가 몰려 증액 발행했다. 우리은행은 당초 2700억원 규모로 발행하려고 했으나, 리테일 기반 투자자 및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우리은행이 제시한 신종자본증권의 발행금리는 5년물 5.2%, 7년물 5.45%다.

    중소형 보험사들이 금리에서는 다소 매력적일 수 있지만 신용도 등 안정성 측면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앞으로 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도 기관투자자들이 이들의 후순위채를 담는 것을 망설이는 이유다.

    문제는 당분간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한화손보의 경우 후순위채 발행이 여의찮아지자 유상증자 및 건물매각을 추진하는 등 다각도로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한화손보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은 지난 2분기 기준으로 135.9%로 금융감독원 권고치인 150%에 못 미쳤다. 금리가 최근에도 꾸준히 상승하면서 채권 평가익이 크게 하락하면서 RBC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런 상황은 내년 IFRS17이 도입되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형 손보사들도 새로운 회계제도 개편이 이뤄지면 자본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자본확충에 나서는 이유는 금리 변동성에 따른 충분한 자본 여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감독당국에서도 당장 IFRS17 도입 시점뿐 아니라 앞으로 금리 변화에 대응할 만한 자본 여력을 갖출 것을 이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한 계리법인 관계자는 "이전에 나왔던 것처럼 IFRS17 도입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은 당장은 없을 것이다"라며 "하지만 자본 여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형 보험사들은 앞으로 금리 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감독당국에서도 더욱 철저하게 이들의 자본확충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