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험대 오른 박정림ㆍ김성현 리더십...KB증권 '각자대표제' 유지할까
입력 22.10.31 07:00
3분기 누적 순익 44% 감소...그룹 이익 비중도 반 토막
그룹 경쟁사 신한證에게도 '더블 스코어' 격차로 뒤져
두 각자대표 4년 재임 후 임기 만료 도래...연임 여부 관심
지주는 이전부터 '외부 영입ㆍ단독 대표 체제' 고민
  •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KB금융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10명 중 금융권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KB증권이다. 박정림ㆍ김성현 각자대표 리더십이 2연임ㆍ4년의 임기를 마치는 까닭이다. 일반적인 계열사 대표 임기가 4년(2+1+1)임을 고려하면 교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실적 역시 다소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대안이 없다는 고질적 이슈와, 교체 후 현 대표들이 갈 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2016년 통합 KB증권 출범 이후 지속돼온 각자대표 경영 체제가 유지될지도 관심이다. KB금융지주는 2017년을 비롯해 수 차례 단독 대표 체제 전환을 검토했지만, 적절한 인선을 찾지 못했다. 11월중 시작될 지주의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에서 결단을 내릴 전망이다.

    KB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30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 줄어든 규모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09%로 자기자본 1조원 이상 주력 계열사 중 유일한 한 자릿 수였다. 그룹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4%에서 7%로 반 토막 났다.

    일반적으로 지주는 3분기 누적 실적을 기준으로 연말 인사 평가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박정림ㆍ김성현 현 대표에게 유리한 수치는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박정림 대표 담당 WMㆍS&T가 실적 하락 '주범'

    특히 증권업 전체 업황이 하향세인만큼 박정림 대표가 관리하는 브로커리지 및 자산관리ㆍ세일즈 앤 트레이딩(S&T) 부문의 실적 하락세가 더욱 뚜렷하다. 3분기 말 기준 KB증권의 수탁수수료 수익은 전년대비 마이너스(-) 41%, 금융상품수수료는 -17% 줄어들었다. 상품운용손익은 아예 전년대비 2400억원 줄어들며 적자 전환했다.

    박 대표가 담당하는 영역은 지난해 실적 개선의 선봉장이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의 실적 개선이 박 대표의 능력이었는지에 대해선 지금도 물음표가 붙어있다.

    지난해 KB증권 브로커리지 및 자산관리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은 3497억원으로 전년대비 1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당 부문의 국내 증권사 평균 영업이익 상승률이 16.2%였다. 업계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이었고, 성장률이 평균에는 오히려 미달한 셈이다. 해당 부문에서 업계 1위 미래에셋은 35%, 자기자본 규모가 비슷한 삼성증권은 3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업황이 뚜렷하게 침체된 올 상반기에는 실적이 평균치보다 더욱 줄었다. 올 상반기 KB증권의 브로커리지 및 자산관리 부문 영업이익은 888억원으로 전년대비 58% 줄었다. 업계 평균 하락율은 35%였다. 주요 대형사들은 상반기까지도 운용 손익이 흑자였던 점을 고려하면, 트레이딩 부문 역시 경쟁사 대비 실적 하락 폭이 크다는 평가다.

    브로커리지 및 S&T 부문의 부진한 실적은 '그룹 라이벌'인 신한투자증권과의 대결에서 KB증권이 완패하는 계기가 됐다. 신한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 5700억원, ROE 14.7%를 기록하며 KB증권 대비 두 배 가까운 스코어를 기록했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업황이 좋을 땐 타사 수준 정도의 실적을 내고, 좋지 않을 땐 타사 대비 훨씬 안좋은 실적을 낸 것"이라며 "은행 출신인 박 대표가 고객 성향 및 리스크 관리 수준이 완전히 다른 증권업에 적응을 하지 못한 결과라는 평가가 우세하다"고 지적했다.

  • 김성현 대표 담당 IB 부문, 체면치레는 했지만...

    김성현 대표가 담당하는 IB 및 글로벌 부문은 그나마 체면 치레를 했다는 평가다. 3분기 누적 실적 기준 KB증권의 IB수수료 수익은 32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대표주관 등 빅딜(big-deal)을 소화하며 인베스트조선 3분기 리그테이블 기준 주식자본시장(ECM) 및 채권발행시장(DCM) 주관 실적 1위에 올랐다. 카카오그룹의 인하우스(in-house) 증권사라 불리며 최근 2년간 IPO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시차가 있을 뿐, IB부문 역시 침체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당장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업황이 레고랜드 사태를 기점으로 연일 악화일로다. KB증권은 올 3월말 기준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이 2조7200억여원으로 메리츠증권ㆍ삼성증권에 이은 업계 3위다. 2016년 통합 법인 출범 이후 구 현대증권 시절 늘려놓은 위험액을 2조원 미만으로 크게 줄였지만, 이후 슬금슬금 다시 늘어난 것이다. 

    ECM을 중심으로 한 외연 확장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가 부실했던 정황도 나타났다. 대표주관으로 참여한 엔지켐생명과학 유상증자에서 대규모 청약미달이 발생하며 지분을 떠안았고, 이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2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 올해 12월에는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한 더블유씨피 공모주 투자자의 매수청구권(풋백옵션)으로 인한 손실도 예상된다.

    '투자형 IB'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비상장기업 익스포저도 크게 늘었다. KB증권은 IPO 주관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5억~20억원가량을 투자해 발행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전략을 써왔다. 이는 투자 기업 상장시 인수수수료 수익에 투자 지분의 매도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IB부문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으로 통했다.

    시장이 얼어붙으며 KB증권이 뿌려둔 씨앗은 결실을 보기 어려워졌고, 오히려 평가손실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베스트조선의 집계에 따르면 KB증권이 2016년 이후 비상장 일반 기업에 투자한 총 규모는 100여곳, 1550억여원에 달한다. 상반기 말 현재 이 투자액의 장부가액은 1600억여원으로 손실 인식을 하지 않고 있다.

    해당 투자분을 시장가로 따져 손실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KB증권의 실적은 더욱 하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일례로 KB증권은 지난해 9월 상장 주관을 맡은 더블유씨피 주식 25만여주를 200억원에 취득했다. 더블유씨피는 올해 9월 코스닥 상장을 완료했다. 현재 시장가격 기준 더블유씨피 주식 25만여주의 가치는 118억원에 불과하다. 약 82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다른 증권사 IB담당 임원은 "한누리증권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온 임원들이 핵심 요직에서 활약했지만, 이로 인해 외부 영입 인력이 잇따라 퇴사하는 등 조직 확장성은 떨어졌다는 부분도 김성현 대표가 무겁게 받아들여야할 사안"이라며 "상반기 부동산 PF 및 LG엔솔 수수료 수익 등으로 3분기까지의 숫자는 나쁘지 않았지만, 향후 실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두 각자대표는 올해까지 총 4년의 임기를 수행했다. 세대교체 등 조직 혁신 차원에서 교체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그룹 안팎에서 나오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은 고민으로 꼽힌다. 2016년 통합 KB증권 출범 이후 어쩔수 없이 선택해 온 각자대표 체제를 존속시킬지 여부도 관심사다. KB금융지주는 2017년 이후 거의 매년 단독대표 체제 전환과 대표급 외부 인사 영입을 검토해왔다.

    현재 KB증권에 재직 중인 6명의 부사장단은 은행ㆍ지주 출신 2명(우상현 IB부문장, 최재영 WM부문장), KB투자증권 내부 출신 2명(박성원 IB영업총괄, 이홍구 WM영업총괄), 현대증권 출신 1명(박강현 경영관리부문장), 외부 영입 인사 1명(김태호 S&T부문장)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차기 대표를 당장 맡길 만한 무게감있는 인사는 확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교체가 이뤄진다면, 두 대표가 이후에 갈 곳이 마땅치 않다"며 "부회장단은 내년 윤종규 회장 임기 만료까지 현행 3명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지주의 주요 보직도 1960년대 중후반생으로 세대교체가 완료된 상황이라 1963년생인 두 대표의 역할이 다소 애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