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대 된 카카오뱅크 주가…EOD 압박 커지는 앵커PE·TPG
입력 22.10.26 07:00
앵커PE·TPG, 작년말 주가 힘입어 리캡 단행
각종 악재에 카카오뱅크 주가 하락 이어져
LTV 테스트 눈앞인데 대출이 담보보다 많아
EOD 피하기 위해 펀드 재출자 등 논의할 듯
  • 카카오뱅크 주가가 연일 내리막길을 걸으며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와 TPG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의 고민이 커졌다. FI들은 작년 자본재구조화(리캡)를 통해 투자금 일부를 회수했지만, 올해 들어 주가가 급전직하하며 담보 가치가 대출금을 밑돌게 됐다. 단기간에 카카오뱅크 주가가 급등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인수금융 기한이익상실(EOD)을 피하기 위한 고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6만원 수준에서 시작한 카카오뱅크 주가는 꾸준히 떨어졌다. 플랫폼의 가치는 약화하고, 카카오그룹 평판 위험은 커지면서 주가 하락세가 가팔랐다. 이달 1만6000원대까지 내리며 공모가(3만9000원) 절반 수준으로 주저 앉았다. 데이터센터 사태까지 겹치며 당분간 2만원대 회복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카카오뱅크의 FI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TPG와 앵커PE는 지난 2020년 말 카카오뱅크에 각각 약 2500억원(주당 단가 2만3500원)을 투자했다. 이듬해 8월 카카오뱅크가 상장했고, 주가는 한 때 9만원을 넘어섰다. 작년말 주가에 힘입어 FI들은 리캡을 단행해 차입을 늘리고, 투자금 일부를 회수했다. TPG는 2550억원(한도대출 300억원 별도), 앵커PE는 2620억원(한도대출 250억원 별도)을 빌렸다.

    리캡 당시 카카오뱅크 주가는 6만원대, 담보 주식가치는 6000억원 이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담보가치는 약 1800억원(20일 종가 기준)에 그친다. 새로 빌린 대출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담보인정 비율이 100%를 훌쩍 넘어섰다.

    인수금융은 보통 LTV 비율이 70~80% 수준에 이르면 EOD 사유가 된다. 물론 그 즉시 EOD가 발동되는 것은 아니고, 합의해 둔 평가 시점에도 LTV가 낮아지지 않을 경우 EOD에 이를 수 있다. 최종 EOD를 선언하기 전에 몇 달의 치유기간도 부여한다. 담보를 더 사서 넣거나, 추가로 지분을 출자해 대출금을 갚는 식이다.

    카카오뱅크 FI에 대한 인수금융은 리캡 후 1년이 지난 다음달부터 LTV 테스트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전 수준으로 주가가 뛰고 LTV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FI와 인수금융 대주단이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PEF) 입장에선 이미 회수해서 출자자(LP)에 돌려준 자금을 다시 받아와 출자하기는 어렵다. 국내에서는 기존 블라인드 펀드에서 다시 출자하는 것도 정관 조항에 위배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TPG나 앵커PE는 외국계 PE인 만큼 대주단과 치유 방안을 논의할 선택폭이 넓은 편이다. 해당 블라인드펀드에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가 남아있다면 그 자금을 출자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다만 TPG는 에쿼티 재투자가 아닌, 기존 LP들의 추가 투자 확약서를 대주단에 제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TPG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뱅크 등 카카오그룹 투자로 주목받았으나 최근엔 다소 면이 서지 않는 상황이다.

    앵커PE 역시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컬리, 티몬, 이투스교육, 라인게임즈 등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 잘 나갔던 카카오뱅크 마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카카오뱅크 투자에선 TPG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렸던 것이 부담이 될 상황이다.

    증권사 인수금융 부서들도 셀다운(재매각)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TPG에 인수금융 주선했던 하나증권은 미매각 물량이 없지만, 앵커PE 주선사인 한국투자증권은 미매각 물량을 그대로 떠안고 있다. 당시 하나증권은 4% 초반의 금리를 설정해 셀다운을 마쳤지만 한국투자증권은 3% 후반으로 산정해 셀다운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 인수금융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담보비율이 100%를 넘어서고 있는 만큼 재무약정 위반 요건을충족하는 것은 맞다”라면서도 “앵커PE나 TPG가 비슷한 일정으로 대주단과 협의를 거치는 과정을 거쳐 실제 EOD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