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나는 플랫폼도 속수무책?...오아시스 기업가치 방식에 쏠린 눈
입력 22.10.06 07:00
연내 상장 앞둔 오아시스, ‘흑자기업’이 강점
기업가치 두고 관심…공모주 시장 분위기 반영
정상적인 방식으론 기업가치 달성 어려울 듯
싸늘한 시장 상황에 투자자 설득 및 주가 관리 관건
  • ‘흑자기업’을 앞세웠던 플랫폼 회사 쏘카 주가가 부진한 데 따라 뒤이어 상장을 준비하는 오아시스 역시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이커머스 회사인 쓱닷컴이나 컬리와 달리 지속적인 순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시장 반응을 낙관하기 어려워서다. 

    기업가치 측정 방식 역시 고민거리다. 적자에서 벗어난 이커머스 플랫폼의 첫 상장 사례이지만 밸류에이션(Valuation) 차원에서 보면 오히려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떠오른다. 일반 기업에 통용되는 방식을 쓰자니 원하는 기업가치를 맞출 수가 없는 상황인 탓이다. 이 때문에 잠재적 일반 투자자를 설득할 만한 기업가치 측정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 될 예정이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연내 상장을 앞둔 오아시스가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 산정 고민에 한창이다. 지난 9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해두고 현재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며 기업공개에 속도를 내왔다. 지난 6월 이랜드리테일로부터 약 33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아 상장전 기업가치는 1조1000억원으로 유니콘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공모주 시장 상황은 오아시스가 넘어야할 산이다. 그동안 오아시스는 지속적으로 순이익을 내왔던 점을 앞세워 ‘흑자 유니콘’을 강조해왔는데 이마저 투자자를 설득하기에 다소 부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상장한 쏘카나 더블유씨피의 사례를 놓고 봤을 때 흑자 마케팅이 성공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업계에서는 급격한 공모주 시장의 침체 속에 탄탄한 수익이 나는 기업, 즉 ‘스스로 돈 벌 수 있는지’를 상장 성공의 가늠자로 꼽아왔다. 

    하지만 앞서 상장한 쏘카의 경우 하반기 흑자가 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해 공모가를 대폭 낮춰야 했다. 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률이 20%를 넘는 2차 전지 소재회사 더블유씨피마저 수요예측 경쟁률이 한 자리수에 머물렀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저점을 나타내는 등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공모주 시장 역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더블유씨피의 영업이익률이 20%를 웃돌고 그간 핵심 테마로 떠올랐던 배터리 관련 주였지만 수요예측 결과가 좋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거래액 규모가 크지 않은 오아시스 역시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플랫폼기업이 단순히 흑자가 난다는 사실만으론 투자자를 설득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오아시스가 상장 시 도입할 밸류에이션 측정 방식에 더욱 시선이 몰리고 있다. 흑자 기업임을 앞세웠다는 점이 기업가치 산정과 맞물려 투자자 설득에 부메랑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흑자를 강조했던 만큼 이커머스 플랫폼이 흔히 활용하는 거래액이나 매출 기준의 기업가치 측정을 사용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PER(주가순이익비율) 방식을 사용하면 직전 투자 단가에 훨씬 못 미치는 숫자가 나오기 때문에 이 방식 역시 채택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과거 카카오페이 상장 시처럼 성장주에 방점을 찍고 성장률 조정 EV/Sales(매출액 대비 기업가치)와 같은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거나, PER과 PSR(주가매출비율)을 혼용한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과 같은 방식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카카오페이는 PER 대신 새로운 기준을 활용하는 점을 두고 전통 금융사보다 성장성이 밝다는 점을 내세운 바 있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역시 상장 시점 기준 이전 3개년 매출 성장률이 149.8%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제는 현재 상황에서 성장성을 기업가치 논리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기존대로 PSR이나 GMV를 기준으로 잡고 여기에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측정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선도 있다. 

    이와 관련, 오아시스는 단순히 흑자기업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순이익이 나는 배경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쏘카의 경우 계절적 요인에 의한 흑자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고, 카카오페이 역시 상장을 앞둔 ‘반짝 흑자’ 논란에 휩싸였다. 반면 오아시스는 질적인 회원 증대 및 체계적인 비용관리 등으로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어 결이 다르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결국 여러 방식을 따져보고 결과가 잘 나올 만한 기업가치 논리 방식을 활용하면 될텐데, 문제는 시장과 금융 당국을 설득할 수 있을 지 여부”라며 “또 수요예측에서 결과가 안 좋을 수 있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할인율을 많이 적용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