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뉴딜' 대신 '혁신성장펀드'… 정책펀드와 ‘중복’ 해결, 투자유인책 마련이 과제
입력 22.11.07 07:00
Weekly Invest
혁신-성장분야에 2개 축에…5년간 15조원
내년도 혁신성장펀드 예산안 3000억원
뉴딜펀드 比 50% 삭감
혁신성장 공동기준 기반 기존 정책펀드 중복 우려
민간참여 높이겠다며 후순위 출자 낮춘 정부
  • 문재인 정부 뉴딜 사업의 일환인 뉴딜펀드는 현정부가 들어서며 혁신성장펀드로 탈바꿈했다. 사업 주체는 산업은행으로 동일하지만, 사업명과 정책적 지원 분야가 일부 변경했다.

    가장 큰 변화는 정책 자금의 비중과 규모가 축소했다는 점이다. 뉴딜펀드의 연평균 예산은 6000억원이었으나 혁신성장펀드의 정부 예산은 3000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투자 대상은 혁신산업과 성장지원 두 분야로 나뉘는데 뉴딜펀드의 중점 투자 분야에 비해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뉴딜펀드 사업이 시작한지 불과 2년만에 사업구조가 뒤바뀌면서 투자자들이 느끼는 혼선도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뉴딜펀드 주목적투자 분야에 정부가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이란 기대감은 이미 잦아들었고 이에 따른 민간 부문의 투자가 다소 위축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혁신성장펀드의 경우 반대로 기존 정책형 펀드와 투자처가 대거 중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보다 세밀한 사업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는 평가다.

    뉴딜펀드의 투자 대상은 큰 틀에서 디지털분야와 그린분야 등으로 나뉘고 6개(DNA, 미래차, 친환경, 뉴딜서비스, SOC, 스마트제조) 등의 주목적 투자 항목에 주로 투자하도록 명시돼 있었다. 새롭게 출범한 혁신성장펀드는 혁신산업과 성장지원으로 크게 구분해 정부가 각각 연간 2000억원(혁신산업), 1000억원(성장지원)을 출자한다.

    뉴딜펀드의 주목적 투자 분야는 혁신성장펀드 가운데 혁신산업펀드 부문과 유사점을 띈다. 결국 뉴딜 또는 혁신산업부문의 정책 투자 규모는 기존 6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대폭 줄어들게 됐고, 전체 펀드 조성 규모도 연간 4조원에서 1조5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는 평가다.

  • 예산은 줄었는데 투자 범위는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뉴딜펀드는 정부가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단 취지로 추진됐다. 펀드의 투자 대상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었으나 현재로선 정부의 집중 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꺾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2023년도 금융위원회 소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 보고에 따르면 "사업 내용 변경에 따라 뉴딜펀드 투자 분야에 대한 민간투자가 축소할 가능성이 있고, 5년 간 정부가 해당 분야에 투자할 것을 신뢰한 시장의 기대가 훼손되면서 기존에 진행되고 있던 투자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산업은행의 주관으로 집행하는 출자사업은 혁신성장펀드란 사업명으로 추진된다. 현재까진 뉴딜펀드에 비해 투자대상이 확대할 것이란 전망외에 세부적인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정부는 정부는 내년 초 혁신성장펀드의 구체적인 투자 대상의 기준이 되는 '신(新) 혁신성장 공동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신(新) 혁신성장 공동기준'은 2018년 7월 수립된 '혁신성장 공동기준'을 바탕으로 확대·개편을 추진한다. 혁신성장 공동기준은 지난 2018년 산업은행을 비롯한 10곳의 정책금융기관들이 참여한 신성장정책금융협의회 산하 신성장정책금융센터에서 마련한 기준으로 9대 테마(첨단제조·자동화, 화학·신소재, 에너지, 환경·지속가능, 건강·진단, 정보통신, 전기·전자, 센서·측정, 지식서비스), 45개 분야, 300개 품목을 지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의 각종 지원 및 자금 공급, 금융권의 대출 지원 등이 진행돼왔다. 

    정책형 펀드와 유사한 성격을 띈 펀드는 ▲지역혁신창업펀드(한국성장금융-기업은행) ▲핀테크혁신펀드(한국성장금융-IBK혁신솔루션펀드) 등이 혁신성장 공동기준 품목에 해당한다. 또한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조성을 추진중인 4200억원 규모의 ▲산업기술혁신펀드(산업부-한국성장금융) 등이 혁신성장부문의 투자 대상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장지원 분야에도 기존의 정책펀드가 상당수 유사한 형태로 운용하고 있다. 산업부의 ▲산업기술혁신펀드 ▲코스닥스케일업펀드 ▲코넥스스케일업펀드 ▲자본시장스케일업펀드 ▲KSD혁신창업스케일업펀드 등이 운용되고 있고,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주도로 초격차 스타트업 1000곳을 육성하겠단 목표로 펀드 결성이 추진되는 것도 유사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혁신성장펀드의 핵심은 민간부문의 참여 확대이다. 뉴딜펀드에 비해 정책출자 비중이 크게 줄어든 점은 민간 참여를 독려하는 유인책으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딜펀드는 민간출자자 참여를 촉진하겠다며 후순위를 보강(10%내외로 상향조정)했고, 초과수익 이전과 콜옵션을 부여하기도 했다. 혁신성장펀드의 경우 정부 재정비율이 10%로 줄어들면서 정부의 후순위 출자 또한 5%까지 축소한 상태다. 이는 과거 성장지원펀드(1.5~5.5%)의 후순위 출자 비율과 유사한 수치이다. 결국 뉴딜펀드와 혁신성장펀드 모두 민간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로 정반대의 조건을 제시한 셈이 됐다.

    정무위훤회 측은 "해당 사업의 목적이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중요 분야에 대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투자재원을 조성하려는 것이다"며 "특히 성장 지원 분야의 경우 정부재정비율이 지나치게 낮을 경우 민간자금 모집이 어려워 사업목적을 실질적으로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