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에 '유통 대장주' 자리 내어준 이마트...국내 신용등급도 '위태'
입력 22.10.05 07:00
핵심 사업부 부진에도 이어진 대규모 투자에 재무부담 가중
국내 신평사 무디스 뒤잇나…신용등급 하향 기준에 다다랐다
기관들로부터 외면받는 롯데쇼핑에 밀린 데 신평사 주목
시총 측면서 롯데쇼핑에 밀린 이마트, 2.3兆까지 떨어져
  • 대형마트 대장주로 꼽히는 이마트 신용등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는데, 최근 업황이 꺾인 가운데 대규모 광폭 투자에 따른 재무건전성이 악화되자 국내 신평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모니터링 지표에도 가까워진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롯데쇼핑의 시가총액(이하 시총)에도 밀리며 ‘유통 대장주’ 지위까지 내주게 됐다는 평가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마트의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전년보다 50% 가까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이마트의 총차입금은 10조원을 넘어섰다. 현금성자산을 차감한 순차입금도 9조원을 돌파한 상태다. 지난해부터 야구단 SSG랜더스, 이베이코리아, SCK컴퍼니(前 스타벅스코리아), W컨셉 등을 인수한 여파로 풀이된다. 

    이자비용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이자비용은 1400억원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이자비용(2136억원)의 절반 이상을 이미 넘은 수치다. 올해도 자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를 통해 미국의 와이너리 업체 쉐이퍼 빈야드에 투자를 단행했고 스타필드청라, 청라 돔구장, 스타필드 광주 건설 등 부동산 투자 계획을 감안하면 재무부담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 이같은 상황에 신용평가업계는 이마트의 국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Ba1'에서 'Ba2'로 하향조정한 무디스의 뒤를 이어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하향 여부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요인에 다다른 까닭에서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이마트의 신용등급 모니터링 하향 요건으로 ▲EBITDA/매출액 5% 이하 (이마트는 5.6%) ▲순차입금/EBITDA 6~6.5배 이상(5.8배) ▲차입금의존도 30% 이상(33%)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차입금의존도’ 기준에는 미달하는 상황이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최근 이마트의 재무지표가 신용등급 하향 모니터링 수준으로 내려오고 있어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며 “명일점 등 부동산 토지매각을 통해 현금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가 연이어 이뤄지고 있는 탓에 이대로면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마트보다는 롯데쇼핑에 거는 기대가 더 큰 모습이다. 최근 시총 측면에서 경쟁사인 롯데쇼핑에게 역전당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30일 52주 신저가(8만3600원)를 기록했다. 시총은 2조3400억원대로,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던 작년 대비 절반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이베이코리아의 인수가(3조4404억원)보다도 낮다. 

    반면 롯데쇼핑의 시총은 30일 기준 2조4500억원 규모로, 이마트의 시총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증시 침체에 따라 롯데쇼핑 또한 주가 부진에서 자유롭진 못했지만, 1년 만에 주가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이마트보다는 주가 방어에 선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유통업계 업황이 꺾인 가운데, 롯데쇼핑은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거친 결과 올해 실적으로 반영되고 있지만, 이마트는 이리저리 대규모 투자를 하며 판을 너무 많이 벌려놔서 이익 방어가 잘 안 되고 있다”며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투자 확대라는 정반대의 선택지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주가에 반영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