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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카카오는 눈부신 성장에 힘입어 시장에서 ‘절대 갑’ 자리를 누려왔다. 2017년 2조원에도미치지 못하던 그룹 매출(㈜카카오 연결매출)은 작년 기준 6조1000억원대로 폭증했고, 공격적인 M&A(인수합병)로 카카오의 계열사는 올해 5월 기준 136개로 2018년의 65개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연이은 주요 계열사 상장까지 거침없이 시장의 유동성을 빨아들였다.
카카오의 덩치가 커질수록, 자본시장 내 위상도 나날이 높아졌다. 대기업, 금융사, 스타트업 너나할 것 없이 카카오와 ‘엮이고’ 싶어했다. 대기업들은 카카오와 손잡고 ‘디지털 도약’을 하고 싶어했고, 스타트업들은 카카오에 투자받기 위해 줄을 섰다.
자문사에게 카카오는 그야말로 ‘VVIP’였다. M&A, 투자유치, 계열사 IPO(기업공개)까지 끊임없는 딜(deal)에 국내외 증권사 IB, 회계법인, 법무법인 내에선 “카카오를 잡아라”가 특명으로 내려졌다. 카카오를 잡은 사람이 ‘빅 딜’을 따냈고, 승진 대상자가 됐다. 신사업 규제 점검 및 대비, 지배구조 정비 등 여타 일감도 넘쳐났다. 신용평가사는 잠재 VIP인 카카오 그룹 스터디에 열을 올렸다.
사람도 잘 나가면 목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잘 나가는 기업은 오죽할까? 지난 정부의 ‘이게 되네’ 싶은 전폭적인 지원 아래 카카오 그룹의 “우리가 카카오인데” 식의 자신감은 고공행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 삼성화재와 카카오의 합작 손보사 설립 추진이 꼽힌다. ‘부동의 업계 1위’ 삼성화재와 ‘국민 메신저’ 카카오의 만남은 당시 업계에서 상당히 화제였다. 디지털 확장을 노리는 삼성화재와 보험업 진출 파트너가 필요한 카카오의 요구가 맞아 떨어지며 처음에는 이야기가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결국 양측이 이견을 보이며 최종 무산됐다.
양측이 틀어지게 된 결정적인 배경에는 카카오의 ‘배짱’이 컸다. 카카오 측은 삼성화재 측에 자동차보험을 카카오에서 다이렉트로 판매할 수 있게 하고, 손해사정 지원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삼성화재는 이미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은 업계 1위로 타 플랫폼을 쓸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카카오 측이 계약서에 ‘기한을 정하지 않고 이 거래에서 생길 수 있는 잠재 손해에 대해 모두 삼성화재측이 보장한다’는 다소 무리한 조건을 내걸면서 삼성화재 측도 마음을 접었다. 동등한 파트너로서가 아닌 “우린 여기 말고도 갈 곳 많다”는 식의 카카오 측 태도에 삼성화재 측이 난색을 표했다고 전해진다. 해당 합작사 추진 건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게도 보고 완료된 사안이었는데, 카카오측의 무리한 요구로 결국 무산돼 삼성화재의 경영진 입장에선 상당히 난처했다는 후문이다.
카카오뱅크 출범부터 함께 해온 한국투자금융그룹과의 자존심 싸움도 꾸준히 회자된다. 2015년 (구)다음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 KB국민은행 등이 컨소시엄을 꾸려 카카오뱅크를 출범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50%를 가진 최대주주를 유지하다 이후 한국투자증권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겼다. 한투밸류는 현재 카카오뱅크 27.18%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다. (카카오도 27.18%로 보유)
은행이 없는 것이 콤플렉스인 한투그룹 입장에선 인터넷뱅크 설립이 그룹 차원의 ‘기대를 건’ 투자였다. 투자 초기는 문제가 없었으나, 이후 양측이 충돌하며 사이가 틀어졌다. 투자에 앞서 양측은 카카오가 증권업에 진출하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었으나 카카오페이가 2018년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에 진출했고, 한투 측은 난색을 표했다.
2020년 카카오뱅크가 상장할 때 한투 측은 투자회수로 구주매출을 고려했다. 그런데 카카오 측이 “그러면 우리도 하겠다”며 반격했고, 결국 ‘이러다간 IPO가 망하겠다’ 싶어 양측 다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한투그룹에선 내부적으로 카카오뱅크 밸류 15조원에서 투자금 회수 계획을 세웠지만, 당국에서도 주시하고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보니 ‘타이밍을 놓친’ 상태가 됐다.
카카오뱅크의 성장 전략에 관해서도 양측의 이견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투그룹은 규제에 예민한 은행업일수록 ‘조심하자’가 기본 입장이었다. 이에 “10년 동안은 적자를 내면서 당국의 눈치를 살피자”는 의견이었지만, 카카오 측은 ‘바로 수익을 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카카오 측의 고자세가 이어지며 당시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회장이 크게 분노했다는 전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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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카카오뱅크가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을 때 증권가에서는 ‘역대급으로 부담되는’ 제안서 작성이라는 후일담이 돌았다. 이후 주관사 선정에서 중소형 증권사 임원진을 ‘카톡 단톡’에 초대해 탈락 통보를 했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의 RFP는 신사업 아이디어 등 컨설팅에 가까운 내용을 요구하며 실무진들 사이에선 “카카오스럽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투자 전략을 짜야하는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도 ‘카카오톡’ 기반 플랫폼 경쟁력이라는 포인트를 가진 카카오 계열사들의 연이은 IPO 추진에 피로감이 쌓였던 것도 사실이다.
크게 보면 카카오는 아예 자본시장을 대상으로 ‘갑질’을 해왔다.
카카오는 20% 가량인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키지 않고 자본 조달을 하기 위해 끊임없는 물적분할을 해왔다. 연이은 카카오의 ‘쪼개기상장’은 자본시장 전반의 이슈로 번졌는데, 결과적으로 김범수 창업주의 카카오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들이 시장 질서를 훼손해 온 셈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는 현재 ㈜카카오 지분을 23.87% 갖고있다. 김범수 창업주가 13.29%를, 김범수 창업주가 100%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가 10.58%의 ㈜카카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쉼 없이 달려오던 카카오의 공격적인 M&A 행보도 정교함에 의문이 던져진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5월 거금을 들여 북미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를 각각 6000억원과 5000억원에 인수했다. 그런데 이후 이승윤 래디쉬 창업자 겸 대표를 비롯해 소위 ‘파운더’ 경영진이 대다수 퇴사하며 사실상 경영 공백이 생겼고, 지난 5월 카카오엔터는 타파스와 래디쉬를 합병해 인력 조정에 나섰다. 카카오는 합병 목적으로 ‘북미 최고 스토리 플랫폼 구축’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어쩔 수 없이’ 한 셈이다. 업계에선 “통상 이런 M&A에서는 일정 기간 동안은 경영진이 이탈하지 못하는 조건이 있기 마련인데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번 ‘카톡 셧다운’ 사태로 카카오란 기업은 ‘카카오톡’의 존재감이 절대적이란 것이 증명됐다. 고객들은 카카오톡 먹통으로 카카오페이 결제, 쿠폰 사용, 웹툰, 게임까지 거의 모든 주요 계열사 비즈니스가 멈추는 경험을 했다.
카카오의 가장 큰 무기였던 ‘브랜드 파워’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치명적이다. 카카오를 메인 로그인 채널로 활용했던 기업들의 하나둘 의존도를 낮추며 ‘손절’에 나섰다. 업무용 메신저로 카카오톡 대신 유료 협업툴을 쓰기 시작한 곳도 다수다. 카카오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광고 시장 내 입지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톡 마케팅 효과가 좋아 고객들이 완전히 ‘손절’은 못하겠지만 대안을 하나둘 검토하는 분위기다.
잘 나가는 기업이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부딪힌 한계에 성장통을 겪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평판이란 종이와 같아서, 한번 구겨지면 다시 원상태로 돌리기가 힘들다고 했다. 파트너로서, 투자사로서, 고객으로서 그리고 시장이 겪은 카카오의 ‘카카오스러운’ 인상은 쉽게 지워지긴 어려울 듯 하다.
취재노트
고속성장에 자본시장 'VVIP' 군림한 카카오
"우리가 카카오인데"…삼성도 걷어찬 자신감
무리한 요구, 큰 배짱에 "카카오스럽다" 평판
김범수 지배력 유지위해 자본시장 질서 훼손도
성장통 불가피하지만,평판 회복도 쉽지 않을듯
고속성장에 자본시장 'VVIP' 군림한 카카오
"우리가 카카오인데"…삼성도 걷어찬 자신감
무리한 요구, 큰 배짱에 "카카오스럽다" 평판
김범수 지배력 유지위해 자본시장 질서 훼손도
성장통 불가피하지만,평판 회복도 쉽지 않을듯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10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