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는 줄이고, BDC로 활성화…돈 줄 마른 VC 업계엔 '단비', 규모·실효성은 '한계'
입력 22.10.27 07:00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도입 추진
이르면 내년 상반기 도입
정책자금 줄어든 벤처 생태계에 자금줄 기대
투자 비중 20%, 최대 100억 수준…유니콘 투자 불가
세제혜택으로 참여 유도 VS 인센티브 논의 시기상조
  • 자본시장의 유동성이 사라진 시점, 이젠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를 막론하고 투자자들은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유의미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은 꾸준한 투자로 연명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정부의 지원은 기대하기 쉽지 않다. 

    수 많은 부작용을 차치하면 전 정부의 벤처·유니콘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기조는 비교적 명확한 편이었다. 막대한 정책자금이 흘러들며 VC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성과중 하나다. 사실 현 정부의 벤처, 비상장회사 투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로선 VC 업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모태펀드의 내년도 예산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VC 업계로 흘러들어갈 민간 부문의 자금이 넉넉한 상황이 아니다. 이에 정부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 도입을 통해 모험자본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규모와 실효성면에서 한계점도 고려해야한다는 평가다.

    BDC는 스타트업·벤처기업 등 비상장회사에 투자하는 투자목적회사이다. 주식시장에 상장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 또한 간접적으로 비상장회사 투자가 가능하다. 일종의 공모펀드와 사모펀드를 혼합한 형식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이미 1980년대 소기업투자촉진법을 제정해 중소기업과 성장기업 등에 투자하는 폐쇄형 BDC를 도입했다. 영국 또한 1995년 재정법을 마련해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가능한 VCT(Venture Capital Trust)를 시행중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20년부터 BDC 도입을 추진해 왔으나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며 현재까지 제도가 정착하지 못했다. 그러나 새정부 들어 정부 입법 형태로 재차 추진됐고 지난 5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의 계류중이다.

    지난 9월 정무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해당 법안은 성장성 높은 벤처, 혁신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새로운 집합투자기구를 도입하는 것으로 운용 규제와 투자자 보호장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며 "법률안에 대한 위원들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한다"고 설명했다.

    일단 과거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를 겪으면서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기조가 확산했는데 이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한다는 것에 여당과 야당의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정부의 모태펀드 예산이 줄어드는 것의 반대급부로 VC 시장에 자금줄을 마련한다는 것에 대체로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 국내 벤처 투자는 지난 5년간 3배이상 급증했다. 다만 모태펀드를 비롯한 정책자금의 비중이 과반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민간자금이 벤처 기업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돼 왔다. 결국 정책금융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VC 생태계 자체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했다.

    다만 BDC 제도의 실효성은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현재로선 그 규모가 그리 유의미하진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위가 앞서 주요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한 결과 약 40곳이 총 1조6000억원 수준의 BDC 결성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재 준비중인 법안의 가이드라인은 ①공모펀드와 동일한 집합투자업 인가 ②자산총액의 40% 이상을 벤처기업에 투자 ③최소 모집가액 500억원, 존속기간 5년, 폐쇄형 ④90일이내 거래소 상장 ⑤자기자본 투자 및 안전자산 보유(10%이상 국채, 한국은행통화안전증권 등) 의무 등이다. 추가로 동일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자산총액의 20%로 제한하고 기업의 지분 50% 이상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전체 규모를 따져보면 1조6000억원 수준이지만 현재의 수요예측에 따르면 40곳의 운용사가 결성하는 펀드의 규모는 400억원 수준으로 최소 모집가액에도 미치지 못한다. 즉 결성금액 500억원 기준으로 따지면 단일 기업에 대한 투자는 최대 100억원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일부 스타트업의 경우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이지만 아주 초기의 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는 규모라는 점에서 일부 한계점이 나타난다. 조 단위 몸 값을 자랑하는 유니콘, 이를 넘어선 데카콘의 경우엔 BDC를 활용할 방안이 없는 셈이다. 제도가 완전히 자리 잡지 않는 초기 단계에 대형 운용사들이 참여해 시장을 선도할 유인이 적다. 

    사실 벤처투자조합, 사모펀드의 경우엔 동일기업에 대한 투자 한도와 주식 보유 비중에 제한이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기관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세재혜택 및 투자처 다변화 같은 유인책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과, 제도 도입전부터 인센티브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란 입장도 맞서고 있다.

    40% 이상의 주목적 투자비율도 논의가 더 필요하다. 다수의 금융기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주목적 투자 비중을 낮게 설정할 경우 제도 도입의 취지가 모호해지는 반면, 투자 비중을 높게 설정할 경우 역시나 BDC설립에 대한 유인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대표급 관계자는 "비상장회사와 벤처 기업 투자를 보다 투명하게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운용사들의 관심이 많은 편이지만 사실 규모가 유의미하게 커지지 않는 이상 아주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만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의 보다 세밀한 논의를 통한 제도마련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