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건전성 리스크 부각...상장 진행 해도, 안해도 '문제'
입력 22.10.11 07:00
케이뱅크, 9월 승인 후 신고서 제출 시기 고심
BIS(국제결제은행) 비율 제고 위해 자금 조달 절실
투자자 불만도 적지 않아…신주 상장 난관 많아
  •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상장을 앞두고 ‘사면초가’에 놓여있다. 은행권 재무건전성 지표인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만큼 당장 상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당장 상장을 강행하기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원하는 기업가치를 기반으로 한 순조로운 상장을 달성하기까지 크고 작은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현재 한국거래소의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뒤 증권신고서 제출 시기를 내부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지난 9월 거래소로부터 승인을 받았지만 최근 공모주 침체 상황 등을 따져보고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케이뱅크가 상장 시기를 두고 여유를 부리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전에 유치해둔 투자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보통주로 인정을 받지 못해 타 은행 대비 자산건전성이 다소 떨어져 있는 탓이다. 

    지난 상반기 케이뱅크의 BIS 기준 보통주 자본비율은 14.77%로 3월말 대비 1.64%포인트 떨어졌다. 기본자본비율과 총자본비율 역시 각각 14.77%, 15.86%로 3월말과 비교해 1.64%포인트, 1.46%포인트 감소했다. 동종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36.28%, 총자본비율은 37.36%로 케이뱅크와 차이가 크다. 

    이는 지난해 케이뱅크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약 1조2500억원 가운데 MBK파트너스, MG새마을금고, 베인캐피탈 등으로부터 투자 받은 약 7250억원은 보통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금융감독원이 해당 자금에 상장 시 동반매각청구권이나 조기상환청구권 등의 조건이 붙어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자본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케이뱅크의 상장은 그야말로 ‘발등의 떨어진 불’이 된 셈이다. 만약 상장을 통하지 않고 추가로 외부 자금을 유치하더라도 BIS 비율 등 건전성 제고에 큰 도움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케이뱅크가 지난해 투자 받은 사례에 한해 해당 유권해석을 적용했지만 다른 사례라고 하더라도 조건이 같다면 유사한 해석을 적용해야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 등 동종 회사들의 기업가치 평가가 점점 박해지고 있는 데다 공모주 시장 상황의 악화 등 대외변수가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현재 2만원대로 공모가(3만9000원)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졌고, 토스뱅크 역시 지난 7월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당시 어렵게 자금 유치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뱅크는 상장을 시도하더라도 개인 및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존속 가능성과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의 성장성을 이전보다 혹독하게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 투자자들도 불만이 없지는 않은 상태”라며 “내년 1분기로 상장 시점을 잡고는 있지만 신주로만 상장해야 하는데 잘 될지 의문이다. IR(기업설명회) 등 대외 소통에 힘써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 당국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대상으로 BIS 비율을 더욱 까다롭게 살펴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BIS 비율을 비롯한 자산건전성 제고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의 정체성과 지속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는 주요 가늠자인데, 상장을 위해서는 케이뱅크의 지속 성장 여부를 증명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인 셈이다. 

    규제기준으로만 따지면 보통주 자본비율은 7%, 기본자본 8.5%, 총자본 10.5% 수준으로 케이뱅크는 해당 수치를 모두 만족하고 있다. 다만 케이뱅크가 개인사업자나 자영업자 등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고 있는 만큼 자산건전성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뿐 아니라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대출을 내주는 비중이 많다보니 확실히 일반적인 은행보다 부도율이 높을 수 있다”라며 “일반 은행보다는 자산건전성을 더욱 확충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으로서 지속적인 사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증자나 상장을 통한 자금 유치가 필수인데 현재 동종회사의 밸류에이션(Valuation)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쉽지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