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PB시장…부동산ㆍ신종증권 선호하던 리테일 수요두고 '전전긍긍'
입력 22.11.09 07:00
레고랜드ㆍ흥국생명 등 채권사태로 리테일 시장도 들썩
금융사 신종자본증권 ‘안전상품’ 옛말…고객 우려 늘어
부동산PF 전단채도 투자 권유 줄어…투심 얼어붙은 탓
  • 최근 레고랜드에 이어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해프닝으로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PB(프라이빗뱅킹) 시장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수년간 저금리 시대에서 통용되던 채권 관련 ‘안전공식’이 완전히 바뀌고 있어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평가다. 

    일부 발빠른 PB들은 고금리 시대에 맞춘 ‘틈새상품’으로 고객의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그간 증권사 및 은행 영업점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어온 신종자본증권 상품과 관련한 고객들의 문의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최근 흥국생명이 콜옵션(조기상환) 미행사 사태로 금융사 신종자본증권의 실질 만기를 3년~5년 정도로 생각하고 있단 투자자들이 당혹스러워 한다는 후문이다. 

    지금과 같이 ‘자고나면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예상보다 더 긴 기간 동안 목돈이 묶일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 대형은행의 강남권 PB센터 팀장은 “약 두 달전만 해도 신종자본증권 상품은 나오자마자 바로 모집이 마감되었지만 최근 금리 상승에 흥국생명 사태 여파로 겹쳐 수요가 줄고 있다”라며 “자칫하면 3~5년 가량 목돈을 더 묶어둬야 할 수 있는 장기 상품보다는 3~6개월 정도의 단기상품 문의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수년간 금융회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리테일시장에서 꾸준히 수요가 있었던 상품으로 꼽혀왔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강남 고액자산가를 위주로 은행채권 수요가 끊이지 않았다. 

    주로 은행이나 보험사들이 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발행하던 신종자본증권은 통상 3~5년 만기의 이자 4~5%대를 주는 안정적인 상품으로 인식되어 왔다. 올해 초 기준 금융지주들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 금리가 3%~4% 초반으로 예적금 금리보다 높았던 데다 부실금융사로 지정되지 않으면 원금상각이나 이자 미지급 등의 리스크가 없다는 안정성이 매력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고금리 시장이 이어지면서 신종자본증권의 ‘실질 만기’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또 투자 당시 예상했던 기간보다 회수 시기가 크게 늦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전언이다. 

    앞서 일어난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부동산’ 관련 투자상품도 사실상 리테일 대상 시장에서 금기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전자단기사채(전단채) 역시 수요가 많은 상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대부분 증권사가 신용보강을 내줬던 데다 3~6개월 정도로 만기가 짧아 안정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얻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강원도가 레고랜드 사업 관련 PF 자산유동화어음(ABCP)에 대해 지급보증을 거절했다는 소식이 밝혀지며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보증해준 채권의 안정성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강원도는 채권을 갚겠다고 입장을 번복했지만 여전히 채권시장 내 투자자의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서는 부동산과 관련한 전단채는 고객들에게 추천하지 않고 있다”라며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비과세 혜택까지 있는 공사채라는 상품도 있는데 굳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부동산 관련 전단채를 권유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일부 공격적인 PB들은 이 같은 투자심리를 역이용한 ‘틈새상품’을 기획하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최근 금융 당국의 방침으로 기관들이 부동산PF 대출의 길이 막히자, PB들이 일부 부동산 상품을 선별해 리테일 수요를 매칭하는 방식으로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투자업계 관계자는 “요새 부동산 투자에 정통한 일부 PB들은 증권사가 신용보강을 해준 일부 전단채만 모아서 상품으로 만들고 있다”라며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관련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증권사가 보증을 서줄 경우 3~6개월 내에 해당 증권사가 망하지 않는다면 원금 보장이 되는 셈이라 쏠쏠한 투자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