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장 기대 꺾이고, 쏠림 심화한 2022 PEF 시장…펀드레이징 스타는 '3S'
입력 22.11.16 07:00
스카이레이크, 스톤브릿지, 스틱인베스트먼트
올해 위탁운용사 선정 자리 절반 이상 차지
보수적 기조 돌아선 기관들 “검증된 운용사 선호” 뚜렷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투자처 확대했지만
자금모집은 더 어려워진 중소형 PEF들
내년엔 빈익빈부익부 더 심화할 듯
  •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인해 사모펀드(PEF) 업계가 활기를 띨 것이란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불과 1년 전만해도 국내 PEF 운용사들의 고민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나서는데 집중돼 있었다면 이젠 펀드레이징(자금모집)을 넘어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기업가치 하락이 시작했고 이미 빌린 돈과 앞으로 빌릴 돈에 대한 부담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나마 곳간이 두둑한 운용사들은 이 같은 상황을 당분간 버틸 여력이 있지만 중소형 운용사들의 고난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단 평가가 나온다. 돈 줄을 죄기 시작한 기관투자가들이 검증된 운용사들에만 자금을 푸는 기조가 명확해지면서 PEF 업계내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기관투자가들의 PEF 출자사업은 다소 축소되거나 지연했다. 정권 교체기를 맞은 정치 상황에 원자재값 상승, 금리 인상 등과 글로벌 변수가 맞물린 탓이다. 국내 가장 큰 손으로 꼽히는 국민연금은 올해 대체투자 부문의 출자사업을 축소했고, 벤처캐피탈(VC) 업계의 중심을 잡고 있는 모태펀드도 내년도 예산을 축소했다.

    일부 공제회들은 수익자 우선 정책에 따라 내부 자금 소진 속도가 빨라지자 GP들에 캐피탈콜을 늦춰줄 것을 요청하거나, 프로젝트펀드에 대한 출자는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는 상황도 발생했다. 보험사와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들도 내부 재무건정성 확보를 위해 자산을 내다파는 시점에서 대체투자 부문에 대한 출자는 전무하다시피했다.

    올해 상반기 PEF 결성은 지난해와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설립한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의 총 약정액은 14조1000억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기준 약 10조원까지 감소했다. 지난해 총 약정액은 약 23조7700억원이지만 올해는 이에 크게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관투자가들이 잔뜩 움추린 상황이지만 하반기부턴 일부 출자사업이 속속 재개됐다. 상반기엔 한국성장금융의 마지막 뉴딜펀드 출자사업 정도만이 진행했고, 하반기에만 10건 이상의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위한 출자사업이 진행했다.

    올 한해 출자사업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틱인베스트먼트, 스카이레이크, 스톤브릿지캐피탈, IMM PE 등 대형 PEF들에 자금이 집중됐다는 점이다. 해당 운용사들이 올해 진행한 컨테스트 운용사 자리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는 군인공제회의 출자사업이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펀드레이징에 성공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 국내 공제회 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관투자가들이 대체투자 부문의 출자를 크게 축소하거나 보수적인 기조로 돌아서면서 검증된 운용사 위주로 비교적 안전하게 출자하려는 성향이 강해진 점도 일부 운용사들에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내 기관들의 지원에 힘입은 운용사들은 펀드결성에 속도를 내고있다. 스톤브릿지는 직전 1호 블라인드펀드의 2배가 넘는 최대 7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가장 눈에 띄는 투자금회수(엑시트) 성과를 낸 스카이레이크는 1조원 수준의 12호 블라인드펀드를, 스틱인베스트먼트 또한 2조원 규모의 스페셜시츄에이션 3호 펀드 결성을 추진 중이다. 2조원대 신규 펀드 결성을 준비중인 IMM PE는 최근 7000억원 규모의 1차 클로징을 완료했다.

    사실 기관투자가들의 대형사 선호 현상은 내년에도 지속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국민연금은 우수한 성과를 낸 운용사를 대상으로 추가로 출자하는 리업(Re-up) 방식의 출자를 늘릴 계획으로 전해진다. 이미 교직원공제회는 상반기 출자 사업을 리업 방식으로 진행하기도 했는데 이 같은 대형 기관들의 기조가 국내 다수의 기관투자가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 유니콘기업을 비롯한 대체투자부문 투자 자산들의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규모 출자 사업이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긴 어려운 시점이기도 하다. 정부의 정책형 펀드 예산 또한 점차 규모가 줄고, 결성한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면서 민간부문을 출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민간 출자자들이 앞장서 투자에 나설 시장은 아직 열리지 않았단 평가도 있다.

    사실 지난해 자본시장법이 개정하면서 올해 PEF들의 투자영역은 대폭 확대했지만 이에 대한 수혜는 아직 누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투자처를 다변화하고, 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한다는 기조아래 출자자(LP)의 요건을 강화한 점이 중소형 운용사들의 펀드 결성을 가로막는 요인이 됐다.

    기관전용 사모펀드에 일반 기업체가 LP로 참여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잔고를 보유하고 금융투자협회에 별도의 등록을 해야한다. 비상장회사(500억원)의 경우 상장회사(100억원)보다 더 많은 잔고증명을 요구받는다. 기업체의 오너, 자산가들의 기관전용사모펀드에 대한 출자도 사실상 금지하면서 투자금회수 레코드가 부족한 운용사들이 성장하기엔 더욱 어려운 환경이 조성했다는 평가다.